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8일, 대학원 건물에는 <未生의 “선진화 계획”, ‘完生이 먼저다.’>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역사학과 대학원 재학생 및 수료생 일동’의 명의로 게재된 이 성명서는 선진화 계획안의 졸속성을 비판하며, 충분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친 학사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 한다. 같은 내용의 글이 중앙인 커뮤니티에도 게재되었는데, 당일에만 무려 95개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들 중 대다수는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대학원생 발언권의 “적격성”을 문제 삼았고, 이는 두 가지 논지를 중심축으로 전개됐다(아래 인용문은 모두 아이디 ‘인명재천’의 댓글이다).

  첫째, 성명서를 내는 대학원생이 “모교 출신”이 아니라면 “구조개편에 성명을 내고 간섭을 할” 이유가 없다. “우리대학이 모교가 아니면서 우리대학에 의견을 제시하는 거라면” “논의를 하는 적격성이 떨어진다.” ‘중대 출신 대학원생’과 ‘비중대 출신 대학원생’을 나누는 저급한 순혈주의는 뒤로 하더라도, 이 댓글은 ‘대학원생’의 말할 자격에 전면적으로 도전한다. ‘중대 출신 대학원생’의 발언권은 그가 대학원생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앙대 졸업자이기 때문에 획득되는 까닭이다.

  둘째, “자기가 모시는 분은 아주 잘 모셔야” 하고 “지도교수와의 의리”를 지켜야 하는 “대학원생이라는 특수한 입장”을 고려할 때, 이 성명서가 “그 의리의 한 부분이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즉 대학원 성명서는 그저 자신의 학과 교수진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라는 것이다.

  첫 번째 논의에서 대학원생은 중대 졸업생으로서만 발언권을 얻는다. 두 번째 논의에서 대학원생은 교수의 꼭두각시가 된다. 첫째 경우에 대학원생은 비시민권자이며, 둘째 경우에 대학원생은 유령(비인간)이다. 소통의 공간에서 말할 자격에 대해 논한다는 것. 그것은 곧 ‘우리’와 ‘너희’의 경계를 긋고 말하는 사람이 그 경계 안/밖에 있는지를 검증하는 피아식별 작업이다. 민족, 인종, 국민, 시민을 경계 지어왔던 이 선은, ‘너’의 말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단박에 결론 내림으로써 논쟁을 효과적으로 종결짓는 무기가 된다. 너는 우리가 아니다, 이것은 너의 일이 아니다, 너는 이 일에 관해 말할 자격이 없다, 너는 소통의 대상/주체가 아니다, 그러니 입을 다물어라.

  정말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이 댓글 공방이 ‘중앙대 대학원생’을 ‘중앙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대학” 분위기의 반영은 아닐까.

전영은 편집위원|na67301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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