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 목 12:52
기획
우뚝 솟은 결혼 고갯길, 넘을까 돌아갈까세 번째 '판' - 결혼, 하실래요?
김대현 편집위원  |  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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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호]
승인 2016.05.30  22: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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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뚝 솟은 결혼 고갯길, 넘을까 돌아갈까

세 번째 판 달구다 - 결혼, 하실래요?

5월 12일 저녁, 청룡연못 나무데크에서

 

본지는 누구나 함께 모여 시론하고 잡담하는 민주적 공론장 ‘판’을 연다. 모두가 말하는 곳에는 여유가 없지만, 모두가 말하지 않는 곳에는 생기가 없다. 팍팍한 삶 속에서 공적인 이야기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오늘날, ‘판’을 통해 꺼져가는 청년 담화의 불씨를 살려내어 다시금 말의 생기를 느낄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 연속기획 ‘판’은 3월부터 5월까지 매달 진행되며, 본 지면을 통해 당시의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결혼하라. 그러면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하지 마라. 그래도 역시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든 안 하든 그대는 후회할 것이다. - 키에르케고르, <이것이냐 저것이냐>

결혼하고 후회할 것인가, 결혼하지 않고 후회할 것인가. 실없는 말장난 같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저 두 가지 후회 중 어느 쪽이 무거운지 저울질해 보았을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키에르케고르는 고려하지 않았을 성(性), 성적 지향, 경제적 조건, 직업, 학력 등 복잡한 변수들이 추가된다. 생각할 게 한둘이 아닌 결혼의 고차방정식, 다들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을까. 5월 12일 저녁, 개구리가 정겹게 우는 청룡연못 나무데크에 둘러앉아 결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사회자_ 반갑습니다, 여러분. 오늘의 주제는 ‘결혼, 하실래요?’입니다.

문현지(이하 ‘문’)_ (웃으며) 깜짝 놀랐네. 결혼하자고 물어보는 건 줄 알았잖아요. (일동 웃음)

이희진(이하 ‘이’)_ 저와 뜻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면 하고픈 마음은 있어요. 하지만 의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결혼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부모님이 아닌 내 의지로 선택한 가정에서 내가 꿈꾸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소망이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결혼하지 않으면 마치 이상한 사람인 양 바라보는 게 불편해요. 마치 결혼을 해야 적절한 발달단계를 밟아나가는 것처럼 이야기하거든요. 결혼하지 않아도 딱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문_ 제가 직장을 다닐 때, 결혼한 지 오래된 분이 있었어요. 주변에서 “왜 아기 안 낳는 거야?”라고 물어보더라고요. 안 낳을 생각이라고 이야기하면 “어디가 아픈가 보다”는 식으로 반응해요. 물론 그런 분들이 저희보다는 나이가 많으시다 보니까 출산을 조금은 당연시하는 부분도 있겠지만요. 결혼을 안 한다, 아이를 안 낳는다보다는 못 한다, 못 낳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아요.

정윤환(이하 ‘정’)_ 결혼과 육아를 왜 통합된 것으로 생각하는지가 저는 잘 이해가 안 돼요. 너무 기계적인 사고방식인 것 같아요.

사회자_ 결혼한다면 아이도 낳아서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문_ 아무래도 압박이 있죠. 주변에서 계속 물어보니까요.


결혼, 얼마면 되겠니


이_ TV 프로그램에서 이런 에피소드를 봤어요. 어머니 두 분이 나와서 맞선을 봐요. 자기 자식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말하자면 자식 품평회를 하면서 사윗감, 며느릿감을 정하는 거죠. 남자와 여자의 의사는 아무런 상관없이 어머니끼리 서로 마음에 들면 결혼시키는 거예요. 더 놀랐던 건, 어머니 맞선에서 꿀리지 않으려고 언변과 교양을 갖춘 사람을 고용해요. 1일 어머니를 고용해서 결혼을 성사시킨다는 거예요.

사회자_ 가짜 어머니라는 게 어차피 들통나지 않아요?

이_ 사돈을 매일 보는 건 아니잖아요. 그런 일 있을 때마다 고용하는 거죠. 이건 명백한 사기결혼이에요.

정_ 저도 그걸 봤어요. 부모들끼리 결혼 스터디를 꾸려서 공부도 하더라고요. 근본적인 문제는, 그러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한다는 거죠. ‘n포 세대’라는 청년들이 결혼을 못 하니까 부모들이 대신 맞선을 보는데, 그마저도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돈이 없는 사람은 못 한다는 거예요.

사회자_ 돈 없이는 정말 결혼할 수 없는 걸까요?

김현진(이하 ‘김’)_ 당사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부모 세대는 ‘내가 축의금을 이만큼 냈는데, 돌려받아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고요.

정_ 또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천문학적인 육아비용이 들겠죠.

사회자_ 결혼과 육아를 떼어내서 생각하기 어렵네요. 서로 많이 겹쳐 있는 것 같아요.

