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떻게든 결과는 나왔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대학원신문 335호의 편집 마감일과 발행일 사이인 9일,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때문에 대학원신문은 국민의 선택을 받은 새 시대의 얼굴을 1면에 실을 수 있는 타이밍을 아쉽게도 잡지 못한다. 그러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새 일꾼을 맞이하기엔 정신없이 촉박한 선거 준비 기간이었고, 누가 당선되더라도 앞으로 걸어갈 그 길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적폐청산을 얘기하는 이 시기에 대통령은 정치·외교·안보·노동·복지·환경 등의 정책에서 그 어느 때보다 구시대적 프레임을 벗어난 탄탄한 논리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몇 주간 대선을 앞둔 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은 ‘혁신’과 ‘막장’ 사이를 오갔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저마다 ‘새로움’을 입에 올렸지만, 제대로 된 정책 대결 없이 진흙탕 같은 네거티브 선거운동만 난무했다. 후보자들의 능력과 자질을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인 TV 토론회는 철 지난 색깔론과 경쟁 후보에 대한 흠집 내기로 마무리됐고, 유권자들의 한숨만 나오게 했다.


  준비 기간이 짧은 선거인만큼 후보자들은 더욱 자극적인 제스쳐로 유권자를 현혹했다. 지난 3일 SBS 8시 뉴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 인양 시기와 관련해 해양수산부와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가 기사 삭제 및 사과했다. 대선 시기에 맞춰 세월호 사건까지 이용되는 것에 대해 후보자들은 문제의식을 느끼기는커녕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이어갔다.


  가짜뉴스도 모자라 허위 여론조사 결과도 SNS에 쏟아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이 지난 대선과 비교해 온라인상에서의 선거법 위반 건수가 5배 정도 늘었다고 한다. 이런 혼란 속에 정작 중요한 특정 후보의 ‘성범죄 모의’ 문제, 대선 후보로서 부족한 ‘성 소수자에 대한 인권의식’ 등은 논외로 밀려났다. 게다가 새로운 보수당을 표방하던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들은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집단 탈당해 막말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며, 자신들이 내세운 ‘새로움’을 부정했다. 이전 정권으로 흠집이 난 보수정당들은 여전히 정권 획득에만 관심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제대로 된 견제자의 역할을 하겠다는 성숙한 정치인의 태도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한 인터뷰에서 어느 유권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모두 큰 기대가 없다. 제발 상식적인 사회에서 살고 싶다.” 웃음이 나는 말이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요샛말로 “웃프다.” 너도나도 ‘새 시대’를 연다고 하는데, 국민이 그에 대한 ‘기대’를 하는 것은 여전히 ‘너무 큰 욕심’이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새로 운 5년은 유권자들이 고민 어린 선택을 할 수 있는 ‘상식적인’ 정치인들만 등장하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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