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맘인스누(mom in SNU) 이진화 대표

인터뷰 ② 서울대학교 맘인스누(mom in SNU) 이진화 대표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바를 적용하는 양태는 다양하다. 연구실에서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이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이도 있다. 시민의 사회참여는 당연하다지만, 학생이 공부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많다. 활동가들은 일상과 사회운동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학생으로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상기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대한민국에서 ‘부모학생’으로 산다는 것

 

■ 맘인스누가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 달라
서울대 안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부모학생)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이다. 초대 대표 서정원 씨가 2012년경 지인들과 소그룹으로 시작해 지금은 200명 안팎의 인원이 모인 큰 규모가 되었다. 주로 단체 대화방을 통해서 소통한다. 서 대표는 작년 9월에 유학을 갔고, 내가 차기대표가 되었다. 학부생, 대학원생 관계없이 자녀가 있으면 참여 할 수 있다.


■ 맘인스누의 주요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나
여러 가지 활동이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부모학생법’을 발의한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출산과 육아를 장려하면서도 20-30대 대학(원)생들의 육아 문제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미미하다는 생각에서 구체적인 법안 마련의 중요성을 느꼈다. 관악구 유기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을 통해서 맘인스누가 서울대 내 부모학생의 경력단절 현황 등의 자료를 공유하며 임신과 출산, 육아를 위한 휴학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부모학생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당장 큰 강제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임신으로 인한 불이익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는 데서 큰 의미가 있다. 2015년 이 법안을 발의하는 것이 맘인스누에게는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 그와 같은 맘인스누 활동으로 인해 교내에 직접적 변화가 있는가
일단 ‘수유실’이 생긴 것이 눈에 띄는 변화다. 지역 국회위원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전달한 결과, 2015년 말 학교 잔여 예산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단과대에 ‘수유실’을 설치하도록 하는 예산이 편성됐다. 물론, 서울대는 국립대라서 국정감사가 겹쳐 가능했던 일일 수도 있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수유실 하나를 시작으로 지금은 서울대 캠퍼스 안에 걸어서 10분 거리마다 수유실이 갖춰졌다. 현재 교내에는 19개 정도의 수유실이 있다.


■ ‘수유실’이 있는 학교는 생소하다
수유 과정은 젖먹이 아이가 있는 학생들에겐 가장 곤란한 일 중 하나다. 젖을 당장 먹이지 못하더라도 유축을 해줘야 하는데, 마땅한 장소가 없으니 화장실에서 유축을 하고 상하지 않도록 아이스팩을 가지고 다녀야 한다. 무거운 유축기나 아이스팩을 들고 다니더라도 유축 할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갖춰진 곳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에게 먹일 젖을 화장실에서 짜게 되는 것이다. 공용 화장실은 위생도 문제지만, 유축기의 소리도 매우 커서 개인적이어야 할 행동이 많은 사람에게 드러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도 심하다. 지금 서울대에 설치된 수유실에는 냉동실, 깔때기를 씻고 소독하는 시설, 유축기 전원을 연결할 수 있는 콘센트, 소파와 테이블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다.


■ 중앙대는 부속 유치원이 있지만 부모학생 배려 항목이 있지는 않다. 교내 다른 보육시설 현황은 어떤가
서울대는 직장어린이집(어린이 보육 지원센터)이 있다. 원래 학생보다는 교직원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어쨌든 원생의 절반 정도는 학생 자녀 T.O.가 있다. 대학원생 자녀들은 보통 4-5세로 어리고, 교직원들의 자녀가 6-7세로 많은 편이다. 가장 어린 3세 반이 경쟁률이 치열하나 입학생 T.O.는 어느 정도 비율이 맞는 편이다.


■ 보육 시간에 부모학생의 시간을 고려해 주는가
직장 어린이집이라서 오전 8시 반에서 저녁 7시까지는 법으로 지정된 보육 시간이다. 행정직원들 근무시간인 저녁 6시까지는 담임교사가 돌봐준다. 대학원생의 일과가 그 시간에 끝나는 것은 아니지만 동네 어린이집이 오후 2-4시쯤 끝나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 ‘맞춤형 복지제도’ 도입으로 대학원생이 탁아시설을 이용하는데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 고 있다
그렇다. 전일제 보육을 이용하려면 ‘맞벌이’ 인정이 돼야 한다. 동사무소에서 시간제 보육과 전일제 보육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결정해준다. 대학원생의 경우, 재학생까지는 재학 증명서로 맞벌이 증명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연구생이나 파트 타임 학생에 대해서는 맞벌이 인정기준도 모호하고, 증명도 쉽지 않다.
 

