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은 / 전 편집장

신문평가

대학원 신문의 딜레마

전영은 / 전 편집장

 

나에게 대학원생이란 학위논문을 쓰는 사람이다. 다른 말로, 대학원생은 공부하는 사람이다. 대학원 신문은 그런 대학원생을 독자로 하기에 지식 생산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생산할 책무가 있다. 이것이 대학원 신문 대부분의 지면을 차지하는 기획 기사의 역할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대학원 신문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바로 그 지점에서, 대학원 신문이 처한 딜레마가 드러난다. 전공 지식이 점점 전문화되면서, 분과 학문 간 지식의 장벽이 점점 높아졌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원생에게는 너무 쉽고 당연한 글이 어떤 대학원생에게는 너무 어려운 글이 되고, 어떤 대학원생에게는 유용하고 흥미로운 지식이 어떤 대학원생에게는 쓸모도 관심도 없는 지식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모두를 만족시키는 기획을 할 것인가.

이번 학기 대학원 신문은, 지나치게 전문화되는 경향을 보였던 지금까지의 신문과 달리 이 문제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처했다. 먼저 특집(우리는 왜 침묵하는가)과 연속기획(‘-판’하다)은 좀 더 보편적인 개인 주체(우리, 청년)를 주제 삼아 공감대를 넓히려는 시도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원 신문은 대학원생을 ‘우리, 청년’ 등의 말로 등치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나아가 옳은지 재고해봤으면 한다. 그 문제에 답을 찾지 않은 채 이루어진 ‘판’에서는, 연구 주제, 인식론, 학문적 관심에 의해 자신을 드러내는 ‘대학원생’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의 사적인 개인 혹은 지극히 보편적인 수준에서의 ‘인간’이 과연 대학원 신문이 탐구하기에 적절한 주제일까? 결국, 이는 ‘경계 허물기’보다는 ‘경계 얼버무리기’로 귀결될 공산이 크다.

두 번째는 학술, 국제, 과학, 서평 기획에서 드러나듯, 하나의 전문화된 지식으로는 답할 수 없는, 그 자체로 종합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문제들에 주목하는 기획들이다. 난민, 종교, 인공지능 등의 주제는 어떤 학과가 독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주제들을 세심히 파고들기 위해서는 학문 분과 간 경계를 뛰어넘는 대화와 논쟁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이런 지면들에서 ‘민주적인 학문 공론장’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결국, 대학원 신문이 처한 딜레마는 현 학계가 처한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 전문성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 학계에 날카로운 비판을 던지고,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매체가 되는 것. 높이 쌓인 분과 학문 간 장벽을 깨고, 학문적 소통이 가능한 공간이 되는 것. 그런 사회적 필요를 충족하는 일이 더 많은 사람을 대학원 신문의 독자로 만드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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