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성욱

 인터뷰 :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김성욱

 

여기, 영화로 말하는 사람

거대배급사의 영화로 빼곡히 채워진 극장 상영시간표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영화들, 설 자리를 잃어가는 영화들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다. 그를 4월, 종로의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만났다.

경제학도, 영화를 공부하다

처음 경제학을 전공한 것으로 안다.
그 시절에는 영화를 좋아해도 영화과를 간다는 건 생각할 수 없었다. 그땐 영화에 대해 공부한다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도 몰랐고, 영화에 관한 책도 별로 없었다. 영화와 작업, 영화와 공부라는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 90년대쯤에는 영화과나 영화아카데미를 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사진 안혜숙
사진 안혜숙

좋아하는 것과 대학원에서 배우는 것은 또 다르다. 영화를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대학원을 가기 전 ‘문화학교 서울’이라는 작은 씨네 클럽을 했다. 비디오테크였다. 거기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책도 보면서 친구들 상당수가 영화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러면서 나도 더 전문적으로 영화를 공부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하나의 계기는 그때 대학원 등록금이 쌌다. 아르바이트해서 등록금을 내는 게 가능했으니까. 만약 지금처럼 등록금이 비싸서 아르바이트로 감당할 수 없었으면 못 갔을 거다. 그리고 내가 별로 싫증을 느끼지 않고 할 것 같은 일을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 중에 싫증을 느끼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했을 때 찾은 게 영화였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끈을 조금 더 만들어 가자는 생각에 대학원에 갔다.

영화가 좋아서 대학원 가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도 했나.
등록금도 싸고, 미래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였다. 개인적으로 그런 걱정을 많이 하는 편도 아니다. 그래서 영화를 통해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게다가 시발점 자체가 취미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영화를 직업과 연계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진 않았다. 그 시대가 영화라는 것을 둘러싼 여러 가지가 한국사회에서 아직 구성되지 않았던 때였는데, 예술영화관도 이즈음에 만들어지면서 영화문화라는 것이 태동하는 과정이었다. 누구나 자유롭게 영화와 관련해 저널을 만들 수도 있는 좋은 시대였다.

그때와는 환경이 달라졌다. 지금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
두 종류의 세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위의 아버지가 너무 강해서 힘들어하는 세대, 하지만 아버지가 있다. 또 하나는 계승할 아버지가 없는 세대, 그럼 자기가 무언가를 만들어갈 수 있다. 지금은 만들어진 상태에서 자기가 수동적으로 선택하는 거다. 영화사에 들어갈 것인가, 학교에서 공부할 것인가 그런 고민을 하면서 힘들어한다. 학교에서 보면 지금 세대가 능력은 훨씬 더 뛰어나다. 책도 많아졌고, 극장에서 양질의 콘텐츠를 볼 수도 있다. 이전 세대보다 영화적으로 굉장히 뛰어난 부분을 갖고 있다. 다만, 이것이 문화라고 부르는 이 안에서 어떻게 자기의 장(場)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기성의 어떤 부분을 타파하거나 따라갈 것인가. 사실 두 가지가 같이 간다.

결국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

특별히 예술영화에 관심을 갖고 여러 활동을 하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냥, 좋아하니까. 어떤 사회적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영화 저런 영화들. 90년대 모던한 영화들이 갖고 있었던 새로운 영화적인 표현에 대한 흥미도 있었고, 뉴시네마와 같은 영화들 안에서 젊음이라는 것을 찾았다. 영화에 나오는 젊은이들은 돌아다니면서 얘기를 나누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영화적 활력이랄까. 그리고 이것을 영화적인 시네마테크 안에서 끌어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를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것을 문제 삼아 집행위원장이 압력을 받는 사건이 있었다. 여전히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부산시 차원의 압력으로 확대되어 영화인들의 잇따른 보이콧 선언이 진행 중이다. 영화라는 게 사회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영화라는 게 원래 그 자체로 ‘소셜’한 부분을 갖는다. 영화를 본다는 건 어쩔 수 없는 사회적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갖는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인 부분이 있다. 그걸 단순히 정치적인 것만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정치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왜냐하면 여러 다양한 것들이 엮여있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차이에 의해 정치적인 문제를 갖게 되는 거다. 그 안의 하나만 딱 꼬집어서 본다는 일은 말이 안 된다.

지금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아트시네마는 다른 영화관과 어떤 차이가 있나.
한쪽이 상업적인 영역이면 이쪽은 문화적인 영역을 더 많이 추구한다. 시네마테크에서는 일반 극장에서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들을 상영한다는 게 가장 크다. 동시에 그런 영화를 보는 것을 둘러싼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영화를 만든 감독 그리고 관객, 혹은 관객과 관객이 만나는 하나의 접점의 공간들 말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어떤 다른 무브먼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

사진 안혜숙
사진 안혜숙

강의도 많이 한다. 관객 커뮤니티를 말했는데, 학생과도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나.
영화를 보는 커뮤니티와 학생들과의 커뮤니티는 차이가 있다. 영화를 보는 커뮤니티는 비관계적인 관계? 관계가 아닌 것 같으면서도 관계 맺음을 하게 되는.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내가 영화를 본다와 그도 영화를 본다와 같은 그런 커뮤니티다. 서로 말을 하지 않아도 그도 영화를 보고, 그도 눈물을 흘리고, 아니면 이것도 영화냐고 느낄 수도 있는 이런 차이들과 차이를 갖는, 그러면서 관계하지 않은 듯하면서 관계하고 있는 커뮤니티다. 반면, 학생과의 커뮤니티는 좀 다르다. 그건 실제적인 커뮤니티다. 어떻게 영화라는 것과 더 잘 관계 맺음을 할 수 있을까가 강의에서의 핵심인데, 현실에서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강의를 계속한다. 좋아하기 때문에.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영화를 보고 출발했기 때문에 강의를 한다기보다는 영화를 보고 같이 이야기한다는 미숙함 가운데 익숙함 같은 것이랄까. 대신, 그런 자리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꿈꿔볼 수 있을까 기대도 한다. 나는 이런 부분을 하고 있는데, 다른 대안적인 공공성의 시도들을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평소 공공성을 자주 언급하고 있다. 대안적 공공성은 또 다른가. 커뮤니티에서 실현되는 건가.
모임에서는 아니다. 모임은 공동체적이다. 어떤 특정한 취미, 요구에 의해서 결속된다. 반면, 시네마테크는 확실히 대안적 공공성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특정한 이해, 요구, 취미 혹은 판단 이런 것에 의해서만 결속되지 않는 열려 있는 커뮤니케이션적 성격을 갖는다. 말하자면 공원 같은 거다. 언제나 앉을 수 있는. 공동체는 그러다가 들릴 수 있는 작은 카페 같은 거고. 사회 안에서 다 필요한 거지만, 역할이 다르다. 영화와 관련해서는 공원처럼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공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동시에 소규모의 작은 공동체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는 후자의 경우가 많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서울극장 건물에는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 독립영화 상영관 인디스페이스가 함께 있다. 지난해 서울아트시네마는 경제적 문제로 낙원상가를 떠나 서울극장 한켠으로 이전했다. 멀티플렉스 극장이 몇 층의 상영관을 독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서울극장에는 서로 다른 영화를 상영하는 세 극장이 더불어 있는 것이다. 서울아트시네마는 아직도 자리를 갖지 못하고 다시 이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곳에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있다.

김현진 편집위원|kim199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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