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았다. 이 장면!]

뛰는 과학수사 나는 용의자

 
 
  “상우 어머니, 상우 안 보고 싶으시죠?” 수화기 너머로 ‘그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이를 다시 보고 싶으면 현금 1억을 준비하라고 한다. 물론 경찰에 신고하면 안 된단다. 아들을 납치한 유괴범과 유명 앵커 한경배의 44일 간의 추격을 그린 영화, <그놈 목소리(2007)>의 한 장면이다. 이 영화는 1991년 발생한 ‘이형호 군 납치 살해 사건’이라는 미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사건 당시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 목소리 감정, 필적 감정 등의 수사기법을 동원했다. 목소리 감정은 개인들의 목소리 파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착안, 유괴범의 통화녹음과 용의선상에 오른 후보들을 대조하는 방법이다. 필적 감정은 사람마다 글자 쓰는 습관이 다르다는 것에 주목한 방법이다.

  피해자의 친척 이 모 씨는 목소리 톤이나 모음과 받침 ‘ㅇ’를 붙여서 숫자 ‘6’처럼 쓰는 필적이 유괴범의 것과 비슷하다고 판단되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었다. 이외의 취조 상황에서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지만 사건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잡아내지 못해 최종적으로 혐의를 벗게 되었다. 용의선상에 올랐던 ‘그’가 정말 결백한 것인지, 적절한 대응책으로 수사망을 피해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 위해 1990년대부터 도입된 과학적 수사기법들도 저마다의 한계가 있다. 이 한계점이 거짓말 탐지의 결과가 아직까지 법적효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