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불안정과 복지라는 단어는 익숙한 말이 된지 오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 및 노력들은 여전히 미비하다. 특히 ‘예술’이라는 분야는 ‘노동’으로 규정이 쉽지 않아 개선에 대한 문제의식 공유에서부터 난항을 겪기 일쑤다. 이번 기획에선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정부의 지원사업 및 정책이 어떻게 현장의 예술강사 및 예술인들을 곤란하게 만드는지, 또 그런 곤란이 고용 불안정 및 복지라는 사회적 문제의식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문화관광부의 예술강사 지원제도 ② 예술인 복지법의 사각

 

문화예술 교육과 예술강사

  정우정 / 문화연구학과 박사수료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예술인들은 ‘고용 불안정’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집회를 열었다. 광화문, 세종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상암동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앞 등에서 열린 집회나 시위들은 문체부 정책 사업 중 하나인 ‘예술강사 지원사업’과 관련한 것이었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예술강사들은 매해 바뀌는 사업 운영방식과 올해 지연된 사업 일정, 강사 재심사 등과 관련한 문제들을 더는 참기 힘들다며, 마침내 피켓을 들었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2000년대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제7차 교육과정 개정에서 음악 교과서 내 국악 비율 40% 상향조정에 따른 전문 인력을 파견하고자 당시 문체부는 1999년부터 시범 운영되던 국악강사풀제를 정식 제도화해 시행했고, 이후 2002년 연극, 2004년 영화, 2005년 무용겦맬?애니메이션), 2010년 디자인·사진·공예 등 8개 분야로 점차 확대해 갔다. 교과 과정의 재편과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추진되기 시작한 이 사업은 이후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시행을 기점으로 ‘예술강사 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제도화되기 시작했고,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사회 문화예술교육으로 양분돼 지원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명박 정부시기인 2008년부터 ‘일자리 창출’ 사업과 연계돼 예산을 확보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양적 성장을 겪었다. 2016년 기준,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정부 예산액만 801억 4천만 원, 소속 예술강사는 5,047명에 이른다. 
  문체부는 지난해 8월, 기존 운영방식이었던 예술강사들의 학교 선택권을 제한하고, 학교가 강사를 선택하는 방식을 시행하겠다고 해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예술강사들은 “점수와 거리에 의해 학교를 배정받고 1, 2, 3지망이지만 일정 부분 강사에게도 선택 권한이 있었던 기존 운영 방식을 왜 갑자기 바꾸겠다고 하는 거냐”고 반발했다.
해마다 예술강사들을 배제한 운영 방식을 변경 발표하는 문체부와 이 사업을 실제 총괄 운영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이미 예술강사들에게 신뢰를 잃은 듯하다. 지난해 말에는 이 사업을 위탁 운영해온 지역 운영단체(광역 문화예술교육센터) 14곳 중 13곳이 사업을 반환하겠다고 나서 전체 운영 계획에 큰 차질을 맞았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어야할 신학기지만, 예술강사들은 아직도 고용과 관련한 심사 중에 있다.

