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상 / 사회학과 석사과정

[원우발언]

연구공간에 대한 단상

서준상 / 사회학과 석사과정

  이번 학기부터 과대표를 맡게 되었다. 대표를 맡으면서 가장 많이 신경 쓰였던 문제는 바로 법학관 인문사회대학원 연구공간이었다. 본부가 원생들을 위한 연구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뚜렷하게 일이 진척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표를 맡는 학기에도 지난한 상황이 반복될까 봐 벌써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내가 대표를 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간 확보 및 기자재 배치가 모두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제 학과별로 공간을 얼마만큼 배정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할 일만 남았다. 이번 월례회의에서 내가 속해있는 학과는 생각보다 많은 좌석을 배정받았다. 대표를 맡은 나로서는 원우들을 위해 공간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우선 한 시름 놓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공간 배정은 한정된 파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논의가 공간 배정 문제로 접어들게 되면, 왜 파이가 ‘작은지’에 대해서 의문을 삼기보다 자신이 어느 정도 지분을 가져갈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부족한 연구공간, 더 나아가 학과별로 자체적인 연구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본연의 문제의식은 희석될지도 모른다. 새로 마련된 연구공간은 여전히 수많은 원생들을 수용하기에 충분치 않았고, 학과별로 자체적인 연구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요원하기만 했다. 개별 학과 차원에서 좌석을 많이 배정받은 것에 단순히 만족할 수 없었던 이유다.
  한양대, 연세대, 경희대 등 많은 대학원의 인문사회계열은 학과별로 열람실이나 연구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 당연한 것이 우리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당연하지 않은 현실이 계속되면 그것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된다. 지정석 추첨에 떨어져 ‘보부상 대학원생’의 삶을 살아야 했던 시간에도 난 내가 느꼈던 불편함이 온당치 못하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당연한’ 현실이었으니까.
  한편으로 나는 학과 구성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 없다는 사실 그 자체에 아쉬움을 느낀다. 수업이 끝나고 나면 따로 약속을 잡지 않는 이상 사람들을 볼 기회가 많지 않다. 그저 서로 얼굴을 맞대고 각자의 생각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러한 바람마저 내 남은 대학원 생활의 희망사항으로 그칠까봐 우려스럽다.
  학과별 연구공간은 대학원생에게 기본권의 문제다. 안정적인 연구공간 없이 유동적인 삶을 살아내야 하는 대학원생에게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이라는 기치는 헛된 기표에 불과하다. 그간 대학원 등록금이 꾸준히 인상되어 온 것만큼 연구환경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정 학교가 발전하길 원한다면 기본 조건부터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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