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정 / 신문방송학과 박사

원우연구: 『노년 세대의 갈등유형과 소수자 미디어 교육 경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들뢰즈와 가타리의 소수자론과 푸코의 주체 구성론을 중심으로』 장유정 著 (2016, 신문방송학과 박사 논문)

  본 지면은 원우들의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2016년에 나온 신문방송학과 장유정 원우의 학위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연구]

노(老)티즌을 넘어선 웹버족의 시대로

장유정 / 신문방송학과(현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

“저는 여기 당신의 세계를 배우고 제가 줄 수 있는
도움을 주기 위해 왔습니다.” 영화 <인턴> 中

   ‘경험 많은 70세 인턴, 열정 많은 30세 CEO’ 2015년 가을에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인턴’의 슬로건이다. 이 영화는 연륜과 경험, 그리고 심리적 여유까지 무장한 만능 노신사 ‘벤’이 인턴사원으로 입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벤’의 인턴 생활은 짐작되듯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그러나 ‘벤’의 소통 방식은 영화의 큰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끌어가는 힘이 되어 관객들에게 ‘힐링’의 정서를 이끌어 낸다.
   2000년대 들어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는 어느 국가 보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 고령화는 개인의 삶의 방식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 속 인물 벤은 은퇴 이후의 삶을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대처를 통해 타 세대와의 상호작용을 시도하며 이것으로 그의 존재를 확인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갈등은 예측 가능한 사회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단순한 세대 갈등을 넘어선 서로에 대한 다각적이고 진보적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수자 미디어 교육으로서의 노년 세대 활용

   본 연구에서는 노년 세대 세대갈등의 유형별 소수자 미디어 교육의 경험을 본질적으로 밝혀내기 위해 미디어 교육 경험이 있는 연구 참여자의 심층 인터뷰 자료를 가지고 ‘무스타카스(1994)의 연구방법’을 적용해 분석했다. 여기서의 초점은 연구 참여자들이 어떠한 계기로 미디어 교육에 동참하게 되었고, 미디어 교육으로 인생의 노년기에 어떠한 변화를 겪고 있는가에 대해 그 의미와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다. 고령화 시대에서 노인 세대는 더 이상 소수자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사회적 소수자로 구분하는 것은 ‘미디어 이용’에 있어서는 노인 세대가 소수자적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분석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미디어 교육에 대한 움직임은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필요성을 인식한 자발적인 것이었다. 소수자적 위치의 노인 세대 갈등유형은 가부장 규범 내에서의 노인여성 문제, 세대 갈등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헌신한 노인여성의 인식이 변화하고, 그로 인한 전통적 가부장 규범에 대한 저항이 나타났지만 자발적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구결과 노인여성은 아직 ‘어머니’라는 사회적 역할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분적 젠더의 ‘해방과 평등’은 이루어질 수 없다. 보다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동반되고, 그에 따른 희생을 감수해야만 그들이 투쟁하고 있는 갈등의 본질적 의미가 드러난다.
고령화 시대, 노인 이미지는 청년 세대의 짐이라는 측면에서 세대갈등에 관한 재현, 다문화가정의 편견을 부추기는 재현으로 범주화하여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체적으로 고령화 시대의 소수자에 관한 미디어 재현 방식은 부정적 측면이 많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디어를 통해 생산되는 노인에 관한 부정적 인식과 고정관념은 노인 차별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성이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최근에 매우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노인에 관한 재현이 긍정적인 측면으로 조명되고 있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이는 노인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예고한다.
  

