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배 / 교육학과 석사과정

 학교는 ‘좌절’을 배우는 공간

김승배 / 교육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은 왜 가?”라는 질문은 대학원생들이 입학을 결심한 그 순간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일 것이라 생각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한국 사회이지만 대학 교육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주위 사람들에게 의문을 자아내는 행동이 된다. 사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정말 자명할 것이다. 더 ‘배우고’ 싶은 것이 있으니까. 대부분의 대학원생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답이 뻔한 질문을 수도 없이 받으며, 그리고 왜 그때마다 꼬박꼬박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을까? 이는 우리 사회가 학교라는 공간을 ‘무언가를 배우는 곳’으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가 무언가를 배우고 탐구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면 대학을 마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이유를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질문을 계속해서 받는다는 것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학교가 무언가를 배우는 공간으로 의미화되지 않고 있음을 역설한다.

  학교가 배움의 공간이라는 지위를 잃어버린 지는 오래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학교는 대개 다른 목표를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되고 있다. 고등학교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또 대학은 취업 이력서에 한 줄을 채워 넣기 위해서만 그 의미를 지니며, 학교 그 자체가 원래 무엇을 하는 공간이어야 하는지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학교가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배우고 탐구하는 것에 몰두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외침은 오히려 사회로부터 세상물정 모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놀림 받기 일쑤이다. 학교는 더 이상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 아니라,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회에서 아무리 세상물정 모르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놀림 받더라도 학교는 무언가를 ‘배우는’ 공간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운다고 했을 때 그 무엇은 단순히 경영학, 교육학, 공학과 같은 학문 단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것은 바로 ‘좌절’이다. 이거야말로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좌절을 배운다는 것은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가를 깨우쳐 가는 과정이다. 무언가 하나를 배운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이 얼마나 미미한지, 우리에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 존재인지를 상기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필연적으로 학문적 좌절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 좌절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맞닥뜨리는 좌절과는 다르다. 우리가 배움의 과정에서 경험하는 좌절은 단순히 우리를 절망의 낭떠러지로 등 떠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더 알아야 하는지,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이 어디인지 지시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준다. ‘모름’의 배움이 역설적으로 더 나은 앎을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학교는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 좌절을 배우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중앙대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좌절을 선사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학과 통폐합이나 학문단위 개편과 같은 ‘현실’에 대한 좌절 말고 끊임없는 배움으로부터의 좌절을 말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