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

 

어서 오세요
-네이버 웹툰 <어서오세요 305호에>

 

 
 

  너는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 어깨는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애처롭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는 너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애처로워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대학원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너에 대한 내 마음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경솔하게 좋아해 버려서.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모르는 것뿐이지만 생생한 감정들을 경험하는 게 ‘처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처음’ 때문에 나는 정신없이, 다른 사람들이 사회를 걱정할 때 너를 생각한다. 이런 내가 한심하다는 걸 아는데도, 마음은 뜻대로 멈추지 않고.

 
 

  와난 작가의 <어서오세요 305호에>에는 성소수자와 다수자가 등장하며, 이들의 사랑과 우정이 그려진다. 레즈비언인 윤아에겐 “지금까지 해왔던 것이 짝사랑뿐인데도 그것조차 브레이크가 걸려”버리곤 했으며, 누군가를 좋아할 때마다 “접어라”는 말이 “위험신호처럼 울렸다”. 그러다 백설을 만나 얼떨결에 좋아한다는 고백을 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드라마 <프로듀사>에는 “사랑에도 예고편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윤아는 “짝사랑 전문인 애들이 급하게 용기를 냈다가 저지르는 실수”를 하지만 오히려 그 실수가 사랑을 가져온다. 나는, 윤아처럼 용감하지 못해서 너에게 예고 없이 고백하는 실수를 저지르지도 못하니까 이렇게 비겁하게 나를 숨기고 글을 썼다. 예고를 했으니 쉽게 말할 수 있을까. 사실은 이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겁이 나서 예고만 띄우고 끝나 버릴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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