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 이공계열

 
 

 

 

 

 

삥땅으로 얼룩진 연구실

우후죽순 / 이공계열

 

  ‘대학원’과 ‘삥땅’. 이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낱말이다. 학문후속세대라 불리는 집단과, 남의 돈을 가로채는 짓을 저급하게 부르는 속어를 감히 비교나 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낱말이 실제로는 절묘하게 조합되고 있다.

  ‘넉넉한 장학금’, ‘높은 취업률’로 포장된 ‘이공계 대학원생’의 본 모습은 ‘전일제 대학원생’과 ‘연구비 통장’이다. 이공계 대학원생은 출퇴근 시간이 보통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로 정해져 있다. 오후 9시는 명목적인 퇴근 시간일 뿐, 그마저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 추가 근무가 강요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수들이 요구하는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그들은 밤낮없이 주말에도 연구를 진행한다. 또한, 연구비 통장에는 왜 들어오는지 모르는 연구비가 입금되지만,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금액만을 인출한다. 나머지 금액은 명목상 ‘연구실 공금조성’이라는 그림의 떡이 된다.

  이공계 대학원생이 원하는 것은 딱 한 가지다. 과제 계획서 참여율만큼 개인에게 책정된 인건비를 보장해주는 것. 매달 내 통장에 왜 들어오는지 모르는 돈을 그림의 떡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 아이러니 속에서 그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연구실 내 ‘삥땅치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는 이공계 대학원 연구실 문화. 이것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있는 한국 상아탑들의 현주소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