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강현, <왼손과 오른손>(시공사, 2002)

 

왼손을 몰랐던 절반의 문화사
주강현, <왼손과 오른손>(시공사, 2002)

 
 

한국 민속사회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산모가 몸을 회복하는 삼칠일(三七日) 동안 집 대문에 금(禁)줄을 친다. 금줄은 산모가 있는 집을 마을과 분리된, 신성한 공간으로 만드는 상징이 된다. 이때, 금줄은 새끼를 꼬아 만드는데 오른 새끼가 아닌 왼 새끼를 꼬아 만든다. 왼 새끼는 장례에서도, 대동 놀이에서도 사용되곤 한다. 혹자는 방향이 그렇게 중요한가의 의문이 들 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의 차이가 있는가. 간결하게 대답하자면, 차이가 있다. 민속사회에서 왼쪽은 일상이 아닌 것, 즉 비일상을 상징하는 방향이다. 제사상의 수저와 밥그릇의 방향이 반대인 것도 그러하다. <왼손과 오른손>은 평범함보다는 특별하거나 금기시되곤 하는 왼쪽에 대해 문화인류학적으로 그 이유를 풀어 보고자 한다. 가깝게는 일상생활부터 종교와 예술, 언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분법적 방법으로 오른쪽과 비교되는 왼쪽의 문화사를 파헤친다.
누군가 반가움에 손을 뻗어 인사를 건넨다. 어떤 손을 내밀었을까? 대부분 오른손이라 대답할 것이다. ‘대부분’은 오른손잡이거나 오른손이 익숙해진 왼손잡이다. 왼손잡이는 왜 오른손잡이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할까. 역사에서 살펴보면, 미륵반가사유상은 오른손잡이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도, 광화문 광장에서 손을 뻗고 있는 세종대왕도 모두 오른손잡이다. 약속한 듯 보이는 오른손잡이 조각상들의 이면에는 왼손잡이에 대한 무의식적인 기피가 숨어있다.

왼손과 오른손, 더 크게 보면 왼쪽과 오른쪽에 대해 생각하기에 앞서, 좌우가 서로 대칭적인 관계에 있지만 완벽한 대칭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쉽게 좌우대칭을 생각하지만 인간의 몸도, 미술 시간에 배웠던 데칼코마니도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대칭이 아니다. 다만, 완벽한 좌우대칭이라는 균형을 맞추기 위한 인간의 강박관념으로 우리의 몸과 데칼코마니를 좌우대칭으로 믿을 뿐이다. 좌우대칭의 원리로 나뉘는 왼쪽과 오른쪽은 언어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오른쪽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right는 사전적 의미로 정당한, 정확한, 틀리지 않은, 적절한, 건강한, 똑바른 등의 좋은 뜻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 왼쪽을 의미하는 left는 어떠한가. 예상할 수 있듯이 left(왼쪽)는 ‘무시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당연하게 배웠던 언어에서도 왼쪽과 오른쪽에 대한 어떠한 인식이 담겨 있는 것이다.

다소 극단적으로 나눠보면, 좋은 것은 오른쪽이고 나쁜 것은 왼쪽이라는 좌우 대칭을 보여주는 인류학적기록과 현상들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왼쪽이 왜 터부가 되었는지 명확한 해답은 알 수 없다. 그저 과거의 현상들을 통해 얼마나 오래전부터 왼쪽이 금기시되거나 일상적인 것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졌는가를 파악할 뿐이다. 풀 수 없는 수수께끼와 같은 질문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도 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가 설명하는 소외된 왼쪽에 대한 문화사는 반쪽에 그칠 뻔 했던 문화에 대한 틀을 깨준다. ‘왜 우리는 오른쪽 중심이 되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면, 그 자체로 비어있던 반쪽의 문화사를 채워가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김현진 편집위원│kim199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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