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국의 축제

 

 
 
 
 본교에서 많은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3월부터 지금까지 중앙대는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편에 따른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에서부터, 이에 대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까지가 그 시작이었다. 이후, 전 총장이 뇌물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 기소되고, 전 이사장이 배임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었다. 기소 전후로 언론의 조명을 받으며 밝혀진 중앙대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까지 중앙대는 하루걸러 하루 꼴로 핫 키워드였고 기소에 따른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지금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덕분에 덩달아 조명을 받은 학내 문제들도 있다. 여러 여성단체들이 교내에서 성차별 발언과 처사에 대해 퍼포먼스가 섞인 시위를 벌였으며, 국제물류학과 교수가 다수 여학생들을 성희롱한 사실이 알려지며 징계 위원회에 회부되었고, 전 행정대학원장의 학생들을 상대로 한 횡령 및 사기 혐의 등이 언론에 다뤄졌다. 
 
하향식 구조의 문제
 
 개인의 도덕성을 판단하기에 앞서, 이러한 사건들이 그동안 잠재될 수 있었던 구조를 살펴보자. 왜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은 학내구성원들과 소통 과정 없이 추진된 ‘밀실 행정’이라고 비판 받는가? 박용성 전 이사장의 현수막 지시, 학내 언론탄압 지시와 같은 문제적 이메일을 가능하게 한 근간은 무엇인가?
 이를 구조의 문제로 다뤄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포괄적인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현재 중앙대의 특수한 이사장 주도형 대학 거버넌스를 꼽을 수 있다. 대학 거버넌스는 크게 이사장 주도형과 총장 주도형, 총장 독립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적인 이사장 주도형의 경우, 이사장이 총장을 임명하고 상임이사와 총장이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형태이지만, 중앙대의 경우 이사장에서부터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직무 명령권과 인사권이 상임이사→ 총장→ 보직교수로 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수비대위와 교수협의회에서도 지적했듯이 대학운영위원회, 미디어센터, 홍보팀, 미래전략실 등은 이사장 중심 거버넌스의 핵심 기구이다. 이는 지난 몇 달간 대내외적으로 ‘독단적인 행정, 학생 자치겲際逵냅? 기업식 대학 경영’이라는 문제점으로 회자되었다. 이러한 구조의 특성이 일방적 기자회견, 총학 성명서, 플래카드, 회계문제 등의 굵직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다. 즉, 이러한 구조의 혁신 없이 개인의 도덕성으로 문제를 치환하는 것은 유사 사건의 끊임없는 재발 가능성을 남기는 것이다. 
 
중앙대 혁신위원회, 출범할 것인가
 
 구조개편 사태는 기존의 선진화 계획의 기본 틀에서 일정 부분 변화가 있었지만 결국 정시모집생 중 일부는 아직 구체적인 교육철학과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의 지속적인 반대 의견 개진 결과 ‘중앙대 대표자 회의’가 중요 협의체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인 16년도 학사구조 개편과 입학사정 문제를 합의하느라 이에 대한 근본적인 재논의라는 학내 구성원들의 중론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즉 문제되는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무엇이 변화의 가능성으로 남았는가? 분명한 점은 16년 이후 장기적인 미래에 대한 교육철학에 입각하여 거버넌스, 재정문제, 학생자치에 대한 각 구성원들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난 달, 교수비대위와 교수협의회는 박 전 이사장에 대한 고소, 총장의 자진사퇴 요구와 더불어 중앙대 혁신위원회를 구성할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 “교수, 학생, 직원 대표로 이루어진 중앙대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총장 대행체제와 새로운 대학운영 조직을 구축”하는 것이 이 혁신위원회 제안의 의도이다. 즉, 기존의 이사장 주도형 거버넌스에서 탈피해 총장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총장 임명을 민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권력 견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이 제안이 기존 대표자 협의체를 유지하는 방식이 될지, 아니면 현 상황 하에서 문제가 된 보직자들을 제외한 새로운 구성원으로 꾸려질지, 그리고 정확히 어떠한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하고자 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중요한 점은, 지금이 분명 ‘혁신’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혁신에 대학 구성원 중 유일하게 사비를 지출하며 학교를 지탱하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구조적으로 무시 가능한 전통적 구성으로 이뤄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