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취재]

떠나는 영국의 뒷모습을 보는 프랑스의 시선
21세기 유럽을 말한다 - 프랑스에서 바라본 브렉시트

 
 
지난 12일, 302관(대학원) 301호에서 독일유럽연구센터 정기 세미나인 유로피디아가 진행됐다. 강사는 이길호 교수(파리 제10대학)였다. 이번 강연은 유럽연합의 또 다른 맹주인 프랑스가 브렉시트를 바라보는 시각을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 교수는 영국의 이번 브렉시트 결정이 유럽통합으로 인한 문제들을 수면 위로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한다. 브렉시트를 통해 부각된 문제들은 정도와 양상의 차이는 있을 수 있더라도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회원국에서도 이미 제기되던 것들이었다. 예를 들면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난민이나 테러와 같은 이슈를 두고 유럽 국가들의 상충하는 이해관계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 있다. 그렇다면 프랑스에서는 브렉시트가 어떤 방식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이 교수에 따르면 현 사회당 정부는 브렉시트에 대해 지극히 정치적이고 외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브렉시트 투표결과를 인정하면서도 향후 유럽연합에 닥칠 시련을 염려하는 발언을 하는가 하면, 외무부 장관은 초기 유럽통합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제도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한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이와 같은 태도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유럽연합 차원에서 추진해 온 정책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으로 거부됐다는 정치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우파 정당인 공화당의 담론도 소개됐다. 곧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의 담론이다. 사르코지는 브렉시트가 새로운 유럽연합 건설을 위한 좋은 계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올랑드 정권의 무력함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사르코지의 대(對) 유럽 정치의 특징은 ‘이질적인’ 종교와 불충분한 민주화 정도를 들어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을 반대하고, 이민자와 치안 문제에 관하여 더 엄격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다. 공화당은 ‘국내 치안 문제’를 공식 정책으로 받아들이면서 전통 드골주의와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으나, 거시경제 정책 분야에서는 공화당과 사회당 사이에 거의 차별성이 없다고 한다.
학계의 시각으로 소개된 두 학자는 자크 사피르와 토마 피케티다. 사피르는 브렉시트를 유럽연합의 관료와 정치인, 금융계에 맞서 저항한 영국 노동자의 승리라고 평가한다. 그는 현재의 제도가 국가 경제의 신자유주의적 규제 완화를 위한 ‘트로이 목마’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나아가 사피르는 경제구조와 경쟁력이 상이한 국가들이 단일 통화로 묶이기에 생기는 불균형을 근거로 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한다.
피케티는 브렉시트를 세계화와 기존 이민자 정책에 대한 반대라고 본다. 사회보장제도가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는 현재 유럽연합 체제의 불평등에 대한 반동이라는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회원국에게 극단적 긴축정책을 강요하는 한편, 유럽 전역에서 인종차별적 극우파의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음을 비판한다. 나아가 연합 내부 개혁을 통해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피케티의 주장이라고 이 교수는 분석한다.
이 교수의 말처럼, 브렉시트는 유럽연합의 기존 틀을 넘어선 정치적 통합에 대한 실험이다. 동시에 프랑스 내부에 만연한 계급‧인종차별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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