ㅅ·이ㅎ·다 [‘연결하다’, ‘사이에 두다’의 옛말]

다석(多夕) 유영모(1890~1981)

한국의 개신교 사상가이며, 오산학교의 교육자이기도 했던 다석(多夕) 유영모는 우리말과 글로 철학을 했던 최초의 철학자였다. 그는 1959년 <노자(老子)>를 순수 우리말로 완역하고 기독교뿐만 아니라 유교, 불교, 노장사상을 넘나들며 동서고금의 다양한 사상과 종교를 독파했다. 특히 그는 유불선(儒佛仙)이 살아있는 한반도의 토양 위에 기독교를 수용하면서 ‘한국적 기독교’를 연구한 비교종교학 연구가이자 수행적 실천가였다.

유영모에 의해 수용된 기독교 사상은 자연에 대한 우주론과 ‘무(無)’ ‘공(空)’과 같은 개념을 포함한 동양적 사상과 결합되었다. 때문에 제의적이며, 도그마적이고, 종말론적 인식을 담고 있던 서구의 그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그는 예수가 말한 ‘하느님의 나라’와 석가가 말한 ‘니르바나’가 같은 것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얼 사상’으로 ‘하느님의 나라’를 재해석한다. 때문에 그가 보는 기독교는 한 개인이 그것을 수용하는 의미를 넘어서 그 땅과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했다.

근대화를 겪으면서 서구 제국주의적 기독교가 선도적 위치에 서게 되고, 다른 모든 문화는‘주변 문화’로 간주되며 계몽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유영모는 그 속에서도 토착신앙과 기독교의 결합을 고민하며 독자적인 종교의 길을 꿋꿋이 걸었다. 기독교 내 권력다툼이 일어나고, 다른 종교나 각종 사회문제 등 기독교 밖의 문제는 등한시하거나 배타적 태도로 일관하는 2016년 대한민국 종교 현실에서 다시금 그를 떠올려 보게 된다.

안혜숙 편집위원|ahs118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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