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리안 / 예술학과 박사과정

[학술탐방]

당신은 나를 ▼ 하지만 나는 당신을 ● 합니다
- 추상적 어휘의 시각화 연구 -

조혜리안 / 예술학과 박사과정

  지난달 5일 ‘불안’을 주제로 한 예술학과 박사과정의 학술행사가 금천예술공장 세미나룸에서 진행되었다. 조혜리안, 정지슬(예술학과 박사과정 예술이론전공)은 2016년 하반기 동안 연구해 온 ‘시각적 언어의 추상화’를 주제로 시각 이미지를 의사소통의 도구로 제안하는 발표를 진행했다.
  시각 이미지인 점‧선‧면‧색채를 언어적 표현이나 감정으로 해석해 내는 연구는 예술분야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도 큰 관심 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단순히 시각적 이미지를 추상적 어휘로 해석해 내는 것만은 아니다. 추상적 어휘를 시각화 하여 언어가 전달 할 수 없는 부분에 있어서 효과적인 언어적 보조 도구로 발전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은 추상적인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보편적인 상황에 상응하는 단어를 선택하여 사용한다. 이런 감정들은 사랑‧우울함‧불안‧행복함‧따뜻함‧거침 등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과연 내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상대방이 느끼는 사랑의 감정과 같을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스토르게(Storge) 혹은 필리아(Philia)적인 사랑인 반면, 나를 향하는 상대방의 사랑의 감정이 마니아(Mania)적 사랑의 감정이라면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향해 뱉는 “너를 사랑해”라는 표현은 서로에 대한 몰이해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두 개의 전혀 다른 느낌을 하나의 보편적인 단어로 묶어보려는 시도는 관계의 균형을 무너뜨린다. 이것은 하나의 예일지 모르지만 감정을 다루는 대부분의 단어들도 이와 유사한 아이러니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이 단어들을 표현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느낌‧경험‧상황이 상대방과 일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그것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상대방과의 거리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는 쉽게 “우리는 생각이 달라” 또는 “우리는 맞지 않아”라고 결론짓는다. 

 
 


  우리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가 살아온 경험, 환경, 교육, 그리고 내가 느끼는 감정이 타인과 똑같을 수 없을 뿐이고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의 복합물인 사고의 차이가 상대방과의 이해의 폭에 있어서 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미국의 미술교육자 베티 에드워즈(Betty Edwards)가 단행본 《Drawing on the artist within(비즈앤비즈, 2013)》에 수록한 32명(15-17세)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일부이다. ‘우울함’이라는 단어와 상응하는 시각 이미지를 각 학생들은 유사하면서도 서로 구별되는 개인적 느낌을 표현하고 있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들이 특정 색채나 이미지를 제한된 어휘로 설명하려는 방식에서 나아가 각 개인이 갖는 느낌이 상이하다는 사실을 통해 타인과의 차이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본 시각 연구는 어휘로 제한될 수 있는 개인적 감정을 시각 이미지로 보완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개발 및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전 세계 6,000여 개의 언어를 뛰어넘어 인류가 갖는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나의 기쁨은 이른 아침 공기 중에 흩어지는 안개처럼 맑고 옅은 회색이다.
  당신의 기쁨은 어떤 색채인가?
  당신의 기쁨과 나의 기쁨은 아마도 전혀 다른 색채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각자의 언어 속에서 차이를 발견하고 다름을 이해하려는 당신과 나의 의사소통은 언제나 다채롭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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