 
 

  더불어 세대갈등은 주로 소통의 부재와 불통이 원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세대갈등 해소를 위해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이해와 공감의 감정적 교류가 시급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 중에는 세대 간 갈등의 해소를 위해 미디어 교육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감정으로 만나는 영상 스토리텔링(사진과 영상으로 소통하기)’에 참여하여 세대 간의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게 하기 위한 치유의 프로그램에 동참하는 실천을 시도함으로써 갈등의 지형에 변화를 주고 있었다. 또한, 다문화가정의 노인여성과 며느리의 관계에 관한 재현은 대체적으로 못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 주제로 그려지고 있어, 노인과 여성이라는 이중의 소수자적 정체성을 지닌 노인여성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는 동기로는 은퇴로 인한 노인들의 ‘역할 상실’이라는 현실과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즉, 단순히 기기를 조작하는 법을 익혀 세대 격차를 해소하고자 하는 동기뿐만 아니라 갖고 있는 미디어적 지식을 확장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기 위해 시작한 경우도 있다.

차이의 생성, 디지털로 소통하는 ‘신노년’

   생산적인 노인의 변화는 고령화 사회의 핵심적인 주제라 할 수 있다. 노년 세대의 인터넷 이용은 노인의 개인적 복지 향상은 물론이고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부정적인 노인담론에 대한 저항과 도전의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웹버족’이란 디지털 라이프를 즐기는 시니어 계층을 말한다. 인터넷은 노인 세대에게 다양한 교육을 비롯해서 자연스러운 사회적응을 위한 정보 역시 풍부하게 제공하는 수단이다. 인터넷을 이용한 다양한 콘텐츠의 공유는 노인들이 고령화에 주눅 들지 않고 세상과 적극적인 소통을 가능케 하는 측면에서 고령화 사회의 키워드이다. 또한, 노인여성 연구 참여자들 중 기자로서의 활동을 통해 형성된 새로운 관계망은 그들이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사회적 약자의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있게 하는 힘을 생성한다.
   더불어 ‘신노년’의 의미를 긍정적인 측면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고령화 사회는 노인층에게 청년 세대의 상징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라는 암묵적 압력을 행사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 연구 참여자들은 소통의 부재에 갇혀 있을 거라는 선입견에 정면으로 도전한다. 참여자들은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자아실현의 기회로 삼아 제3의 인생,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신노년’의 주체로 성장하게 된다.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elix Guattari)의 사유 속의 모든 존재와 기계는 하나의 고정된 무엇이 아닌 그것을 구성하는 발생적 측면의 요소로 이해해야 하는데, 이른바 생성과 배치의 관점으로 미디어 교육은 ‘차이’를 도출해 내는 욕망하는 기계인 것이다. 고령화 사회 안의 노인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의 시선으로 보호받을 대상으로서가 아닌 ‘소수자-되기’를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주체로서 인식되어야 한다. 연구 참여자들은 미디어 교육을 통해 습득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활용함으로써 청년 세대와 이전과는 다른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있었다. 이는 세대갈등 극복을 위한 가장 생산적이고 주체적인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영상미디어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미디어 교육을 받은 후, 생산적 활동을 중단하지 않고 영화 만들기로 그 보폭을 넓힌 것이다. 물론 영화제작, 뉴스 취재와 같은 활동으로 소수자 미디어 교육이 긍정적으로 실천되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 보다는 그들이 영화 한 편, 기사 한 꼭지를 만들고 작성하기까지 나름의 접점에서 다양한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고 있음에 집중해야 한다. 이들의 관계 맺기의 접점 속에 미디어 교육의 모든 콘텐츠가 융합되고 그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미디어 교육을 통한 영상제작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대중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됨으로써 사회적인 소외와 상대적 박탈감, 세대 간 소통의 장벽에 물러서지 않고 적극적 대응이 가능해 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은 또 한편으로 이른바 ‘신노년’의 주체로의 성장을 통해 나름의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노인들의 인식 전환에 기반이 된 ‘노인 시민성’이다. 노인 시민성은 절로 갖추어지는 것이 아니라, 교육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영상과 접목된 미디어 교육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배제와 소외의 대상으로서의 노인이 아닌 시대의 동반자적 인식 전환을 이끌어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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