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 서양화학과 석사

 

개인의 서사가 중첩된 풍경

최수진 / 서양화학과 석사

  저는 직접 경험했던 사건들이나 누적된 감각과 생각들을 회화로 구축된 공간에서 그 속의 주인공의 이야기로 연출하고 있습니다. 여행이나 산책으로 마주친 장소를 촬영하고 그와 매칭되는 감각과 기억, 생각을 소환해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캔버스 화면은 색이나 물감의 물성, 붓질과 같은 회화적 요소들이 부각되어 나타납니다. 저의 경험과 생각들로 화면 속의 상황이 연출되지만, 보는 이에 따라서 다양한 상황과 조형적 감각으로 읽히길 바라고 있습니다.

 

<밤의 연못>, oil on canvas, 130x130cm, 2013
<밤의 연못>, oil on canvas, 130x130cm, 2013

  ■밤의 연못
  한창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구상했던 작업입니다. 매일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보고 이력서를 쓰고 그에 맞는 서류들을 준비했지만, 어느 한 곳에서도 일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제 방에는 쓰레기 더미가 되어버린 자기소개서와 주민등록등본, 건강진단서, 계획서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작업 속 연못에는 휴지 뭉치(혹은 연꽃, 혹은 한숨)들이 떠 있고 밤하늘에서 여러 가지 선이 내려와 있습니다. 무엇을 선택해야 좋을지, 내가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는 막막한 밤에 대한 작품입니다. 하늘과 연못에 연결되어 있는 선은 다양한 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막막함과 기대감의 이중적인 감정이 들어가 있어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읽혀질 수 있는 작업입니다.

 

<퐁당퐁당 >, oil on canvas, 130x163cm, 2013
<퐁당퐁당 >, oil on canvas, 130x163cm, 2013

■퐁당퐁당
  이 그림은 ‘대화’에 대한 작업입니다. 이 작업을 시작할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겪은 적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카페에 가면 상대방이 그 자리에선 소소한 주변 이야기만 하다가, 막상 지하철역 입구나 버스정류장에 가서 서로 헤어지기 직전에서야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툭 하고 던지고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말이 마음에 조약돌처럼 묵직하게 던져져 파동을 만들고 여운이 남곤 했습니다. 각각의 다른 사람들에게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는데, 어쩌면 중요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다뤄지길 바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속에 조약돌을 던지듯 파동이 일어나지만 곧 없었던 일처럼 가라앉고 마는 상황을 계곡 혹은 연못 속에서 두 소녀(혹은 남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연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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