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우연구] 『장편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 제작보고서』 조세영 著 (2016, 영상학과 석사 논문)

  본 지면은 원우들의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2016년에 나온 영상학과 조세영 원우의 학위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저자 인터뷰]

이제부터 ‘댄스타임!’

 

■ 꺼내기 어려운 소재들로 영화로 만들게 된 이유가 있는지

  대학교 4학년 때 우연히 독립다큐멘터리 조연출을 하게 되면서, 별다른 의문 없이 바라봤던 이 사회가 누군가에게는 잔혹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이후 여러 다큐 작업을 통해 다양한 상황에 놓인 여성들을 만나는 시간들은 나 역시 이 사회가 묵인한 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임을 깨닫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국가 정책, 주변의 사회적 시선이나 윤리적 잣대들은 여성들을 휘두르며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그 고통의 목소리를 듣고, 사회의 모순을 드러내는 것이 다큐멘터리의 역할이라 느꼈다.

■ 어떻게 인터뷰이들이 카메라 앞에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했는가

  다큐멘터리 <자, 이제 댄스타임>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플랫폼의 역할에 충실한 작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낙태를 다루는 다큐멘터리를 만든다’는 소문을 주변에 많이 냈을 뿐, 누군가를 설득하여 출연시킬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소문을 듣고 인터뷰이들은 당시의 기억이나 그로부터 시작된 일련의 사건들과 감정들을 나눠보고 싶어 조용히 연락을 주기도 했다. 정 연락할 사람이 없으면 연락하라고 한 지인들도 있었다.

  이외에도 출연하고 싶은 의지를 보였으나, 인터뷰 이전이나 이후에 제작진의 판단 하에 출연을 막은 경우도 꽤 있었다. 낙태 경험을 공적으로 말하는 것이 본인의 일상에 미칠 수 있는 위험성을 고려해봤을 때, 이는 제작진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촬영 당일에는 감독 및 촬영 스태프들은 인터뷰이가 충분히 얘기할 수 있도록 그 날의 모든 스케쥴을 비우고 인터뷰 시간을 최대한 길게 가졌다. 사실 인터뷰어로서 질문을 했다기보다, 경청자로서 촬영에 임했다고 볼 수 있다. 제작진과 출연자는 그동안 서로를 필요로 하다가 작품을 통해 만나게 된 것 같다.

■ 재연 배우를 통해 극의 형식으로, 낙태를 바라보게 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우선 인터뷰로만 구성된 다큐멘터리가 관객에게 다가가기 쉽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리고 만약 실제 사건 현장이 영상으로 나오면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경험으로 보이거나 고발성의 다큐멘터리로 보일 여지가 컸고 이는 기획의도와 맞지 않았다. 따라서 시각적 구성으로써 극의 형식을 차용했다. 그리고 극의 여자 배우가 현재를 살아가는 실제 인물이라는 측면에서 마지막에 다큐 출연자들과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영화 외적으로는, 다큐출연자들이 출연을 번복할 경우를 대비한 방책이기도 했다. 물론 법적인 문제의 소지가 없도록 촬영동의서를 받지만, 제작진과 출연자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다큐멘터리에서 동의서가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다.

■ 왜 <자, 이제 댄스타임>을 제목으로 했는가

  이 영화는 ‘낙태’라는 키워드를 통해 여성의 몸에 붙어있는 억압을 한 꺼풀씩 벗기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처음으로 낙태 당사자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공적인 발화를 한 것이기도 하다. 불편한 옷을 입을 상태에서는 춤을 추기가 어렵다. 그녀들의 이야기가 영화와 함께 모두 마무리된 후, 우리의 몸이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때가 오길 바라며 영화의 마지막에 ‘자, 이제 댄스타임’이란 제목을 띄웠다.

김혜미 편집위원|hyemee7299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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