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위안부’ 다시 읽기

[학술취재]


페미니즘-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위안부’ 다시 읽기


정의로운 해결과 운동의 계승을 위해

 

지난달 30일, “페미니즘-탈식민주의 관점에서 ‘위안부’ 다시 읽기”라는 주제로 이나영 교수(사회학과)의 강연이 있었다. 본 행사는 교내 여섯 개의 자치단체(녹지, 레인보우피쉬, 성평등위원회, 여백, 자유인문캠프, 중앙문화)가 연합 조직한 중앙대 페미니스트&퀴어 공동체 FUQ의 주관으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다 알고 있다고 여기며, 그것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지배적인 목소리만이 이 문제의 본질로 여겨지는 것은 역사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 강연이 우리가 바로잡지 못한 과거의 ‘부정의’와 거기서 발생하는 현재적 ‘책임’을 직시하는 과정이 되기를 당부했다. 2002년 처음으로 위안부 문제에 안팎으로 개입하기 시작한 이 교수는 이날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건들의 진위여부에 중점을 두기보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의 역사가 우리 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현장감 있는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했다.

 
 


위안부 문제는 1970-80년대 진보적 여성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됐고, 계속된 노력으로 1990년대 ‘민족’문제와의 경합 속에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문제로 그 범주가 확대됐다. 위안부 문제에서 ‘민족’의 개념은 폭력 피해자로서의 목소리가 사회에 들리도록 하기 위해 일본이 주장하는 ‘자발적 공창녀’라는 개념에 반대되는 ‘순결한 처녀’라는 피해자 담론을 만드는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개념에서 접근하는 위안부 문제는 유린당한 민족과 남성의 자존심, 재산권 침해와 같은 개념에 밀려 결국 조국에서도 여성을 배제시키는 아이러니로 이어진다. 따라서 이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운동은 가부장제와 전쟁이 만나는 당시 특수한 위치를 고려해 피해자인 ‘여성’을 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일본에 대한 보복이나 분노를 넘어서, 당시의 가부장적, 식민국가적 태도를 반복하지 말고 탈식민주의적인 시각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강연의 말미에서 “페미니즘은 위안부 문제를 민족주의로 보면 안 된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국가가 ‘민족’이란 경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여성이 어떻게 포섭되고 활용되는가, 또 배제되는가를 밝히는 것이 페미니즘의 역할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강연의 부제처럼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운동의 계승을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우리 옆의 수많은 폭력의 현장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피지배적 타자들이 스스로 말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역사쓰기에 참여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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