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 / 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학술탐방]


‘각색’을 통한 상호매체성

- 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 학술대회 -

 

 

김시우 / 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지난달 22일 310관(경영경제관) 505호에서 ‘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가 개최한 <상호매체성과 영화각색: 이론과 실천> 학술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는 연극 텍스트와 영화 매체 사이에 존재하는 상호연관성 및 각색이 원작 텍스트와 영화 매체 간에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기획됐다. 서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외대 등의 다양한 교수진과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행사의 시작을 연 주하영(한국외대) 박사는 상호매체성의 관점에서 본 에드워드 본드(Edward Bond)의 ‘합리적 극장(Rational Theatre)’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에드워드 본드는 작가 본연의 드라마트루기(Dramaturgy)와 고유의 무대 연출을 통해 ‘합리적 극장’ 이론을 확립한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이론가로 유명하다. ‘합리적 극장’이란 말은 ‘관객의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무대 연출방식’으로 본드 스스로가 이론화하고 이름 붙인 것이다. 관객들은 ‘합리적 극장’을 통해 눈앞에서 실행되는 사건에 감정적 몰입과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나아가 각자의 기억 속 경험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경험에까지 이른다. 이것은 현재성을 지닌 일회적 사건의 실행으로 다양한 이질적 의미들이 충돌하고 갈등하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 박사는 합리적 극장의 이러한 특징들이 관객들에게 새로운 인식의 창을 열어젖힐 수 있는 ‘하이퍼매체성(hyperme-diacy)’을 지닌다고 밝힌다. 나아가 본드가 합리적 극장을 통해 관객에게 제공하는 상상력은 인간 본연의 능력인 공감과 ‘극화(dramatisation)’의 능력이라 강조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합리적 극장’이라는 개념을 가능하게 만든 영화적 시도들이다. ‘줌인’과 ‘슬로우모션’을 통해 무대 위 사건을 확장하는 방식은 관객 각자의 ‘상상력’을 자극해 각각의 고유 체험으로 남게 만든다는 점이다. 영화라는 매체는 기술 발전을 통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고 감정적 충격과 몰입을 극대화해 왔다. 3D 영상이나 VR(가상현실)과 같은 기술은 극적 상황을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만들어 내는 것으로 ‘합리적 극장’의 시도와 닮아있다. 상호매체성이라는 본 학술행사의 취지처럼 매체 간 융합은 연극과 영화의 융합을 넘어 텍스트와 연출의 상관관계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접근 방법이었다.

 
 


 2부에서는 스웨덴 리니어스(Linneaus) 대학의 요르겐 브룬(Jørgen Bruhn)교수의 발표가 이어졌다. 브룬 교수는 ‘상호매체성과 각색 연구’라는 주제를 통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2009)>와 에밀 졸라(Emile Zola)의 소설 <테레즈 라캥(1867)>의 비교로 논의를 이어갔다. 브룬 교수는 소설과 영화라는 형식적 차이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공간적 특수성이 주는 차이를 통해 인물을 비롯한 관계 설정이 ‘각색’ 과정에서 어떤 차이를 드러내는지 설명했다. 오늘날 다양한 상호매체 간의 각색 사례를 짚어보면 <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해무(심성보, 2014)>처럼 연극 원작이 영화화되는 것뿐 만 아니라, <삼봉이발소(하일권, 2012)><찌질의 역사(김풍 글, 심윤수 그림, 2017)>와 같은 웹툰이 각각 연극과 뮤지컬로 관객과 만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각색이라는 것은 상호매체의 가교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연출자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관객들에겐 다양한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브룬 교수의 ‘각색’에 대한 연구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다양한 매체 간의 교류는 오늘날 뜨거운 화두다. 이번 한국현대영미드라마학회의 학술대회는 ‘각색’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매체 간 교류 뿐 아니라 사회, 문화적 차이의 폭을 좁히는 단초를 마련한 자리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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