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상 /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 기획은 21세기 지구촌 공통의 과제로 등장한 난민 현상의 원인과 문제를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사회에 맞춰 파악하고자 마련되었다. 과거부터 이어온 난민이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로 등장했는가. 다시 언급되는 난민문제는 특정 이념이나 지역에 한정된 문제와 책임을 갖지 않는다. 자본의 논리에 의해 심화되는 난민 증가의 배경과 각국의 대처방안 그리고 관련된 법을 통해 난민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금 난민이 왜 이렇게 급증했을까? ② 국경을 벗어나는 과정 ③ 번복되는 유럽의 난민정책 ④ 난민을 위한 법, 법에 의한 난민

 

 

한국의 난민 보호제도

정용상 / 동국대 법학과 교수

최근 유럽에서 발생한 난민사태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2015년 9월 2일 터키 보드룸 해변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된 알라 쿠르디 사건은 국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며 난민문제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과 난민의정서에 가입하고, 1993년 출입국관리법과 1994년 동법시행령에 난민인정조항을 신설해, 1994년 7월부터 난민지위인정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2008년 개정법은 난민의 처우를 개선해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 자 중에서도 특히 인도적 측면에서 필요한 경우 체류를 허가할 수 있도록 했고, 2010년 개정법에서는 난민인정신청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 난민신청자나 난민불인정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진행 중인 자에게 강제퇴거의 집행을 유보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오랜 입법적 노력의 결실로 난민인정절차 및 난민 등의 처우에 관한 단일법으로 난민법이 제정돼,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아시아 최초의 단일 난민법으로 난민협약 및 난민의정서에 충실한 입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에서 2001년도에 에티오피아 난민신청자가 최초로 난민인정을 받았으며, 2010년에는 난민 최초의 귀화자도 있었다. 2004년 고용허가제가 시행되면서 불법체류외국인들의 난민신청이 대폭 증가했다.

AP통신
AP통신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해 한국에 입국하기 전에 거주한 국가(상주국)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가기를 원하지 않는 무국적자인 외국인을 말한다. 난민협약과 의정서에 따르면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이유를 기준으로 박해의 가능성이 판단돼 식량, 건강, 교육 등 사회적 권리의 침해가 있는 경우에는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이런 식의 제한적 해석논리에 의하면 한국의 북한이탈주민의 난민인정가능성은 어렵게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협약이나 의정서에서 박해의 개념을 정의하거나 제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난민개념의 핵심인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라는 표지가 반드시 난민인정을 제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난민협약이 박해의 의미를 한정하지 않으므로 난민협약에 의한 난민보호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 볼 수 있어서, 이에 근거해 난민의 인권보장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정부의 난민인정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비판이 있으나, 대법원 판례를 보면 난민의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박해를 생명·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세계인권선언의 기본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협약에 의한 난민보호는 물론이고 국제인권법의 보완적 적용을 시도하여 난민협약의 본질적 정신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인도적 체류허가

난민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보충적 보호제도인 인도적 체류허가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 난민신청을 한 대부분의 시리아 난민신청자들은 인도적 체류허가를 받아서 체류하고 있는데, 보충적 보호는 난민은 아니지만 귀국하면 고통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국으로 귀국할 수가 없는 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 난민법은 인도적 체류의 허가를 인정하고 있다. 인도적 체류허가자란,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해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등을 현저히 침해당할 수 있다고 인정할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자로서 난민법시행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체류허가를 받은 외국인을 말한다.
그러나 시리아 난민들이 난민이 된 원인인 시리아내전은 난민협약 상 난민사유인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신분, 정치적 견해 중 하나에 해당하지 않지만, 그들이 본국으로 귀환할 경우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에 대한 국제적 보호조치를 등한시할 수는 없으므로, 이들에게 난민이 아닌 인도적 체류허가조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난민협약 상 난민은 아니기 때문에 처우에 차이가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야 하나, 난민으로 인정된 국내체류외국인에게는 상호주의 적용을 배제하여 한국인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을 받는다. 의료급여법은 난민인정자를 수급권자로 명시하고 있다.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허가자는 국민연금가입이 불가하나, 난민인정자는 가입이 가능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중 한국 국민과 혼인하면 수급권자로 인정하나, 난민으로 인정돼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본인의 신청에 따라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난민인정자의 자녀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한국인과 동일하게 초·중등교육을 받는다. 난민인정자에게 한국어 교육 등 사회적응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적 체류허가는 법무부장관의 재량행위이다. 법무부장관은 인도적 체류자에 대해 취업활동을 허가할 수 있다. 난민인정신청자는 난민인정결정이 확정될 때까지 한국에 체류할 수 있다. 법무부장관은 난민인정신청서를 제출한 날부터 6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난민신청자에게 생계비 등을 지원할 수 있다. 난민인정신청 6개월이 경과하면 난민인정신청자에게 취업을 허가할 수 있다. 이 허가는 체류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고, 취업활동만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건강검진지원, 응급의료지원, 건강보험가입 등이 가능하다.
한국 난민법이 난민인권보호를 위한 많은 발전적 내용을 담고 있으나, 입법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다수 있다. 첫째, 난민심사절차생략제도는 난민신청자가 충분하고 명백한 난민요건을 갖춘 경우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난민으로 인정받는 제도여야 하는데, 난민신청과 인정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능할 경우 난민의 인권보호가 취약해질 우려가 있다. 둘째, 출입국항의 난민신청제도에서 법무부장관이 난민신청에 대해서 난민인정절차에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만약 회부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그 처분을 어떻게 다툴지에 대한 문제이다.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겠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만약 난민인정심사불회부결정에 대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그 기간 동안 난민신청자의 처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입법적 명확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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