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아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교육팀장

[생태 - 인터뷰]  박아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교육팀장

 

더불어 숨 쉬는 세상을 위해

 

 

 말 못하는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 대신 목소리 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Korea Animal Rights Advocates)는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캠페인과 교육, 법·제도 개선에 힘쓰며 ‘동물보호교육활동’을 일으키고 있다. 카라의 박아름 교육팀장을 망원동 카라 ‘더불어 숨 센터’에서 만나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 최근 SNS를 통해서 많은 동물학대 사례들을 접하게 된다. 이런 사례가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늘어났다고 보기보다는, 이미 일어나고 있던 일들이 다양한 매체로 외화되고 있다고 본다. 아직 우리나라는 동물을 생명으로 여기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많이 부족하고, 실질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동물보호법도 매우 허약한 상황이다. 예를 들면 동물이 직접적으로 구타를 당하는 사진이나 증거자료를 발견해도, 실질적으로 출혈이 있거나 상해가 발견되지 않으면 무혐의가 된다. 또 긴급격리조치를 한다 해도 3일이 지나면 주인의 요구에 따라서 돌려줘야 하는 한계가 있다.


■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동물보호법은 외국의 경우와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가.


 법의 최고형량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조치와 실질적인 구제 방안이다. 동물을 몰수, 보호하고 입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에서는 몰수형을 운영해서 학대동물을 구조할 수 있고, 3년, 5년, 평생 소유금지의 단계를 두어 재발 가능성을 낮추는 것으로 학대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총으로 쏴서 죽인 증거가 발견되어도 최고 500만 원의 벌금형이 나온다. 이것은 판결을 내리는 입장에서도 웬만한 동물학대 사건을 유죄로 판결하기가 어렵고 다양한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동물복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연구가 오래된 나라의 경우, 학대의 기준이 애니멀 호딩(animal hoarding, 키울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것), 동물을 굶기는 것 등으로 세분화된다. 그런데 한국은 신고를 받고 처리하는 담당공무원이 세밀한 인식을 가질 만한 실정법이 없다. 결국, 입법적인 부분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


■ 얼마 전,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개 농장 실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를 통해 유기견 문제, 한국 애견문화의 심각성이 논란이 되었다.


 ‘반려동물’이라 불리면서 인간의 의도대로 생산되는 동물이 많은데, 가장 심각한 게 개, 고양이다. 특히 개는 우리 사회에서 책임 있게 ‘평생 반려’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가 물건처럼 ‘공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그 어두운 그림자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개 농장이다. 그렇게 공급된 개들은 누군가 ‘폐기’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는다. 또 모견(母犬)들은 쉼 없이 새끼를 빼는 기계처럼 살다 간다. 동물이 고유한 욕구와 필요를 갖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생명’이라고 인식하며 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또 한편에선 펫숍에서 동물을 쉽게 구입하고, 위기가 닥치면 동물을 포기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성숙하지 못한 반려문화, 즉, ‘애완’동물로 ‘소비’하는 문화가 앞의 과잉공급과 합쳐져서 많은 유기동물을 양산하고, 일상적으로 안락사시키는 문제로까지 이어지게 한다.


■ 개 농장의 또 다른 문제로 식용 개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개 식용 문화가 남아 있는 중국, 베트남, 한국, 아시아 3국 중 베트남, 중국도 개 농장은 없다. 1인 1견을 법으로 정하고 있는 중국은 주로 유기견들이 개고기로 유통된다. 물론 그것도 슬픈 일이지만, 개를 식용가축화해서 기르는 것은 한국이 유일무이하다. 식용 개의 수가 수천 마리에 이르며, 업자들이 이 사업을 통해 수억 배의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강력한 믿음을 보이는 이유는 개를 키우는데 돈이 안 들기 때문이다. 개 농장의 사례처럼 그 수많은 개에게 주는 것은 쓰레기와 다름없는 상태의 먹이다. 사료 값은 거의 안 들고, 들어가는 비용은 대부분 항생제 값이다. 그러니 비용 없이 매우 쉽게 생산 가능한 것이다. 사실, 이런 순환으로 돈을 잘 버는 구조이기에 실제적으로 개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업자들끼리의 가격 올리기 싸움일 뿐이다.


