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란법이 던진 숙제, 대학원사회가 지혜 모아야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됐다. 한국 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하자는 취지로 시행되는 이 법의 적용을 받는 대상자만 해도 약 400만 명에 달해, 사실상 전 국민이 김영란법의 직·간접 영향권역에 들어오게 됐다. 김영란법이 전격 시행되면서 식사비 한도 3만원에 맞춘 2만 9천원 메뉴가 식당가에 등장하고, 김영란법을 위반했는지를 자가진단할 수 있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이 등장하는 등 너도나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사립대학 교직원이 이 법의 적용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대학원사회에 미치는 김영란법의 영향 또한 상당하다. 우선 사은회, 명절 선물 등 각종 명목으로 학생이 교수에게 건네는 향응이 제한된다. 지도교수와 학생은 이 법에서 규정하는 ‘직무관련성’을 띠는 관계로, 원칙적으로 교수가 학생에게 어떤 금품도 받아서는 안 되도록 규정되어 있다. 학위논문 심사과정에서 식사 및 거마비를 제공하는 암묵적 관행 또한 심판대에 올랐다. 이번 학기 학위논문 심사과정은 김영란법 시행 후 대학원사회에 미칠 첫 대형 파도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위논문심사 과정에 참여하는 교수에게 식사를 대접하거나 거마비를 지급할 경우 그 교수는 부정청탁으로 처벌 대상이 된다.

지금까지도 한국 학계 전반에서는 대학원생과 교수 간의 수직적 관계가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교수의 논문을 대필해 주고, 제대로 된 보수 없이 각종 심부름을 떠맡는 ‘슬픈 대학원생의 초상’이 여전히 대학원사회에서 지워지지 못하고 있다. 종속적 교수-학생 관계가 여전히 작동하는 탓이다. 학위논문 심사위원에게 거마비 및 식사를 제공하는 관행 또한 학위논문을 준비하는 뭇 대학원생에게 적잖은 부담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나 마땅한 방책이 없어 지금까지 암암리에 존치되어 오던 인습이었다.

김영란법은 한국의 교수-학생 관계의 투명성을 제고할 법적 모멘텀이다. 각종 ‘관례적’ 명목으로 대학원생에게 지워지는 부담이 문제시된 지 오래다. 다만 이 관례를 무시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던 대학원생,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편의를 누려 왔던 교수, 이러한 관행을 묵인해 왔던 한국 학계 모두 이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셈이다. 김영란법은 이 밀린 숙제를 풀어낼 것을 대학원사회에 요구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에 발맞추어, 건강한 사제관계에 기반을 둔 학문 후속세대 양성구조를 세워나가기 위해 대학원사회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법으로 사회의 변화를 야기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변화를 이루는 것은 오로지 구성원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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