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 / 사회과학대 석사

 두 번째 맞는 3월

 

익명 / 사회과학대 석사

  어느덧 대학원에 입학한지 1년이 지나고, 2년 차에 접어드는 3월이다.

  작년 3월, 설렌 마음으로 대학원이 어떤 곳일지, 진정 연구자로서 현재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지켜나가며 성장해나갈 내 모습이 어떨지에 대한 환상을 품고 타교에서 중앙대로 입학한 것이 엊그제 일만 같다. 그러나 두 번째 맞는 3월을 앞두니, 이 3이라는 숫자가 나에게는 점차 불행한 숫자로 다가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내게는 설레는 3월이었는데 논문자격시험부터 프로포절까지 감당해내야 할 숙제들이 갑자기 밀려오니 과연 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점차 혼동이 온다. 처음 학업계획서를 작성할 때 내가 해야 할 연구들은 엄청 많아 보였는데, 하나씩 배우면 배워갈수록 내가 생각한 연구들은 이미 남이 한 연구들이고, 그저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는 한계에 부딪히고 만 것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내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자신감이 없어진 나는 이 3이라는 숫자가 너무 싫어진다. 어쩌면 나는 대학원 생활에 회의를 느끼는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보면 대학원에 대한 회의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나는 스스로 회의감에 젖어 나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것이다. 처음의 포부와는 다르게 내가 한없이 작아지니 어쩌면 나 스스로가 발악하고 있는 것이다. 학부 때처럼 공부하면 될 거라 자만한 내 탓임이 틀림없다. 그때는 막연히 학생으로서 강의를 듣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보는 게 전부였던 내게, 또 다른 세상인 대학원에서 발제라는 큰 산이 나타나고 수업이 끝날 때마다 제출하는 페이퍼는 학부생이 꿈꾸었던 과정과는 전혀 다른 큰 부담인 것이다.

  왜 이렇게 나는 회의감에 젖어있을까? 왜 이 모든 게 부담으로 다가올까? 선배들을 보면 어떻게 이 과정을 거쳤는지 그저 신기하고 존경스럽다. 그리고 교수님은 마치 신적인 존재처럼 보인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저렇게 연구문제를 잡아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수많은 학자를 다 기억하고 있을까. 어쩌면 내가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지 않는 걸까? 나는 분명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었는데, 분명 내 생각은 참신한 것처럼 보였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안타깝고 슬프기까지 하다. 단순히 이러한 슬픔으로 끝나면 좋을 텐데, 물질적 빈곤 역시 나를 괴롭힌다. 만일 내가 이 과정을 기쁘게 소화해내고 생활하고 있다면 이러한 고민까지 내가 안고 있었을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행복하게 생활한다고 해도 분명 부딪혔을 문제이다. 나와 나이가 같은 친구들은 벌써 취업을 하고, 그 중에는 결혼까지 하며, 더 나아가서는 이미 아이를 출산한 친구까지. 정상적인 루트라면 어쩌면 나는 누군가의 아내로 살고 있거나 납세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원 과정이 비정상적인 루트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내가 대학원을 온 것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단지 내가 부딪힌 현실로 인해 그 목적의식은 점점 퇴색되고 있는 것일 테고, 그 퇴색되는 과정에서 주변이 잘 보이는 것뿐이다.

  이렇게 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현실에서 나의 괴로움은 목적의식을 상실한 대가임을 이렇게 다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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