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오피니언
[문지방 사람들] 경계 속에 살다고난 / 미 동부 주립대 박사과정
홍보람 편집위원  |  silbaram9@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18호]
승인 2015.04.01  18:28:0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경계 속에 살다

 

   
▲ 남의 나라 겨울은 춥다

고난 / 미 동부 주립대 박사과정

  백인학생의 비율이 70%에 가깝고, ‘표준’ 영어를 쓰는 미국 동부의 학교에서 영어를 잘 못하는 아시아 여성 대학원생의 삶은 외줄타기 하는 것과 같은 긴장과 균형을 요구한다. 일상에서든 학교에서든, 늘 나에 대한 경계들을 생각하고 그것들을 협상해야하기 때문이다. 미국인 혹은 영어를 잘하는 다른 외국인 친구들이 영어를 못하는 나를 배려하면서 천천히 말하거나, 교수들이 조교로서의 일이 힘들지 않냐고 거듭 물어볼 때 혹은 아예 조교로서의 일을 맡기지 않을 때, 고마우면서도 그들이 인종적, 언어적 타자로서의 선을 그어버린 후 나를 규정한다는 점에서 꺼림칙했다. 하지만 동시에 친구들이 영어를 너무 빨리 말해 말을 못 알아듣고 나서, 여러 번 뜻을 물어보거나 (결국 못 알아듣고) 내 쪽에서든 혹은 친구 쪽에서든 대화를 포기해버릴 때, 조교 일이 많아 내 수업준비와 병행하기 힘들 때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배려를 은근히 바라기도 했다.

  이것은 어쩌면 경계에 선 사람들이 겪는 필연적인 일일 것이다. 백인/미국인의 인종적 타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면서도, 그들이 자신이 가진 권력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묵인하면서 나의 타자성을 인지하지 못할 때 불편함을 느끼는 것. 하지만 타자성에 대한 자기 인지와 타자로만 위치 지어지는 것에 대한 불편함 간의 모순은 쉽게 해결될 수 없기에, 나는 그 모순의 경계선을 끊임없이 협상해야 한다. 물론 그 모순을 당장 회피 혹은 (표면적으로) 극복할 수도 있다. 엄청난 개인의 노력과 뛰어난 능력으로 미국인 학생들만큼 혹은 그들보다 탁월한 학술적인 성과를 이룩하는 것, 또는 내 부족함과 그들과 똑같이 될 수 없음을 수긍하고, 그냥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갈 외부인으로 스스로를 위치 짓는 것. 그 엄청난 능력도 없고, 그것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고(이것은 문제다!), 열등생으로서 스스로를 인정하는 용기와 한국으로 돌아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미래에 대한 확신도 계획도 없는 나로서는 그 두 가지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추진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다. 더욱이 그 모순의 경계선들을 변화시키는 직접적인 개입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선택은 문제적이다.

  물론 처음에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때때로 미국 친구들도 다 못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텍스트들을 내가 다 읽어갈 수 있는가, 혹은 미국 애들은 못하지만 나는 해내야지 라는 생각의 양 편향을 오고갔다. 그 과정에서 나는 굉장히 이상하고 좌절스러운 경험을 했다. 영어에 대한 능력과 학술적인 능력을 등치시키면서(물론 미국 유학생활에서 전자가 후자의 필요조건이긴 하다) 텍스트의 줄거리와 핵심 내용을 이해하는 것에 만족하고, 그것을 내 사고로 연결시켜 발전시키는 데에는 상대적으로 무신경했다는 점이다. 아마 영어를 못하는 외국인 학생으로 인지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공포가, 공부 자체에 대한 부담과 결합해서, 영어 책 내용 파악을 잘 하는 것이 그 타자화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 착각했기 때문이리라. 아직 이 모순 속에서 어떻게 협상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 경계 속에서 사는 경험들을 내 학문적 연구와 연결시키고 설명하려는 노력, 말하자면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서 다른 사회적 관계들과 연결시키려는 노력이 위의 고민을 위한 출발점이라는 것은 깨달았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관련기사]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06974 서울특별시 동작구 흑석로 84 중앙대학교 302관(대학원) 201호 대학원신문사  |  대표전화 : 02-881-7370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편집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