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암자 / 예술계열

 
 

 

 

 

 

 

 등록을 막는 등록금

그암자 / 예술계열

 

  고지서를 뽑고 한숨이 나왔다. 6,324,000원. 거대한 숫자가 나를 괴롭혔다. 처음 대학원에 들어와서는 등록금이 이렇게 비싼 건 ‘대학원’이라 그런 줄만 알았다. 타 대학원 예술계열 등록금도 비슷했으니까. 하지만 우연히 인문대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우리 등록금이 얼마나 비싼지를 알게 됐다. 친구가 비싸다고 투정했던 등록금은 내가 학부 때 내던 그것보다 저렴했다. 학부 때도 등록금은 다른 곳보다 약 100만 원 정도 비쌌고 그에 대해 학교는 ‘실습비’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 실습비는 등록금 투쟁 이후 초반에 약품을 지원받았던 것뿐이다. 대학원에 와서는 예술계열 등록금이 비싼 이유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고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관성적으로 ‘우리는 그냥 비싸니까’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그나마 학부 때는 작업을 할 공간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하지만 대학원에 와서는 과실은커녕 실습실도 없다. 3시간 쓰고 돌려줘야 하는 강의실에서는 작업 자체가 불가능했고, 학교의 다른 공간도 대학원생에게는 제공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매달 3만 원씩 모아 월 20만 원의 작업실을 얻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대학원에 안 왔더라면, 600만 원씩, 4번 까먹지 않았더라면. 말도 안 되는 생각인 것 나도 안다. 하지만 등록금을 생각하면 딱 그런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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