■ 그러나 한국은 개고기 문화라는 입장에서 식용 개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취하지 않나.


 우리는 개 식용 문제에 반대하는 것이 매우 감정적이고, 외세가 우리 문화를 공격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개고기를 먹지 말자고 하면 항상 논점이 흐려지는 것이 문제인데, 소, 돼지 같은 다른 가축들이 개보다 중요하지 않아서 개고기만 먹지 말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앞서 말한 맥락에서 철폐해야 할 관습과 변화해야 할 문화를 고민하자는 것이다.


■ 우리 주변의 가장 익숙한 동물 중의 또 하나가 길고양이다. 이를 혐오하고 학대하는 사례들도 보인다.
 

 간혹 길고양이가 싫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고양이를 없애면 되겠지 생각하는데, 이것은 어리석은 발상일 수 있다. 그 고양이가 없어지면 거기는 주변 고양이들이 노리는 ‘빈 영역’이 되기 때문에 곧이어 다른 고양이로 채워진다. 빈 영역을 만들어줄 뿐이지 고양이를 없애는 효과가 없다. 아스팔트로 땅을 뒤덮어 길고양이의 상위포식자를 다 없애고, 그들을 도심생태계의 상위포식자에 올려놓은 것도 인간이다. 카라는 도시에서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중성화수술 후 방사(TNR, Trap-Neuter-Return)’를 지원· 캠페인하고 있다.


■ TNR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려 달라.


 TNR은 우리 동네에 사는 고양이가 영역을 지키면서도 과도하게 번식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 중의 하나다. 그러나 아무나 무분별하게 중성화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그 지역 길고양이들의 무리영역(colony), 건강상태 등을 파악한 봉사자(caretaker)들이 수술 후, 무리로 돌아간 길고양이들이 영역에서 도태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한다.


■ 우리 사회는 아직도 ‘동물권’이라는 말이 낯설다.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동물들의 고통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규모 인명 살상에 크게 충격을 받지만 현재 동물들에게 그것은 너무나 일상적이다. 그 막막한 상황을 공감하는 데에 이 운동의 출발점이 있다. 다음으로, 동물권의 문제는 우리사회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에 대한 문제이다. 현재 동물에게 가하는 폭력들이 과거에는 사람이 사람에게 했던 것들이다. 지금은 사회가 그렇게 하지 않는 것으로 변화했다면,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가 동물들에게도 그렇게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또한, 인간의 잔인함, 폭력성은 동물들에 그치지 않고, 여전히 인간들에게도 연결되는 문제이다.


■ 그런 의미에서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사회변혁에도 참여하고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동물의 문제는 지구 전체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온난화에 영향을 주는 온실가스만 보더라도 자동차 배기가스보다 공장식 축산에서 나오는 게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이 문제는 곡식의 과반수를 소에게 먹여 생산된 고기를 한쪽에서 소수가 과도하게 소비하는 영양과잉을, 또 한쪽에서는 영양부족(기아)을 초래하는 축산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하는 것으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동물권은 보통 사람과 다른 동물의 윤리적 관계로만 이야기되나, 사실 그 뒤에는 동물산업복합체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과 동물의 관계가 잔인한 소비자와 비참한 피해자로 고착되고 있는 현실이 숨어 있다.


■ 시민들이 ‘카라’ 같은 단체와 뜻을 함께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있는 곳부터 하나씩 변화시켜나가고자 하는 시민들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욕망에 기반 하는 과도한 소비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가급적 모피나 털 장식이 된 옷과 제품을 사지 않기, 대안적 소비를 고민하는 것,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입양하기,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샴푸·세제·화장품 이용하기, 동물복지축산 마크가 있는 계란을 구매하기 등이 가장 소중한 연대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뉴스레터를 신청해서 입법적인 문제에 참여를 요청할 때 서명이나 관심을 가져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현재 20대 국회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해 관심을 가져주면서 자신의 지역구 정치인에게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국가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동물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약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일 것이다. 인간도, 인간 아닌 동물도 약자로 살기는 녹록치 않은 대한민국이다. 그래도 가끔은 쌀쌀해지는 날씨를 느낄 때, 대학원 화단 앞 길고양이 가족이 보낼 겨울도 떠올려 주기를.


정리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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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아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교육팀장
카라 홈페이지 https://www.ekar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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