■ 대학원생들도 맞벌이를 증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나
많은 부모학생들은 교내 연구소명으로 풀타임 연구원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 하거나, 지도교수 인정서를 받아 학기마다 제출한다. 그런데 연구원이라도 계좌에 입금된 내역이 ‘장학금’이란 명칭이 아니어야 한다. 즉, 장학금은 일을 하고 받는 돈인데도 근로소득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말이다. 결국 대학원생 맞벌이 문제는 대학원생의 근로성을 보장받는 문제와도 연결돼 있고, 이에 대한 인식변화와 제도 개선이 되면 함께 해결될 문제다.


■ 대학원생들은 연구원, 강사로 활동하며 오히려 너무 많은 일을 하지 않나
국가적으로 시행되는 모든 공적제도에서 대학원생은 ‘괄호’의 영역이다. 그나마 맞벌이 기준에 대학원생 ‘재학생’이라는 한 단어를 인정받기까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등의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러나 수료생들은 여전히 제도의 사각에 있다. 한 학기에 14시수나 되는 강의를 병행하며 정신없이 살아도, 그 ‘바쁨’이 맞벌이의 기준에 해당이 안 된다. 그렇다고 시간강사 신분이 도움 되지도 않는다. 강사에게는 재직 증명서를 발행해주지도 않고, 그나마 일을 증명할 수 있는 계약서에는 “강의 준비, 성적처리와 같은 강의 외 업무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어, 맞벌이로 인정이 안 된다.


■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한 대학 내 여성 연구 인력의 경력 단절 현상은 어떤 편인가
사실, 임용된 교수, 의사들 같은 전문직 여성들도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낳으면 굉장한 약자의 입장에 처한다. 맘인스누 안에도 다양한 부모학생이 있지만, 구성원 중 이공계열의 학생들은 없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런 활동이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처해 있는 현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인문계열은 논문 쓰는데 많은 시간이 들기 때문에 육아로 인해 학업을 좀 쉴 수도 있다 생각하지만, 이공계열의 경우 연구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육아로 인해 휴학을 하면 자기가 연구하던 성과들은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외국사례를 조사해 보면 미국 MIT 같은 경우는 기혼학생들을 위해 6주 신생아부터 보육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의 신생아 보육은 오롯이 엄마의 몫이다. 서울대 어린이집의 경우도 3세부터 등록 할 수 있다. 만일 아이를 돌보느라 학업에 복귀하지 못하는 연구자들이 있다면,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이다.


■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
‘부모학생법’ 이후 사회적 노출이 많은 활동보다는 함께 연대하며 생활 속의 인식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맘인스누 회원들은 한동안 몸이 힘들어도 등교할 때 아이를 일부러 자주 데리고 갔다. 2014년쯤에는 교내 식당에 아이를 위한 하이체어를 설치해 달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작은 일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우리 대학 구성원 중에 자녀 있는 사람이 많구나’하는 인식을 자리 잡게 하는 큰 걸음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이가 있으면 눈치도 보이고, 숨기고 다니는 분위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수업시간에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라는 교수님들도 있고, 도서관 로비까지 아이를 데리고 들어가면 도서관 직원이 책을 찾아다 주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장애인 화장실 칸에 유아 거치대가 설치된 것을 봤다. 특별히 민원을 넣지 않아도 알아서 변화하는 부분이 생겨나고 있어 신기하다. 다른 어떤 것보다 이런 인식의 변화가 가장 기쁘다.
 

■ 중앙대를 비롯한 타 대학교의 부모학생들도 어떻게 하면 이런 활동에 동참할 수 있을까
일단 언제든지 자녀가 생길 수 있는 교내의 기혼대학원생 인원을 파악해, 이 문제의 중요성을 학교에 인식시켜야 한다. 이런 자료를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하는 누군가가 필요하고, 학교마다 특수성에 기반을 둔 활동을 다져야만, 타 학교의 연대도 가능할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는 여성 연구자에게는 많은 사람의 실질적인 도움 못지않게 정서적 지지도 중요하다. 같은 네트워크 내 사람들에게 정서적 연대감을 느끼는 과정이 많은 부모학생들이 끝까지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게 하는 큰 힘이 된다.
 

정리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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