[원우발언]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


김성원 / 기록관리학과 석사과정


  재작년 말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학교 근처에 자리를 잡기 위해 열심히 부동산을 돌아다니다 학교 주변 원룸을 포기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호기롭게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지만, 정작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지나치게 순진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방에서 올라온 무지렁이가 느끼기엔 흑석동 원룸 시세는 그야말로 살인적이었다. 대전에서 학부시절을 보낼 때는 월 30만 원이면 충분히 지낼 수 있었는데 이곳, 흑석동에서는 최소한 45만 원은 방값으로 줘야 했다. 약 1.5배의 차이가 있는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은 기숙사 쪽으로 향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한 학기에 80만 원대 수준의 기숙사비를 내면 식사까지 무료로 할 수 있었다. 때문에 여기서도 물가 수준 차이를 감안하면 120만 원 정도는 감수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숙사비가 식대 미포함 한 학기 130만 원이라고 적힌 것을 보고 나는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내가 제대로 본 게 맞는 건가?

  서울의 주거비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잘 안다. 내가 그동안 기숙사비가 유달리 저렴한 학교를 다니는 행운을 누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공동생활을 전제로 월 37만 원 수준의 주거비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2인실 셰어하우스의 가격 수준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게다가 통계청에서 제시하는 전국 대학 기숙사비 현황에 의하면, 서울권 내에서 중앙대학교의 기숙사비는 6위권 수준으로 상당히 비싼 축에 들어간다. 서울 내에서도 저렴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들도 얼마든지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간 효율도 좋은 4인실 수가 어째서 2인실보다 훨씬 적은지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2015년 무렵 ‘원룸보다 비싼 기숙사비’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내용처럼 지금 나는 ‘고시촌 동네’로 유명한 대학동에서 월세 30만 원을 내고 원룸에서 거주 중이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 교통비를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해도, 혼자서 사는 것과 공동생활을 하는 것이 동일선상에서 비교될 수는 없다. 이미 2년도 더 전부터 대학들을 향해 제기되었던 “건축적립금 사용 용도를 명확히 해, 학생들의 주거복지를 위해 써야 한다”는 물가감시센터의 지적을 중앙대학교가 온전히 피해 갈 수 있을까.

  이미 학생들은 충분히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대학본부는 가난한 학생들이 열악한 주거환경에 내몰리지 않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과감하게 주거복지에 투자해주기를 바란다. 학교 측이 학교 앞 원룸 시세를 어찌할 수는 없겠지만, 가난한 학생들이 저렴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시도 가능한 부분이 아닐까.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