  정책의 모순들

  이들은 왜 이토록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이 사업에서는 세 가지 큰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첫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이 사업이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이중 분류되어 평가받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감사원보고서’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지침상 이 사업은 신규 참여자의 비율이 낮고, 원칙상 2년 이상 참여가 불가하나 계속해오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그러나 특히 교육의 특성에 따르면, 기존 교육자의 반복참여를 제한하고, 신규 교육자를 매해 투입하는 것은 교육의 질이 낮아질 우려가 크다. 특히 이 사업은 초·중·고등학교 공교육을 대상으로 하고,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취약계층의 일반인까지 포함되어 있으므로 더욱 크게 문제시되어야 한다. 정부의 논리에 의하면 교육을 일회적인 일자리 창출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둘째, 근로 시간이나 계약 기간이 실제 근로 시간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 문제는 몇 해 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문제이다. 현재 예술강사들은 1주 근로시간 15시간 미만인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되어 있다. 초단시간 근로자(시간제 근로)는 주휴일은 물론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며, 기간제법에 의한 무기계약직 전환도 적용받을 수 없다. 이러한 조건에도 예술강사들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장기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므로 10개월 단위로 재계약하고 있다. 10년 넘게 4만 원으로 동결 됐던 시간당 강사료는 올해 4만 3천 원으로 인상 됐다. 그 시급에는 수업 준비 시간과 교통비, 일지작성, 교육 연수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반대로 말하면, 실제 근로 시간이 반영되지 않는 시급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겵?고등학교 수업의 정규 수업시간 40-50분은 온전히 학생들을 만나는 교육에 사용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수업 일지작성을 비롯한 강의 계획 등의 준비 시간은 수업 열외 시간에서 사용되는데, 이에 따른 고려는 전혀 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연극 분야 문화예술교육에 9년째 참여하고 있는 강사 A는 “‘막노동’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 문체부라는 원청과 진흥원이라는 하청에 고용된 일용 잡부 같은 느낌이 든다”며, “막노동은 그 시간만 쓰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하청’ ‘잡부’ ‘자존감 저하’ 등의 단어는 많은 예술강사들에게 공통으로 듣는 표현이었다.
  셋째, 강사 체결과 관련한 총 책임자가 불분명하며, 고용주와 근로자 간 소통 구조가 원활하지 않다. 문체부-진흥원-지역별 운영기관의 단계로 내려오는 이 사업의 운영 구조는 정부에 따르면 효과적인 운영을 위한 구조이고, 예술강사들에 따르면 운영 기관의 책임 면피에 해당한다. 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은 지역이기 때문에 중앙 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교육부가 협력하는 사업으로 구축되었으나, 이러한 중층적 근로관계는 노동관계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술강사들은 자신들의 근로조건이나 처우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려 해도, 학교나 지역 운영기관, 교육부, 진흥원으로부터 “그것은 우리의 권한이 아니다”라는 답변만 들을 뿐이다. 예술강사들은 2013년 예술강사 관련 노조 두 곳을 조직해서 노조법에 따른 문제를 제기해왔다. 이후 이 사업을 위탁받은 광역 운영기관이 법적 책임을 물어야 되는 상황에 처하자 지난해 14개 광역 운영기관 중 13곳이 이 사업을 반환하겠다고 해 문제가 더욱 불거진 것이다. 이처럼 상하부 구조에 의해 광역 운영기관의 자율성도 제한하고, 이 사업의 주체가 되는 학생 및 예술강사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는 ‘위로부터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는 실제 고용 관계에서 ‘사용자성’의 불분명함을 이용해 법적 책임까지 회피하고 있다.
  여러 차례 조율 기간을 거치고 있지만, 문체부는 청년층을 우선 선발하고 기존 강사가 반복참여 하는 것을 제한하려 하고 있고, 이에 따라 다수의 기존 강사들이 탈락하고 있다. 수년 동안 평가 기준은 여러 차례 번복되어 왔기 때문에 이러한 탈락에서 ‘자신이 왜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해에서도 당연히 혼란스럽다. 그 기준이 문화예술교육이냐 청년 일자리 창출 사업이냐에 따라 무척 다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청년 일자리도 문제이지만, 한편으로는 예술에 있어서 연령이 높아질수록 빈곤율과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술가는 가난하다’는 인식의 틀은 다수의 빈곤층을 생산하는 구조에 대한 질문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최근 예술을 둘러싼 불공정 계약, 노동 착취, 낮은 임금 책정 등의 문제들은 예술인의 빈곤 문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 사업 역시 법적 효용성을 고려한 계약조건이라는 이유로 예술강사들의 노동이 착취당하는 현실을 무시하고 운영되어선 안 될 것이다.
 
  문화자본을 활용한 경제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사회 예술인들의 담론에도 '노동'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 사업 역시 법적 효용성을 고려한 계약 조건에 따른 노동 착취에 해당한다고 보는 예술강사들의 입장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최근 예술을 둘러싼 불공정 계약, 노동 착취, 낮은 임금 책정 등 이와 같은 문제들은 예술인의 빈곤 문제와 결코 무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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