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박범훈 전 총장 검찰조사 이후

중앙대의 50가지 그림자 

 
 

  3월 27일, 검찰이 중앙대 본부를 압수수색했다. 박범훈 전 중앙대학교 총장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 있던 11-12년 본교와 안성캠퍼스 통합, 단일 교지 승인, 적십자 간호대 인수 등 중앙대의 역점 사업들을 원활하게 추진해달라며 교육부에 압력을 행사한 혐의였다. 중앙대는 11년 7월 본분교 통합신청서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본교와 분교를 운영하고 있는 대학의 통합 신청은 그해 6월 교육부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가능해졌는데, 이 과정에 박 전 총장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단일 교지 승인 특혜는 두 캠퍼스가 동일한 지자체 내에 있거나 20km 이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 중앙대가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12년 12월 교육부의 승인이 났던 것을 말한다. 단일 교지 승인 후 안성캠퍼스 정원 362명이 흑석캠퍼스로 이동했고 학생 수 대비 학교 부지 비율인 교지 확보율은 흑석캠퍼스의 경우 40.6%에서 35.6%로 떨어졌다. 본분교 통합 신청 당시 중앙대는 흑석캠퍼스의 교지 확보율 40.6%를 유지하겠다는 조건으로 승인을 받았는데, 뒤이어 단일 교지 승인을 받음으로써 위 조건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두 캠퍼스가 단일 교지가 되면 교지 확보율을 비롯한 각종 교육여건 지표들이 합산되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지 확충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에 중앙대가 얻은 경제적 효과가 최소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검찰은 추정했다.

  박 전 총장에게는 이밖에 간호대 통폐합 의혹, 중앙국악연수원 땅 투기 및 사유화, 첫째 딸 중앙대 조교수 임용에 압력 행사, 부총장 시절 중대병원을 매매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 등 추가적인 혐의들이 쏟아졌다. 4월 30일 검찰은 박 전 총장을 소환하여 중앙대가 지난 08년 우리은행과 주거래은행 계약을 연장하며 받은 기부금 100억 원의 용처를 집중 추궁했다. 거액의 기부금이 학교 발전용으로 쓰이지 않고 두산 그룹이 소유한 재단 명의 계좌에 분산 입금되었는데, 이는 현행사립학교법 위반이다. 4월 30일자 MBC 보도에 따르면, 소환조사 결과 검찰은 두산중공업 등 두산 계열사들이 지난 09년부터 박 전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뭇소리 재단법인으로 18억 5천만 원을 보낸 정황을 확인했다. 박 전 총장은 5월 둘째 주 검찰로부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 받을 예정이며, 두산중공업 전 사장인 박용성 전 중앙대 재단 이사장도 소환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막말파문과 비리폭로, 그 스펙터클의 이면

  박 전 총장 수사 과정에서 4월 21일 공개된 박용성 전 이사장의 이메일은 학내외에 또 다른 파장을 일으켰다. 대학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의 “목을 쳐주겠다”라는 표현,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학생 있으면 무시하라. 사무 착오로 학습능력이 없는 아이가 입학한 케이스”라는 폭언, 중앙대 총학생회 이름으로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되련다”라는 현수막을 걸도록 지시한 사항 등이 이메일을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이 거세지자 박 전 이사장은 21일 중앙대 이사장직과 이사직, 두산중공업 회장직, 대한체육회 명예회장직 등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거친 말들의 이면에는 중앙대에 대한 박 전 이사장의 경영철학이 깔려있고, 두산 재단과 얽혀 있는 박 전 총장의 비리혐의에는 그간 운영되어 온 중앙대의 역사가 담겨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갑질’과 비견되는 박 전 이사장의 막말파문과 부비트랩처럼 연달아 터지는 박 전 총장의 비리혐의들이 놀라우면서도 생경하지 않은 까닭은 중앙대라는 공간에 속한 학생, 강사, 교수, 직원들이 바로 그 자극적인 뉴스의 현장, 막말과 비리의 자장 속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08년 6월, “중앙대라는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전부 바꾸겠다”던 박 전 이사장의 취임사대로, 그간 중앙대는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왔다. 학생 명의로 현수막을 걸도록 지시한 이메일의 내용은 본관에 걸려있었던 낯부끄러운 현수막뿐만 아니라 학내 공식 커뮤니티 ‘중앙人’이라는 형태로 이미 구현되어 있다. 중앙대를 인수한 직후 두산그룹이 만든 ‘중앙人’은 학생이 아닌 학교본부가 운영하는데,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숙명여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생이 커뮤니티를 제작‧운영하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제작자이자 운영자가 학교본부인 커뮤니티는 본질적으로 통제되는 공간인 기업 내부 인터넷망 ‘인트라넷’과 닮아 있다. 학내 언론사들의 편집권 침해도 다반사다. 09년 대학의 기업화에 비판적인 논조의 글이 실린 <중앙문화> 58호는 전량 수거 당했다. 박 이사장은 “총장이 발행인인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며 “원칙에 반하는 편집 방향으로 1회라도 발행하면 그날로 중대신문은 폐간하는 날”이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재단 임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박 전 총장 검찰조사의 주 혐의였던 본분교 통합 및 단일 교지 승인은 11년 학과 통폐합과 동시적으로 이루어졌다. 당시 안성캠퍼스 총학생회장이 ‘본분교 통폐합 및 신 캠퍼스 후속대책 요구 단식 투쟁’을 벌이는 등 학생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고, 10억 장학금 지급, 폐과에 대한 수업권 보장 등 학교 측이 전달한 중재안이 학생총회에서 수용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안성캠퍼스 인원이 대거 서울캠퍼스로 이전하면서 발생하는 공간 부족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선진화는 계속된다

  4월 27일 이사회에서는 16학년도 정시모집을 광역화하는 학칙 개정(안)이 의결되었다. 새 이사장으로 선임된 김철수 이사는 학칙개정안에 대해 “그동안 전 구성원들이 합심해 추진해 온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중단 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대학구조조정’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해서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정책의 핵심은 평가를 통하여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거나 대학을 퇴출시키는 것인데, 어떤 지표를 사용하더라도 수도권 대규모 대학이 유리하고 지방 소규모 대학이 불리하다는 점에서 평가 기준의 불공정함이 문제될 수밖에 없다. 상대평가를 통한 대학등급화는 대학의 경쟁력과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지방대와 전문대를 고사시키고 대학서열화를 고착화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대학의 질과 공공성을 높이면서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구조개혁이 필요한 때이다.


홍보람 편집위원 | silbaram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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