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기획문화
[생태]쌀의 과거, 오래된 미래최요왕 / 농부
김재연 편집위원  |  kamja79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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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호]
승인 2015.06.13  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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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의 과거, 오래된 미래

   
▲ ⓒ김재연

최요왕 / 농부

  필자는 농사를 생활의 수단으로 삼고 사는 농사꾼이다. 2004년에 귀농하여 12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다니던 직장을 접고 농사를 선택했던 데는 몇몇 이유가 있었다. 자립, 자급자족, 예속으로부터의 자유로움 뭐 그런 종류의 맥락에서였다. 시절이 옛날하고 달라서 농사지어 딸린 식구들 먹일 양식 만들어내는 게 가장으로서 제일 우선으로 해야 될 임무인 세상은 아니지만 내게는 중요하게 생각됐었다. 자연환경은 점점 파괴되어 가고 먹거리에 대한 안정성은 불안해져 가는 흐름을 보면서 말이다. 거기에 식량을 무기 삼는 강대국들, 종자를 잡고 흔드는 거대 기업들을 보면서 느낀 위협 등등. 최소한 내 새끼들 먹여 살릴 쌀만큼은 직접 만들어 내야 자본이라는 괴물의 종속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본조건이 아니겠느냐는 판단이 농사를 선택한 제일 큰 이유다.
  한데 내용은 부실하다. 부실해도 너무 부실하다. 농사 10여 년 동안 애들은 컸지만 그나마 조금 모아뒀던 자산은 부채에 눌려 짜부라져 버렸고 내 농업생산력은 빚 갚기에도 부족할 지경에 이르렀다. 개인적인 농업 경영에 허점이 왜 없겠는가마는 정부, 국가의 역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을, 결국에는 그 이득 대부분이 기업에 돌아가는 경제 발전의 지속적인 희생양으로 삼아 왔던 배경이 너무 크다. 수출만이 살길이라고 외치면서 WTO니 우루과이 라운드니 떠들다가 이제는 FTA만이 살길인 양 마구 질러대고 결국에는 최후의 보루 쌀마저도 포기하겠다고 공식 선언까지 해버렸다.
  농산물을 국가공동체의 전략적인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고 무역의 대상으로 삼는 대표적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그런 정책은 우리나라 농업생산력의 가치를 땅바닥에 내리꽂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이는 농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면서 생산기반을 뒤흔들어 취약하게 만든다. 지금 당장에라도 강대국이나 글로벌 기업이 식량을 무기화하면 국가는 어떻게 하려는지 답답하다. 정치인, 고위관료 등 정책을 결정, 수단이 되는 법안을 만드는 집단들은 무능해서 식량 안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못 하거나, 아니면 본인들에게는 중요치 않으니 외면하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다. 이중국적에 병역기피가 흔한 집단인 걸 보면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워 보인다.
  다시 글의 주제인 쌀에 집중해보자. 지구 어느 지역이든 주식(主食)이란 게 있다. 해당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작물이 오랜 세월을 통해 선택되고 먹거리 이상으로 그 지역의 문화, 종교 등과 심지어는 신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치며 그 지역의 기반으로 자리 잡은 존재들이다. 남미 지역의 옥수수, 감자가 그렇고 아시아 지역의 쌀, 유럽 지역의 밀이 그러하다. 농경이 어려운 중앙 아시아는 그들대로 목축을 삶의 기반으로 만들어 왔다.
  그러나 한국에선 그러한 주식인 쌀이 버려지려는 찰나에 있다. 왜? 무역 논리 때문에. 핸드폰, 자동차 수출하려고 쌀을 포기해야 된다는 것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말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한데 그 무역으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누구인가? 국민? 천만의 말씀이다. 그 이득은 몇몇 기업이 챙긴다. 대한민국 정부는 기업의 이득을 챙겨주기 위해 수천 년 백성들을 먹여 살린 쌀을, 농업을 희생양으로 삼겠다고 공식 선포해버렸다.
  쌀이 무너지면 우리 농업이 무너진다. 자기 땅에 벼농사 만여 평을 지어도 먹고살기 힘든 상황이 쌀 전업농들을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게 만든다. 그러면 많은 농산물이 과잉상태에 이르게 되며 거기에 FTA를 통해 수입된 외국 농산물이 가격체계를 붕괴시켜버린다. 이미 물가상승률에 훨씬 못미치는 가격상승률로 생산원가 건지기에 급급한 국내 농산물의 생산기반 붕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FTA로 얻은 기업의 이득 일부를 농업지원에 돌리자는 ‘무역이득 공유제’란 게 있다. 2012년 국회에 발의 되었으나 법제화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자유시장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는게 반대하는 부류의 논리인 모양이다. 어떤 체제나 시스템이란 건 사람살기 좋으라고 만들어 놓은건데 ‘몇몇의 이익을 위함’은 등뒤에 감추고 시스템 핑계나 대는 형국으로 뵌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것인데 농업 희생을 바탕으로 얻는 몇몇의 이익에 대해 너무 당연시하는 시절이다. 결국 후세대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뻔한데 말이다.
  농사로 세상을 살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나 농업이란 게, 쌀이란 게 모두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정확한 판단과 실행이 아쉬운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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