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윤 / 철학과 박사과정

 [학내레이다]

강의평가의 딜레마

김나윤 / 철학과 박사과정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강의평가는 유명무실한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강의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 대학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각종 평가가 상시화된 오늘날 사회에서, 강의평가 제도는 대학교육의 질을 측정하는 객관적 지표로 거의 유일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학구조개혁정책 등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위한 평가에서 ‘학생 만족도’로 환원된 강의평가가 활용된다. 또 강의평가 결과는 강사의 재임용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특히 본교는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 강사 재임용에 대해 강의평가 결과를 매우 엄격하게 반영하고 있다.

제도적 차원에서 강의평가가 강의에 대한 학생의 의견 제시 창구로, 또 질적으로 안정된 강의를 보장하는 학생의 권리로서 기능하게 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런데 강의평가 결과가 응답의 성실성 측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자료인지에 대한 우려가 없지 않다. 또한 강의평가는 전공과 교양, 대학원 과목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문항을 제시하고 있어 각각의 교육 목표와 기대 효과, 강의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강의전달력이나 강의만족도 등의 문항에 대한 답변에서는 학부 강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강의와 소수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학원 강의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같은 학생과 같은 교수자라도, 학부 수업과 대학원 수업에서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를 것이라는 점은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부 강의에서 얻어진 평가 결과를 대학원 강의 자격에 그대로 적용하는 현행 제도가 대학원 수업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본교의 교육 목표는 ‘세계가 선호하는 명문대학’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연구중심대학원’으로의 도약이 필요하다. 대학원의 교육은 기본적으로 훌륭한 연구자를 양성하는데 그 중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는 대학원생이 한 명의 연구자로서 그의 연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도하며 동시에 함께 연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적어도 대학원에서만큼은 교수자의 역할이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한 명의 학자가 해당 분야의 훌륭한 연구자로서 갖는 자질에 대한 고려 없이 강의평가 결과에만 근거해 강사임용의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대학원의 연구 역량을 축소시키거나, 심지어는 대학원 교육의 목적을 훼손시킬 수 있다. 상황에 대한 반성적 사유가 있을 때, 우리는 어제보다 나은 미래를 가질 수 있다. 올해 초 총장 취임사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대학의 기본인 연구에 충실한 대학”이 될 수 있도록 현행 제도의 검토와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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