 

 

   
 


성역할 고정관념


문_ 제 남자친구가 유학을 가 있어요. 저한테 결혼하고 싶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대개 결혼한 남자가 유학을 가면 여자가 남자를 따라가는 게 흔하잖아요. 결혼 전까지는 “사회에 공헌하는 주체가 돼라”고 하다가 갑자기 결혼할 때는 “남편 따라가는 게 당연하다”고 해요. 미혼이 비혼 된다고, 그 괴리가 정말 스트레스를 줘요. 결혼을 아예 안 하든지, 아니면 나만의 길을 가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이_ 이런 일이 굉장히 흔해요. 둘이 같이 유학을 가더라도 여자는 살림하면서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식으로요.

사회자_ 이런 식으로 남자는 사회생활에, 여자는 남자에게 종속되는 식으로 이분화되는 게 남녀 모두에게 좋을 게 없다고 봐요. 남자는 남자대로, 능력이 없거나 수입이 불규칙하면 결혼을 못 하게 되는 거죠. 성역할을 고정시켜 버리면 여자도 남자도 자신의 삶이 없어져 버리잖아요.

문_ 남자에게는 결혼 사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데, 결혼한 여자는 결핍된 노동력처럼 여겨진다고 하더라고요. 곧 자녀를 낳아서 애 키워야 할 테니까요. 결혼하고 나면 회사에서 초읽기에 들어간대요. 여자들이 결혼을 주저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사회자_ 요즘 학생들은 더러 이런 얘기도 하더군요. 여자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1년은 쉴 텐데, 이게 기업 입장에서 얼마나 손해냐. 남자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생산성이 높고, 그러니까 기업이 남자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이렇게 기업 입장에서 스스럼없이 말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정_ 오히려 남자는 결혼하면 “얘가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할 텐데 어디 가겠어?” 한대요.

문_ 저번에 <린 인 lean in>이라는 책을 봤어요. 린 lean이란 벽에 기대는 걸 의미하잖아요. 경쟁사회에서 다들 협상 테이블에 달려드는데, 여자들은 테이블에서 물러나서 벽에 기대 버린다는 거죠. 그렇게 기대는 이유가 사실은 굉장히 합리적이에요. ‘어차피 몇 년 뒤에 그만둘 건데 저렇게 치열하게 싸울 필요 없지’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 대목을 보면서, 고등학교 때 장래희망으로 결혼 후에도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직업을 나도 모르게 생각하고 있던 게 떠오르면서 흠칫했어요.

 

 

   
 


헌신적인, 너무나 헌신적인 부모 세대


사회자_ 다들 각자 머릿속에 ‘결혼’을 떠올릴 때 본인의 부모님을 많이 참조할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여러분이 보시기에 부모 세대의 본받을 만한 부분과 고쳐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정_ 부모 세대의 장단점은 같다고 생각해요. 장점은 자녀에게 정말 헌신적인 거죠. 하지만 동시에 ‘왜 저래야만 하지?’ 생각도 들어요. 우리 집만 해도 제 고3 동생 사교육비로 쏟아붓는 돈이 거의 한 달 월급이에요. 부모님께 정말 감사하면서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_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논문 한 편을 봤는데, 주제가 ‘왜 베이비붐 세대 아버지들은 왕따가 되는가’였어요. 아버지 세대가 감정표현에 서툴잖아요. 여성은 아이를 낳아야 하니까 직장에서 배제되고, 가정의 자금원은 대개 아버지뿐이다 보니 온전히 일에만 매진하는 거예요. 또 베이비붐 세대는 경쟁자가 넘쳐나는 시대였잖아요. 조금만 한눈팔면 경쟁자가 치고 들어오니까 일에만 매달렸다는 거죠. 그러다가 자녀가 클 만큼 커서 이제 가정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서로 너무나 어색한 거예요. 아버지도 그동안 표현 안 한 게 어색하니까 서툰 거예요. 얘기를 해도 통하지 않고, 서로가 뭘 원하는지 모르고, 아버지는 속으로 삭이다가 화병에 걸리고, 아버지는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했는데 나한테 이럴 수가 있느냐’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거예요.

김_ 그나마 같이 살면 이 정도인 거고, 기러기 아빠는 정말 심각하죠. 몸도 떨어져 있고, 심리적으로 교류할 기회도 없다시피 한데, 과연 진정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나 싶어요. 그렇게 살려고 결혼하는 건 아니잖아요.

사회자_ 흔히 그런 헌신이 ‘가족애’로 포장되곤 하는데, 사실 100% 포장만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 헌신을 기꺼이 하게 만드는 무엇인가가 있잖아요. 제비들을 봐도 새끼들한테 열심히 벌레 물어다 주잖아요. 가는 길에 꿀꺽하지 않고 성실하게요. (웃음)

 

“사랑이라는 에너지만으로 넘기에는 

결혼이 너무 높은 벽이 되어 버린게 아닌가 싶네요” 


“영화 제목이 생각나네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사랑과 결혼의 다양한 양태


사회자_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결혼 얘기하면서 사랑 얘기가 안 나온 것 같네요. 성차별적인 세태, 경제적 조건, 부모님들 얘기까지 했는데, 사랑 이야기를 안 했어요.

