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10관 준공, 이제는 질적 성숙을 고민할 때

 

서울캠퍼스에 모처럼 공사장 굉음 소리가 멎었다. 약 3년에 걸친 공사 끝에 310관(100주년기념관 및 경영경제관) 준공식이 지난 31일 거행되었다. 2008년 102관(약학대학 및 R&D센터) 신축공사를 시작한 이래 서울캠 풍경을 판이하게 바꾸어 놓은 대규모 건축사업 릴레이의 마지막이다. 국내 대학 단일건물 중 최대 규모인 310관이 들어서면서, 이제 서울캠에는 벽돌 한 장 더 쌓을 곳이 없을 정도로 건물이 빽빽이 들어찼다.

중앙도서관 리모델링, 기숙사 2개 동 및 R&D센터 신축, 310관 개관까지 이어지는 서울캠 건축사는 2008년 두산이 재단을 인수한 후 진행된 ‘양적 성장’ 시대를 상징한다. 지난 수년 간 이어진 본교의 양적 팽창은 마치 한국의 근대화 역사를 보는 듯했다. 신속했고, 대규모로 이루어졌으며, 철저히 하향식이었다. 대규모 건축공사를 벌여 학교 외관을 일거에 바꾸어 놓는가 하면, 서울캠과 안성캠의 입학정원을 통합하여 서울캠에 집적시키기도 했다.

특히 구성원과의 소통 방식은 한국 근대화 과정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10년 이래 본부는 학생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은 채 ‘대학 발전’을 명분 삼아 구조조정을 세 차례나 밀어붙였다. 대학은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재단과 본부의 논리 앞에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는 반발은 묵살되었다. 결국 탈락의 고배를 마신 프라임 사업의 경우에도, 본부는 계획안을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독불장군 식 태도를 고수, 학생 및 교수들의 숱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두산 체제’ 하에서 중앙대는 수치화·계량화 가능한 외형적 발전에 진력해 왔다. 취업률이나 논문 편수 등을 기준 삼아 언론사에서 선정하는 대학평가 순위는 한 해 대학 농사를 판가름하는 성적표처럼 여겨졌다. 대학평가 순위가 몇 단계 오르기라도 하면 현수막이 나붙고, 국책사업으로 몇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했는지를 학교의 자랑으로 내세웠다.

지난 10여 년 간 서울캠에 한시도 끊이지 않던 공사 광풍은, 외형적 성장을 통해 학교 발전을 꾀하는 이른바 ‘양적 성장’의 시대를 대표한다. 개교 90주년이었던 2008년, 박용성 전 이사장은 “모두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미래 선도 지향 대학으로 나가자”고 말했다. 산은 이제 깎을 만큼 깎았고 건물도 지을 만큼 지었다. 이제는 외형적 성장이 아닌 질적 도약을 꾀해야 할 때다. 구성원의 목소리에 귀를 닫고 추진하는 양적 팽창만으로는 결코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이 될 수 없다. 100주년기념관이 모쪼록 독단이 아닌 화합, 밀실행정이 아닌 소통으로 질적 성숙을 이루는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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