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2.28 금 17:55
기획
여기, 설악이 있다![인터뷰]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안혜숙 편집위원  |  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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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호]
승인 2016.09.06  20: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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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 인터뷰] 박그림 녹색연합 공동대표

 

 여기, 설악이 있다!

 


강원도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6일, 여러 단체가 모여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 국민행동’을 발족시켰다. 그 중심에 녹색연합 박그림 공동대표가 있다. 그는 설악산, 지리산, 도봉산, 서울, 강원도, 제주도 등 전국 각지에서 반대운동을 하고 있다. 광화문 투쟁 현장에 온 그를 만나보았다. 이하 일문일답.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운동만 거의 20년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양양군 서면 오색에서부터 설악산 끝청이라는 봉우리까지 3.5km 구간을 케이블카로 잇는 사업이다. 끝청은 설악산 정상의 대청봉에서 1.3km 떨어진 곳으로 해발 1,480m 지점을 말한다. 그 설치사업을 저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설악녹색연합은 케이블카 설치구역이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라고 하는데 특히 어떤 중요성이 있는가.


설악산은 국립공원이기도 하고, 설악산 자체가 천연보호구역이다. 백두대간 보존법에 의해서 보존되는 곳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이런 겹겹의 보존 장치를 만들어 놓은 이유는 자연을 통해 최소한의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보존하고 이것만이라도 후손들에게 되돌려주자는 의미일 것이다. 또, 국립공원은 전 국토의 4%밖에 되지 않고, 어떤 시설도 만들지 말자는 자연보존지구는 전 국토의 1.6%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설악산 케이블카가 들어가는 노선이 자연 보존지구에 걸쳐있다.


■유네스코 보존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면 오히려 국가가 앞장서서 지켜줘야 하는 것 아닌가. 국립공원도 나라가 지정한 건데, 오히려 국가가 파괴하자고 하는 이 상황이 기이하다.


그러게 말이다. 유네스코야 특별한 구속력이 있지 않기 때문에 약속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강등시키면 그만이겠지만, 거기에 등재하기 위한 과정들은 우리가 자청해서 진행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스스로 약속한 조건을 깨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선 국제적 망신이기도 하다. 또, 미국은 국립공원제도가 처음 시작된 나라이고, 수많은 국립공원이 있지만 케이블카가 한 대도 없다. 일본도 20년 전까지 케이블카가 설치가 됐고, 그 뒤로는 하나도 설치하지 않았다. 환경적 차원에서 있던 것도 뜯어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그런데 우리는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논리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도 경제성은 실제적으로 없다. 공무원들이 그 데이터를 불법, 편법으로 조작해야 될 정도로 없다. 그런데도 일단 해놓고 보자는 논리인 것이다.


■케이블카 설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년에 서울부터 양양까지 도로가 개통되면 이동시간이 한 시간 반이다. 그러면 양양에서 오색으로 들어가는데 20분밖에 안 걸린다. 그런데 거기 도착해서 한 시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이동해서 오색이나 양양에 머물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나. 훨씬 시설이 좋고, 즐길거리가 많은 속초나 강릉 같은 대도시로 넘어갈 것이다. 그렇다면 오히려 오색이나 양양의 지역 경제는 더 침체될 것이다. 결국,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보면 양양 자체도 빨대효과에 의해서 대도시로 다 흡수될 수밖에 없다.


■주민들 반응은 어떤가.