정_ 사랑은 없는 거예요.

김_ 사랑하기 어려운 세상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사회자_ 사랑이라는 에너지만으로 넘기에는 결혼이 너무 높은 벽이 되어 버린 게 아닌가 싶네요.

김_ 아마 가장 이상적인 건, 사랑해서 결혼했는데, 경제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거겠죠.

정_ 그러면 할 수 있죠. 없는 시간 쪼개서 해야죠. (웃음)

사회자_ 우리가 결혼을 얼마나 팍팍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네요. 혹시 주변에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문_ 저희 사촌 언니가 소위 ‘결혼 잘한’ 경우인데, 결혼은 정말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남편 만나서, 언니가 결혼 이후에 애를 낳고도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았어요. 시부모님이 애도 봐 주시고요, 언니도 건강관리, 몸매관리까지 하면서 직장 다녔거든요. 그런데 둘째를 낳으니까 그게 불가능해지더라고요. 도저히 못 버티고 직장을 그만두더라고요.

사회자_ 어쨌든 그 커플은 우리가 통념적으로 이야기하는 ‘결혼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행복하게 사는’ 커플인 거네요.

문_ 그렇죠.

김_ 다시 이야기가 사랑에서 돈으로 흐르는군요.

안혜숙(이하 ‘안’)_ 제가 아는 게이 커플이 있어요. 그 커플은 둘 다 안정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안정돼 있어요. 이 커플은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결혼하고 아이도 키우고 싶어 해요. 우리는 사회적인 문제로 비혼을 이야기하지만, 그 친구들에게는 결혼이 들어가고 싶은 제도더라고요.

이_ 게이 커플이 결혼에 대한 갈망이 크대요. 결혼하면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주변에서 더욱 지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회자_ 이런 커플에게는 결혼 제도가 오히려 필요한 거네요.

이_ 어제 인터넷에서 독특한 단어를 봤어요. ‘졸혼’이라는 건데요, ‘졸업’과 ‘결혼’을 결합한 거예요. 말하자면, 이혼한 건 아닌데 따로 사는 거예요. 우리는 살 만큼 살았고, 애도 키워냈고, 만족할 만큼 같이 살았으니까, 부부라는 한 공동체에 종속되기보다는 한 번쯤은 결혼 이전의 주체로 돌아가서 삶을 이어나가는 건 어떠냐는 거예요. 저는 굉장히 독특하고 획기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해요. 결혼이라는 과업을 달성했으니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요.

문_ 졸혼도 경제나 건강이 뒷받침돼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_ 약간 다른 얘긴데, 그러면 어버이날 선물도 따로 해 드려야 하는 건가요?

문_ 제가 본 어떤 영화에서는 양가 부모님이 다 이혼하고 재혼을 하셔서 네 집을 찾아가기도 하던데요. (웃음)

이_ 어버이날에는 뭉치시지 않을까요? (웃음) 어쨌든 신선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졸혼한 할아버지 한 분을 기자가 인터뷰했어요. 서로 좋아하지만, 각자가 주체가 되는 삶을 위해 따로 사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당신에게 결혼이란


사회자_ 마지막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결혼이란 무엇인지 짤막하게 말씀해 주세요.

정_ ‘축복받은 관계인데 축복받기 정말 힘든 것’ 같아요.

문_ ‘두 사람이 함께 만나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것’이요.

사회자_ 저에게 결혼이란, ‘동기부여’에요. 결혼을 안 할 거면, 남들이 요구하는 많은 것을 안 해도 되잖아요. 그런데 결혼을 한다, 그리고 아이도 낳아서 키운다고 하면 훨씬 많은 것을 내가 책임져야 하잖아요. 결혼이라는 제도에 내가 묶이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으로써 타인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살 수 있게 될 것 같기도 하고.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놓지 않음으로써 뭔가를 더 하게 만들어 주는 힘이랄까?

김_ 저는…. ‘점점 멀어질 것 같은’ 것?

안_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데, 굳이 관심을 두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대학원생으로 살고 있는 지금 현실에서는, 저만의 결혼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 이야기하는 결혼과 제가 생각하는 결혼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이_ 영화 제목이 생각나네요. 결혼은 미친 짓이다. (일동 웃음) 정말 미친 짓인 것 같긴 해요. 어디에 미쳐서 열심히 무언가를 이루어 놓고, 그 기반을 딛고 서서 할 수 있는. 열심 이상으로 미쳐야 결혼할 수 있는 것 같네요.


세 번에 걸쳐 세 가지 이야깃거리로 ‘판’을 벌렸다. 한 면도 아닌 두 면을 통째로 할애해 가며 과연 독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담아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하며 ‘판’ 연속기획을 시작했다. 원우들과 함께 풀어 놓은 이야기 줄기들이 부디 시시껄렁한 사변으로 치부되지 않고, 각자의 삶과 밀접하지만 무심코 넘어갔던 문제들을 곱씹어보는 계기가 되었길 바란다.

정리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사진 양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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