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라 / 인문사회계열

 
 

 

 

 

 

 

 대학원 공간문제에 대한 단상

자라 / 인문사회계열

 

대학원 진학과 동시에 뒤늦은 경제적 독립을 결심했으나,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이 자아내는 불안감과 순식간에 증발해버리는 알바비는 나의 순진한 다짐을 비웃는 듯하다. 대학원 공간문제는 대학원 생활을 등록금이란 잣대로 평가했을 때 특히 불만스러웠던 점들 가운데 하나였다.

  ‘삐-’, 대학원 지하의 일반열람실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컴퓨터 부팅 오류음이다. 별로 당황하지 않고 컴퓨터 코드를 뽑으면 열람실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 그 소리가 두어 번 반복될 때까지 해결 못하는 사람은 열람실 컴퓨터 사용이 처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지뢰찾기 고난도 단계처럼 열람실의 상당수 컴퓨터가 이러한 상태고, 그 결과 열람실의 정숙한 분위기가 빈번히 깨진다는 것이다. 수백만 원의 등록금을 내고도 지정석을 얻기 위해서는 추첨운까지 좋아야 하는 현실에서, 매번 집중이 방해받는 상황마저 개의치 않으려면 대체 어느 정도의 정신승리력을 갖춰야 하는 걸까.

  대학원에서 휴식공간이라고 할 만한 것은 로비의 테이블과 바깥의 벤치 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그러다보니 특히 로비의 경우,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이 배려심 없고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비좁은 공간은 우리의 마음과 관점 역시 협소하게 하고, 대학원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의 태도 문제로 호도하게끔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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