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2012.

반사된 혐오가 혐오스럽다고 외치는 당신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치즈코 지음, 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2012.

 
 

일본의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는 탁월한 페미니즘 입문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2016년 연달아 터졌던 강남역 살인사건과 <메갈리아> 티셔츠 해고 사건 등으로 표면화된 여성혐오 이슈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많은 이들에게 읽혔다.

남성은 자신의 성적 주체화를 이루기 위해 여성을 대상화하는 ‘환상’을 품는다. 이는 마치 에드워드 사이드가 명쾌하게 정리한 오리엔탈리즘, 즉 ‘동양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서양의 지식’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우에노는, 여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남성들의 담론은 실상 ‘남성의 성환상’에 불과하며, 그 안에 진짜 여성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여성을 지배하고 소유한 뒤 “너도 좋았잖아”라는 한 마디까지 던지고 싶어하는 남성들의 태도가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꼬집는다.

우에노는 여성혐오가 남성뿐 아니라 여성에게도 작용한다고 말한다. 남성이 여성에 대한 꿈을 꾸는 동안 여성은 자신이 철저히 대상화되는 현실과 조우하고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로 귀인한다. 남성이 성적 주체의 위치에서 여성을 멸시하는 동안 여성은 자기 자신을 혐오한다. 최근 남성의 혐오표현을 미러링하여 남성에게 되돌려주는 뭇 커뮤니티의 언행을 불쾌해하는 남성들의 태도는, 오랜 기간 동안 성적 주체로서의 권위를 지키며 성적 대상화를 회피할 수 있었던 남성의 기득권이 얼마나 강고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