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학과 ‘촛불과 한국 사회’ 연속 콜로키움 -

 [학술탐방]

촛불의 끝이 아닌 시작
- 사회학과 ‘촛불과 한국 사회’ 연속 콜로키움 -

정용림 / 사회학과 석사과정

  사회학과가 개최하는 ‘촛불과 한국 사회’ 콜로키움의 두 번째 연속 강의 ‘촛불·탄핵·대선: 의미와 과제’가 지난달 18일 102관(R&D센터) 308호에서 진행됐다. 정치사회 학과 시민사회와 사회운동을 연구하는 사회학과 신진욱 교수는 한국 사회 ‘촛불’에 오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 강의에서 신 교수는 ‘착근된 민주주의(embedded democracy)’ ‘결손 민주주의(defective democracy)’라는 이론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설명하며 ‘촛불-탄핵-대선’으로 이어진 현재 정국이 우리에게 남긴 의미와 과제를 논의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이 명제의 역설과 모순을 경험했다. 이때 말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한국 시민들이 목도한 민주주의가 아닌 ‘그 민주주의’는 무어라고 부를 수 있을까. 1990년대 전반까지 대부분의 비교정치학자들은 독재·권위주의 또는 민주주의라는 이분법을 기반으로 국가들의 체제 전환 과정을 분석했다. 이러한 연구들의 한계는 ‘덜 된’ 민주주의 체제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전제와, 그로 인해 양 끝 사이의 광범위한 회색 지대를 설명할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이에 ‘민주주의인데 민주주의가 아닌’ 경우들에 주목하여, 심지어 선거 민주주의라는 틀이 어떻게 비민주적인 정치를 은폐하고 정당화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선거가 전부인 민주주의의 문제는 이러한 ‘혼합체제(mixed/hybrid regime)’가 하나의 독자적인 레짐, 고유한 메커니즘으로 정착된다는 것이다.


 

 
 
독일의 정치학자 메르켈(Wolfgang Merkel)에 따르면 민주주의 정치체제는 선거 체제를 중심으로 다섯 가지의 제도적 부분체제(선거체제, 정치적 기본권, 시민적 자유, 수평적 책임성, 선출된 대표자의 실질적 권력)로 이루어진다. 선거 민주주의 제도가 도입되었을지라도 그것이 나머지 네 하위체제에 ‘착근(embedded)’되지 않는다면 실제 ‘민주주의’가 아닌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신 교수는 수평적 책임성이 결여된 ‘위임 민주주의’의 특성이 보수정권 9년을 거치며 나머지 네 부분의 결손(선거 부정, 배제적 민주주의, 비사유 민주주의, 후견 민주주의)으로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본다면 한국의 ‘87년’에는 최소한의 민주적 제도가 도입되었던 것이고,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이후가 ‘어떤 민주주의인가’라는 질문이 된다. 따라서 현재의 상황 또한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혼종 체제의 문제’임을 인식하는 보다 예리한 분석이 요구된다. ‘민주화’라 함은 그 자체로 완결이 아니라, 끝이 없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선거라는 제도가 비(非) 민주적 체제의 내적 구성요소가 되어 권력을 재생산하는 것이 청산해야할 적폐다. 이것은 단지 어떤 세력의 교체나 형식적 제도 변화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혹자는 ‘촛불 혁명’이라고도 부르는 이 혁명적 사건에 참여했던 이들의 열망은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강연 말미에는 이제 ‘권력구조를 바꾸는 커다란 힘’이 된 촛불과 한국 사회운동의 변화에 대한 토론을 나누었다. 신 교수는 시민사회에 남겨진 과제로 우선, 권력 남용을 가능케 했던 제도적 측면들과 그것을 주도했던 집단들의 청산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조직된 연대의 힘을 통해 어떤 권력도 법 위에서 행사될 수 없게끔 저지할 수 있는 대항권력의 형성도 필요하다고 했다.


  촛불로 밝힌 겨울도, 장미 핀 봄도 지났다. 한국 사회는 또 다른 ‘민주주의’가 시작된 현재에 놓여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가. 들을 수 있는가.
  모두에게 지난한 고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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