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오피니언
[논평] 인문학, 문사철도 자기경영학도 아닌
홍보람 편집위원  |  silbaram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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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승인 2015.04.01  18:5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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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문사철도 자기경영학도 아닌

 

  모 지방대 심리학과에 입학했던 친구가 있다. 입학 직후 학과가 없어지고 자신은 원치 않게 행정학과 소속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갑자기 행정학과라니 황당했지만 그땐 필자도 철이 없어서 ‘작은 지방대에서는 별 일이 다 생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구조조정하는 학교에게 누군가의 목표나 인생은 고려에 없었다. 친구는 수업에 잘 들어가지 않았고, 교정을 배회하다, 결국 대순진리회에 가입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지구의 멸망과 심판, 11차원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별 일’이라고 생각했던 사건이 현재 전국 수십여 곳의 대학들에서 속출중이다. 이화여대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신산업융합대학’ 신설 및 예술대 인원 감축, 학과 이전‧통폐합 내용이 담긴 학칙 개정안을 갑작스레 공고했다. 한국외대는 2012년부터 광역모집을 실시했던 대학을 2016학년도부터 학과제로 되돌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건국대는 영화학과와 영상학과를 통합하는 내용을 담은 학사구조 개편안을 통보했다. 대학마다 학부제에서 학과제로 또는 학과제에서 학부제로의 변경 등 차이를 보이지만, “취업률과 산업발전방향을 고려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 인문‧사회‧자연과학‧예체능 등 취업률이 낮은 학과의 비중을 낮춘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정부는 전국 대학을 5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에 따라 차등적인 재정지원 및 정원감축을 강제하는 지금의 ‘구조조정’을 대학구조‘개혁’이라고 말하고 있다.

  2009년부터 세 차례의 구조조정을 거친 본교에서도 ‘선진화 계획안’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갑작스럽게 제도가 바뀌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은 사학재단들과 정책입안자들이며, 결과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학생들과 교수들, 그리고 입시생들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전선은 ‘학생들의 선택권’과 ‘교수들의 밥그릇’으로, 또는 ‘나쁘고 미심쩍지만 개혁을 추구하는 재단’과 ‘정의롭지만 시대의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특정 학생‧교수사회’로 그어지고 있다. 전선이 그어지면 이것은 일종의 투시도처럼 인물과 사물들을 배치한다. 매끄러운 가상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그림 속 소실점에서 우리의 미래를 찾는다. 그러나 그림 자체가 가상이기 때문에 소실점에 미래가 있을 리 없다. 이러한 원근법을 구획하는 주체의 시점 바로 그것을 응시해야 한다. 의견과 의견의 충돌로 보고 선택의 문제로 이 사안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어떤 지배적 가치에 의해 끊임없이 상황이 구획되고 있는지를 판단하고, 선진화 계획 후에 구체적으로 벌어질 일들이 무엇일지를 질문해야 한다.

  선진화 계획안은 인문학 경시가 아니라고 이야기된다. 인문학은 무엇인가? 인문학은 비판적 사유의 이름이다. 비판은 헐뜯고 무언가를 깎아내리는 것으로 흔히 오해되지만, 본디 사전적 의미에서 “사물을 분석하여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고, 전체 의미와의 관계를 분명히 하며, 그 존재의 논리적 기초를 밝히는 일”이다. ‘자기경영의 필수지침’으로 인문학을 간주하는 풍조에 맞서 인문학이 무엇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니까, 질문을 하자. 학생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교육상품을 제대로 공급해줘야 한다고 학교는 말한다. 지금의 선진화 계획안으로 과연 교육상품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넘어, 학생이 ‘소비자’인지 질문하자. 학생은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소비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청소용역노동자, 전임강사, 교직원, 교수, 각종 업체의 직원들과 함께 구성원으로 존재한다. 무수한 기회비용을 쏟아야만 하는 비싼 등록금은 학생을 원한감정에 찬 소비자로 만들지만, 우리는 주는 대로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대학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주인이다. ‘비판’이란, 원칙이 실은 가상에 불과하다고 폭로하는 작업을 넘어, 바로 그 가상의 현실화 조건을 따져보는 행동이다. “대학은 평등한 구성원들 간의 학문공동체”라고 공대위 소속 교수가 발언할 때, 우리는 교수들이 평소에 내보인 권위적인 태도나 사실상 군대와 다를 바 없는 대학원사회의 위계질서, 불가항력으로 오르는 대학원 등록금을 떠올리며 냉소하기보다 왜 지금 저 말이 가상으로 보이는지, 언제부터 어떤 조건들 속에서 저 말이 기만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는지 숙고해야 한다. “대학은 평등한 구성원들 간의 학문공동체”라는 바로 그 문장에 책임을 지라고, 교수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강제해야 한다. 문장을 입증하려는 노력들과 행위들 자체가 그 문장을 현존하게 만든다. 고등룸펜 또는 지식생산제도의 하청노동자 대학원생으로서 우리가 어떤 상황 속에 발 딛고 있는지, ‘비판’하자.

 

홍보람 편집위원 | silbaram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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