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학술
[토론] 한국 사회 어소시에이션의 희망은?이지행 / 영화학 박사
정우정 편집위원  |  jeongwj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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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호]
승인 2015.12.03  20: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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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어소시에이션의 희망은?

-손희정 저, 『21세기 한국 영화와 네이션』 토론문

이지행 / 영화학 박사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 국민 국가는 자본과 스테이트와 네이션이 서로 착종하고 결속하는 과정을 통해 형성되었으며 이 중 네이션(민족 또는 국민)이라는 공동체에 대한 상상적 감각은 그것의 유동적인 특성을 통해 자본과 스테이트의 관계를 종합하는 상상력이 되어왔다고 설명한다. 고진의 논의를 경유하여 손희정은 한국 사회가 신자유주의화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대중문화 특히 영화 텍스트에 나타난 네이션의 변모가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라는 당대의 정치경제적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관여해 왔는지를 추적한다.

손희정은 먼저 1980-90년대의 민주화 과정에서 스테이트와의 적대적 관계를 통해 저항적 정치성을 형성한 네이션 개념이 어떻게 신자유주의로 포섭되는지를 당시 한국 영화계의 진보적 제작 주체들이 제작관행과 제작자본의 민주화/합리화라는 명목으로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였던 과정을 들어 설명하면서, 이 시기에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경제적) 자유화가 동시에 진행되었다고 지적한다. 손희정은 이 과정을 통해 한국 사회 네이션이 저항적 시민에서 국가와의 관계가 개선된 자유주의적 시민으로 한 차례 조정됐다고 설명한다. 이어 20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신자유주의적 보수정권의 등장과 양극화 강화라는 조건 속에서 초국적 자본에 의해 파국을 맞이한 것처럼 보이는 자유민주주의적 네이션-스테이트를 복구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겨났으며, 이러한 욕망이 퓨전사극이라는 당대의 유행 속에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분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마침내 당도한 오늘날 한국 사회 네이션의 한 형상으로 손희정은 한국 영화에 드러난 자유주의적 호모내셔널리티(남성중심적 민족 관념)를 지목하고 있다. 이때 자유주의적 호모내셔널리티는 국가가 자본을 규제할 수 있다는 수정 자유주의적 관점에 기대고 있으나, 네이션의 구성에서 여성이라는 젠더를 배제하고 착취를 정당화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부장제와 역사적 자본주의 체제의 공모관계를 드러내는 모순적 상황을 연출한다. 손희정은 그의 논문에서 자본을 비판하되 자본주의 체제 자체는 비판하지 않는 한국 영화의 자유주의적 호모내셔널리티는 지금의 한국 사회가 당면한 자본, 네이션, 스테이트의 착종 형태에 대한 묘사이자, 늘 조정되어 온 네이션의 성격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은 남성 중심적 민족 관념의 한계라고 설명한다.

먼저, 손희정은 반독재 투쟁을 통해 정당성을 획득한 한국 사회 특유의 저항적 네이션이 민주화 과정에서 정치적 자유주의와 경제적 자유주의를 분리해 파악하였고, 그것은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인식이 전면화된 상황을 예비하고 있었다고 본다. 이러한 통찰은 오늘날 일부에 의해 성역화된 ‘386세대’ 또는 ‘깨어있는 시민’의 진보적 정치의식 기저에 자리했을 (경제적) 자유주의에의 지향을 점검하게 만든다.

손희정의 지적처럼 이들의 저항적 네이션이 전지구적 신자유주의화 속에서 자본-스테이트 속으로 흡수되었고 이는 전통적 가부장제와 결합해 오늘날의 자유주의적 호모내셔널리티라는 네이션의 상태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 수긍한다. 네이션은 기본적으로 감정 기반의 상상력으로 국가와 시장사회를 매개하고 종합하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국가와 자본에 대해 강한 저항을 보이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헬조선 담론’이나 IS의 서방에 대한 테러는 ‘수선 불가능한 한국/세계’에 대한 감정에서 출발한 리셋에의 욕망과 자본화된 스테이트에 대한 저항-IS의 경우에는 세속화된 아랍국가를 대상으로 한다-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감정 기반을 토대로 한 공동체의 상상력 역시 일종의 당대적 네이션의 형상이라 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한국의 저항적 네이션이 결국 자본-스테이트 속에 안착한 것처럼, 당대의 ‘리셋에의 욕망’을 드러내는 네이션의 행보에 대해서는 어떤 예측이 가능할까.

두 번째로 궁금한 것은 한국 사회의 어소시에이션적 가능성이다. 프랑스 혁명의 ‘박애’ 정신에서 드러난 어소시에이션적 성격은 부르주아에 의해 억압되었고, 그 결과 부르주아 국가가 확립된 이후 이 좌절한 어소시에이셔니즘은 사회주의로 흡수되었다. 고진이 말한 것처럼 어소시에이션을 자본의 축적이 발생하지 않는 상호교환 네트워크라고 봤을 때, 해방 이후 손희정이 중요한 결절로 보았던 80년대의 제도적 민주화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지난한 민주화 과정에서 (마치 프랑스 혁명에서처럼) 그 어떤 어소시에이션의 전통도 도출된 적이 없었나 하는 점이다. 전통이 있다면 있는 대로, 만약 없다면 이제 우리가 새롭게 찾아가야 할 어소시에이션의 가능성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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