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혜 / 신문방송학과 석사

 원우연구: 『노년 세대의 갈등유형과 소수자 미디어 교육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들뢰즈와 가타리의 소수자론과 푸코의 주체 구성론을 중심으로』 장유정 著 (2016, 신문방송학과 박사 논문)

  본 지면은 원우들의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2016년에 나온 신문방송학과 장유정 원우의 학위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토론문]

노년 세대와 공존하기 위한 소수자 미디어 교육

박지혜 / 신문방송학과(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

   총 인구에서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의미하는 고령화사회에서 노인이 다수자가 아닌 소수자라고 지칭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어불성설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가 주장한 소수자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히 수적인 측면에서 많고 적음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소수자란, 고정화되고 표준화된 존재가 아닌 ‘-되기(becoming)’라는 과정을 통해 차이의 생성을 만들어가는 존재를 의미한다. 연구자 장유정의 논문에서는 이러한 질적 접근을 통해 다수자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는 노년 세대를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능력이 부족한 사회적 소수자로 상정하고 있다. 그리고 세대 간이나 계층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장으로서 그들이 경험하는 미디어 교육 현장을 언급하고 있다. 즉 노년 세대가 미디어 교육이라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배움으로써 기존에 머물렀던 수동적인 삶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고,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노인’이 아니라 사회에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성원’의 지위를 다시 획득하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사유를 바탕으로 노년 세대의 긍정과 부정 담론을 분석한다. 그것을 통해 매스미디어에서 그려지는 노인의 무능한 모습과 현실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노인에 대한 편견이 세대 갈등의 핵심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온라인 문화가 일상의 중심이 되는 청년 세대에게 디지털기기에 능숙하지 못한 노인은 자연스럽게 소외 당하는 처지에 놓인다. 이 때 미디어 교육은 노년 세대와 청년 세대의 거리를 줄일 수 있는 기회이자, 나아가 세대갈등까지 해소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노년 세대를 대상으로 진행되는 교육과정을 안타까워하는 장유정 연구자의 의견에 매우 깊이 공감한다. 노년 세대들은 그들이 원하거나 필요한 교육 대신에 센터에서 미리 구성해놓은 교육과정을 중심으로 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교육센터에서는 단순히 문서나 동영상을 편집하거나 디지털기기를 활용하는 교육이 주로 진행되며, 미디어 리터러시 자체를 함양하는 교육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특히 요즘처럼 노년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가짜뉴스가 SNS를 통해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의 부재는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존재한다.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노년 세대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이 연구에서 특히 주목했던 대상은 소수자로서의 중첩성을 지닌 노인여성이다. 노인여성들은 청년에 대비되는 노인의 소수성과 함께 여성이라는 소수성까지 중첩된다. 이 때문에 노인여성은 젠더와 다문화 고부, 세대 갈등을 조우하게 되는데, 이는 노인여성이 지금까지 지내왔던, (한편으로는) 처한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노인여성이 살아온 시대에서는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존중하기보다는 가정과 남편을 인내하는 아내이자 자식들에게 헌신하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시되었다. 그들에게는 전통규범에 순종하고 이를 지켜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인여성들이 마주한 젠더, 다문화 고부, 세대 갈등상황은 단순히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해있는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갈등상황에 처했던 이들이 미디어 교육을 조우하며 변화함에 주목한다. 가부장적 규범에 갇혀 살던, 가사와 육아에 시달리던,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던 이들은 미디어 교육을 받기 위해 밖으로 외출하면서, 미디어 교육을 받으면서, 잃었던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즉, 미디어 교육은 이들에게 기존의 관습을 깨고 잃어버렸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활동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에서 언급된 모든 갈등상황에서 ‘서로 간의 불통’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이를 ‘미디어 교육’이라는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은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다문화 고부갈등의 경우 선정된 연구 참여자 중에 외국인 며느리를 맞이한 연구 참여자와 결혼이주 여성인 연구 참여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폭넓은 연구결과가 도출되지 않은 점도 매우 아쉽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이 젠더와 다문화 고부, 세대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으며, 현상학적 방법을 통해 미디어 교육 경험으로 노년 세대가 새로운 주체로서 성장하고, 그들만의 문화를 형성하고 있음을 본질적으로 밝혀낸 점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더불어 노년 세대에게 미디어 교육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앞으로 미디어 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제시한 점은 현재 진행되는 노년 세대의 미디어 교육 교육과정에 대해 다시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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