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함]

보트피플(boat people) 삶으로 향하는 항해자

 

 
 

바다 혹은 무인도를 소재로 한 (대부분의) 재난영화에서 주인공은 뗏목을 만들어 탈출한다. 안전장비 하나 없이 망망대해를 건너가지만 주인공이 죽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미 영화의 절정이 지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 언제 올라갈지 알 수 없는 엔딩크레딧을 기다리며 망망대해를 건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유럽을 향하는 ‘난민’이다. 배로 바다를 건너는 ‘보트피플(boat people)’은 그들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보트피플의 시작은 베트남 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75년 베트남 전쟁의 종결과 함께 이념에 따라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배를 타고 이동하는 모습에서 그들을 보트피플이라 칭했다. 사전에서는 이를 ‘바다에 배를 띄워 그 안에서 사는 사람 또는 해로를 비공식적으로 배를 몰고 탈출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2016년, 지금은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지칭하고 있다.

구명조끼조차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서 난민들은 사비를 들여 위험을 대비한다. 한 배를 채울 만큼의 난민이 모이면 국경을 건넌다. 관리자는 없다. 난민들로 가득 찬 보트는 절박한 난민의 소망을 태우고 유럽으로 향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위험한 항해를 위해 수백만 원의 돈을 지불한다. 그러나 보트가 떠오르는 순간, 그들은 또 다시 자신의 목숨을 뱃값으로 지불한다. 수많은 난민이 보트피플이라는 이름으로 지중해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마지막이 될 수 있는 항해지만, 그 조차도 돈이 있는 난민이 누릴 수 있는 희망이다.


김현진 편집위원|kim199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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