이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양양군민들은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사실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조차도 모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하다. “거기에 케이블가 생기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결국 언론이 철저히 침묵하고, 정부는 지역주민들도 모르게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케이블카 반대운동이 17년 동안이나 오래 지속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금 논란이 되는 것은 3차 케이블카 사업 신청인데, 그 전에 1, 2차에서 부결이 됐으면 그것으로 일단락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초로 케이블카 이야기가 나왔을 때는 자연공원법 시행령 안에 케이블카 가능 구역이 설치 자체가 될 수 없는 거리로 제한돼 있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 때 그 거리를 늘려주었고, 전국의 모든 산이 케이블카 설치 가능 지역이 돼 버렸다. 그래서 우리가 여러 가이드라인을 내면서 싸운 결과 멸종위기 종이 있는 지역이나 정상과 너무 가깝다는 이유로 1차, 2차 케이블카 신청을 모두 부결시켰다. 그러나 1, 2차에서 부결이 나도 자연공원법 안에 케이블카 신청이 몇 회까지만 가능하다는 게 없어서 계속 길고 지루한 싸움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번 3차가 부결돼도, 또 신청을 하면 4차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연공원법 내에 ‘케이블카 조항’을 빼자고 주장하고 있다.

 

   
▲ ⓒ박그림 페이스북


■케이블카 반대운동을 포함해서 설악산에 들어가 환경운동을 시작한 지 24년이라고 들었다. 특히 설악산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난 고향이 서울이다. 1966년 고3 때 처음으로 설악산에 가보고, 그 이후로 끊임없이 설악산에 드나들면서 그 매력에 빠졌다. 전에는 아름다움이나 암벽등반을 위한 설악산이었으나 그 매력에 빠져 환경의 눈으로 설악산을 보니 너무나 큰 상처가 있는 산이었다. 그러다 가족들의 이해를 구해 1992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다함께 설악산으로 내려가 그 아픔을 기록하고 알리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설악산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설악산 어머니’ ‘산양 형제’라는 표현을 주로 사용하던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


나에게 ‘설악산 지킴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그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 중 하나다. 내가 설악산을 지킬 수 없다. 다만 설악산의 아픔과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 수 있도록 힘을 보탤 뿐이고, 내가 지친 몸으로 산에 들어갔을 때 나를 끊임없이 다독이고 일어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산이다. 산이 나를 지켜주지, 내가 지켜주지 못한다. 설악산의 산양(현재 멸종위기종 1급, 천연기념물 217호) 역시 나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생명이다. 지구라는 인드라망(우주 만물이 ‘한몸 한생명’이라는 불교 생명공동체 이념) 안에서 고리 하나가 빠지는 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으나, 결국 하나의 고리가 빠지는 것이 도미노처럼 지구 전체에 영향을 준다. 인간은 자기가 최고의 존재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는 길, 바람, 물... 어느 것 하나 멈추게 할 수 없는 정말 작은 존재이다.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작년에는 종교단체들이 연합으로 오체투지 행진을 하고, 여러 단체의 사람들이 1인 시위를 함께 하는 것도 보았다.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가장 간단한 것으로는 서명운동, 후원 등이 있다. 내가 오체투지를 못한다고 해서 케이블카 설치에 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언론에서 아무것도 보도를 안 해주기 때문에 SNS에서 진행되는 모금,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알려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참여하는 과정 모두가 스스로의 삶을 일으키는 일이 될 것이다.


■본인에게 설악산은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설악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해 달라.


설악산은 그냥 설악산이 아니라 모두의 가슴에 큰 바위 얼굴 같은 산이다. 정상을 가기 위한 등산이 아니라, 설악산의 생명을 보기 위한 산행을 한다면 설악산은 정말 다른 모습으로 가슴에 자리 잡을 것이다.
설악산 자연의 경이로움과 그 곳에서의 풍요로움을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아마 이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설악산에서 맞은 바람을 기억할 것이고, 그 때 보았던 작은 들꽃을 기억할 것이다. 빽빽한 보도블록 사이의 풀들도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 안의 생각지도 못한 생명들의 과정을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척박한 곳에서도 생명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미래 세대들에게 그런 경험을 이어지게 하고, 빼앗지 않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인터뷰를 마친 다음 날인 8월 24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에 추진되는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박그림 공동대표는 오늘도 여전히 설악산 대청봉에 올라 “보류가 아닌 부결이 답이다”라고 외친다.


정리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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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그림

   
 

- 현 녹색연합 공동대표
- 현 설악녹색연합대표
-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https://www.facebook.com/SOSseo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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