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총장·이사장 선임되다

포커스: 중앙대 총장·이사장 선임되다

one-way street! 일방통행?

 

학내에 연구 열풍이 불고 있다. 얼마 전 일반대학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유홍선 대학원장(겸 연구부총장)은 “대학원생이 해야 할 일은 연구”라며 연구 성과에 대해 강조했다. 그리고 이 날 참석한 대학원 총동문회장 김창종은 “지도교수 역시 연구 성과가 좋은 교수를 신청하라”며 신입생들을 장려했다. 연구에 대한 본격적인 독려는 본교에서만 강조될 담론이 아닐 것으로 예상한다. 유 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대학평가에 이어 2017년도부터 대학원평가도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1994년 <중앙일보>가 첫 대학평가를 시작한 뒤, 2009년 <조선일보>, 2010년 <경향신문>, 2013년 <동아일보>가 연이어 대학평가를 시행했고, 이 시기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은 조간신문에 따라 대학 서열을 인지하면서 자랐다. “좋은 논문 한 편을 써보고 싶다”는 포부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원우 A는 “연구 성과는 당연한 말이겠지만, 최근 들어 지나치게 수치에 집중하는 학교 내 담론들이 편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프롤로그였다

본교는 지난 1, 2월에 거쳐 총장 및 이사장, 이하 보직교수들을 선임했다. 이사회는 1월 13일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김창수 교수를 총장으로, 두산연강재단 이사장 박용현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특히 이용구 전 총장에 이어 김창수 총장(이하 김 총장)에게 관심이 몰리고 있다. 외부 언론은 전 13대 총장(안국신 전 총장)부터 이번 15대 총장까지 2008년 두산그룹이 본교를 인수한 후 새로 선임된 총장은 모두 경영경제대 소속 교수이며, 3번 연속 같은 단과대 교수들이 총장을 맡게 된 사실을 이례적인 사례라고 보도했다.

총장은 인사와 학사에 있어서 최종 결정권을 갖는다는 점에서 같은 단과대가 연속으로 총장에 선임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중앙대는 두산에 인수된 동시에 교수투표제(직선제)가 폐지되고, 2008년부터 이사장 주도형 거버넌스를 갖춰 왔다(본지 322호 참고). 이사장 주도형 거버넌스는 총장추천위원회나 교수평의회 인준 절차 없이도 총장선출이 가능하므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은 어려운 구조다.

교수협의회는 지난해 12월 온라인으로 “새로운 총장 선출 제도가 필요하다”라는 여론 조사를 열었다. 전임 교수 880명 중 31.1%(274명)가 참여한 이 여론 조사에서 교수들이 원하는 총장 선출방식에 대한 결과는 ▲총장추대위원회를 구성하는 간선제 방식(59.1%) ▲직선제 방식(39.8%) ▲법인이 직접 임명하는 방식(1.1%) 순으로 나왔다. 현행되고 있는 법인의 임명 방식에 대해서는 77.7%가 임명된 총장의 “학문적 역량, 도덕성, 존경, 민주성 등의 조건을 갖춘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못 된다”는 입장에 표를 던졌으며, 16.4%는 신뢰한다, 5.8%는 모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교협은 이번 총장 선임에 앞서 새로운 총장 선출 제도를 도입할 것을 성명서로 발표했고, 김창수 총장이 내정된 이후에도 수차례 성명서를 통해 구성원 의견수렴에 대한 별다른 절차 없이 선임된 총장에 대한 ‘적격심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특별한 자리로 만들어지는 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교협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한 길만 가는 듯하던 본부는 지난달 23일 교수협의회 총회 마지막 ‘의견수렴 시간’에서 ▲정년보장과 관련한 교수 신분 안정화 ▲건축 부채와 관련한 문제 ▲대학본부 행정 자의성 감독 문제 ▲법인과의 대등한 관계 수립 문제 ▲행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 ▲보직교수 특권 폐지 ▲학생자치 등 학내 사안과 관련한 교수들의 신랄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교협에 따르면 “프라임사업 발표가 길어지면서 사전에 배정된 ‘의견수렴 시간’이 1/3가량 잠식”되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반면 단과대별 다양한 의견을 가진 교수들이 이번 보직 인선에 두루 배치된 점은 긍정적으로 보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그동안 중앙집권적 경영시스템을 통해 보복성 징계 등 교수나 학생 자치를 위협하던 행정체제가 바뀔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에필로그

9년 전 독일 자유베를린대 요한 빌헬름 겔라흐 총장은 한국을 방문해 중앙집권적 경영시스템에 대한 질문에 이런 말을 남겼다. “유럽에서는 총장에게 권력이 집중되어 있지 않다. (유독 한국에 중앙집권적 경영시스템이 문제가 되고 있다면) 한국의 권력 집중적인 통치구조가 대학에도 그대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대학이 지나치게 기업에 의존하다 보면 대학 고유 기능이나 사명을 잃어버릴 수 있다. 순수와 자유를 상실하면 대학은 위험하다”고. 십 년이면 세상이 바뀐다고 하지만, “대학의 본질은 자유와 비판”이라는 정신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대학원도, 대학도 3월 새 학기를 맞았다. 지금까지 일방통행 같기만 하던 본교가 이번 체제를 통해 어떤 변화를 보일까. 진정한 학문 연구를 지원하고, ‘순수와 자유’에 대한, 대학 고유의 기능을 강조하는, 국내 이례적인 대학 사례를 선도할 수 있을까. 아니, 선도해 줄 수는 없을까.

정우정 편집위원|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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