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이ㅎ·다 [‘연결하다’, ‘사이에 두다’의 옛말]

 
본회퍼 (Dietrich Bonhoeffer, 1906~1945)

 

독일의 디트리히 본회퍼는 칼 바르트처럼 체계적인 신학 저서를 남긴 것은 아니지만 20세기에 등장했던 가장 영향력 있는 신학자로 평가 받는다. 아마도 그의 삶과 신학에서 드러나는 인식과 실천의 합일된 모습 때문일 것이다.


본회퍼는 1933년 히틀러 집권에서 우상화되는 인간의 위험성을 발견하고 진정한 기독교인의 태도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양심에 따라 나치즘에 반대하는 ‘고백 교회’에 동참하며 교회 투쟁 운동에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두 차례의 히틀러 암살 기도가 실패한 후, 투옥되어 1945년 39세의 나이로 처형되기까지 작성한 <옥중서간>에서 그는 ‘기독교의 비종교화’ 개념을 전개한다. 그는 종교의 시대를 벗어나 자율성을 성취하며 더 이상 종교가 필요 없는 현대인의 삶을 인정한다. 그리고 인간의 삶의 장에서 초월해 있다가 한계의 상황에서만 요청되는 종교적 신개념을 비판한다. 본회퍼는 ‘비종교적 기독교’의 참모습은 생의 한가운데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예수’의 모습 안에 있다고 여긴다. 이렇듯 그에게 성스러운 종교의 영역과 세상적인 비종교적 영역은 따로 있지 않았으며 그에게는 오직 ‘단 하나의 현실’만이 중요했다.


본회퍼의 삶과 신앙관은 1960-70년 한국에 알려져 사회적 암흑기였던 당시 신학계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교회의 모습에서 그의 사상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왜 그 많은 종교를 가지고도 아직도 시대의 불행 앞에 “신은 어디에 있는가?”를 외칠 수밖에 없는가. 그의 삶을 통해 지상의 안위와 하늘의 영광도 일신(一身)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듯한 한국사회 종교를 돌아보게 된다.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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