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8.9 목 09:40
기획예술
[도시예술③] 서울, 침묵의 풍경안세권 / 미디어작가
정우정 편집위원  |  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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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호]
승인 2016.05.03  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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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예술③ 미디어작가 안세권

 

Seoul, a Landscape of Silence(2003-2008)
서울, 침묵의 풍경

 

   
▲ 청계천에서 본 서울의 빛, 2004, 127x278cm, Digital C-print

 

 

안세권 / 미디어작가

“…나는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기억들을 사진과 비디오 매체를 통해서 수년 동안 기록하고 있다. 내가 본 서울의 풍경은 변이의 순간들이며 우연히 본 상처의 발견이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마지막 풍경, 시간과 기억의 장소들은 마지막 계절 속에 버려진 하찮은 일상의 사물과 파편들 속에서 침묵하고 있다…”

 
내가 서울의 한 뉴타운 현장의 마을에 오랫동안 몰입할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나의 작업들은 집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가장 오래된 순수한 기억이자 장소. 그것은 바로 내가 살던 집, 살구나무가 있는 내 고향 집이다. 시간이 지나 그 장소는 현상적으로 변했지만, 잠재적으로는 변하지 않는 소중한 기억들이 있다.

   
▲ 살구나무가 있는 고향집

도시의 변이과정 속에서도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다면 도시로 상경한 꿈을 가진 가난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서울의 풍경이다. 이 풍경은 그들에게는 장소에 대한 기억이고, 동시에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이다. 나의 사진들에는 인간은 없지만 변이된 과거와 미래의 무대가 혼재돼 침묵의 풍경으로 시간성을 보여준다. 그 풍경들이란 ‘재정비’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지워지고’ 있는 풍경들이다. 하지만 그래도 지워질 수 없는 것은 그 속에 분명 내재되어 있는 아름다움, 심미적 풍경이자 곧 우리의 풍경이다.

나의 작업들은 서울시와 정부가 추진하는 재정비, 재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인해 파생되는 이미지다. 기록의 차원을 넘어 미술 작품이 되고자 같은 자리를 찾아 수년 동안 연작 시리즈로 남기고, 결정적인 사진 몇 컷으로 역사적인 풍경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나는 공간이 품고 있는 시간의 기억들을 사진과 비디오 매체를 통해 수년 동안 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 내가 본 서울의 풍경은 변이의 순간들이며 우연히 본 상처의 발견이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마지막 풍경들. 시간과 기억의 장소들은 마지막 계절 속에 버려진 하찮은 일상의 사물과 파편들 속에서 침묵하고 있다.

또 내가 기록하는 대부분 이미지는 도시 서울의 변화과정 속에 파생되어 얻어지는 기록들이자 서울의 낯선 모습이다. 그것은 역사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일시적으로 존재했다가 사라지는 풍경화다. 특히 그 현상들에 집요하게 몰입하는 내 카메라의 시선은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를 발견하고, 그 세계를 포착하는 동시에 강력하고 초월적인 힘으로 재현된다.

8×10인치 필름의 고해상도 촬영 작업과 대형사진, 연속적인 도시 변이에 대한 기록성, 해체과정 속에 변해가는 사물의 형태, 비일상적이며 낯선 색채, 관조적인 카메라앵글, 조합된 망원 파노라마사진, 디지털 후반 작업, LED 라이트 패널과 설치사진의 형식들은 내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 요소다. 서울 청계천, 뉴타운 시리즈 작품은 인간과 시간이 만든 역사적인 풍경자, 시·공간의 이미지이며, ‘우연’과 ‘발견’을 통해서 목격되고 기록된 결과물이다.

   
▲ 서울 뉴타운 풍경_월곡동에서 본 서울 파노라마, 2005, 150x590cm, Archival Pigment print
   
▲ 서울 뉴타운 풍경_한 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 2007, 150x390cm, Archival Pigment print


<월곡동에서 본 서울파노라마작(作)>은 2005년에 시작해 4년 동안 한 마을이 사라져 가는 과정을 목격하고 기록했다. 그리고 3년 후, 2007년 작 <한 마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다>는 도시가 겨울의 혹성처럼 변한, 눈 쌓인 낯선 풍경으로 침묵하고 있다. 4년 동안 매주 기록된 작업의 결말은 병풍처럼 둘러싸인 높은 아파트 벽으로 인해 북쪽의 북악산이 시야에서 가려지게 되면서 나는 더 이상 그 장소를 찾지 않게 되었다. 이 시리즈 작업들은 2003년 청계천 사진과 영상 기록 작업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같이 이루어졌다. 8×10인치 대형카메라로 기록한 작업들은 서울의 뉴타운 현장 월곡동, 아현동, 옥수동, 금호동, 부산의 산복도로와 수많은 산동네들로 연장되었다.

시간이 지나 필름을 한 장씩 꺼내 볼 때마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의미와 보이지 않은 시간의 가치들, 이 모든 것들이 사진의 힘에 의해 증명되고 메아리처럼 시·공간에 흐르며 울림을 주었으면 한다.

 

안세권(1968~) 미디어작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사진과 영상을 통해 도시가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2007년 프랑크푸르트 독일건축박물관 전시를 시작으로 2008년 대구사진비엔날레, 2014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그 외 베를린, 바르셀로나 등 유럽순회전을 통해 도시의 변화상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3월 2일부터 5월 4일까지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 마이용 극장에서 전시 중이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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