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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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방 사람들] 유학생과 학생의 간격양진선 /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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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승인 2015.04.01  17:4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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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학생과 학생의 간격

   
▲ 우니와치 친구들. 이 친구들을 만나고, 함께 학내 반인종주의 운동을 하면서 비로소 학교가 조금씩 편안한 공간이 되는 것을 느꼈다.

 

양진선 / 서울대 사회학과 석사수료

  나는 석사과정을 수료하고 2012년 2학기부터 1년 동안 교환학생 신분으로 독일 훔볼트 대학을 다녔다. 무슨 생각으로 갔나. 한동안 독일어를 배웠고, 독일에서 전공영역을 공부하는 기대가 있었고, 외국에서(정확히 서유럽에서) 대학교를 다녀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 ‘선진국’이라는 독일 사회에 대한 로망, 교환학생이라는 특혜에 대한 욕심 등등. 반드시 가야만 하는 이유는 없었지만, 가도 좋을 이유를 만들자면 얼마든지 있었다.

  귀국 후에 주변 사람들은 호기심에, 인사치레에 묻고는 했다. 독일에서의 생활은 어땠니. 나 역시 여전히 자신에게 같은 질문을 하고는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1년 중 대부분 날들이 힘겨웠다. 매일 아침 학교에 가는 것이 가장 싫었다. 전체 대학생의 10% 이상이 유학생인 만큼 독일대학은 오랫동안 수많은 유학생을 위한 제도를 정비해두었다. 그러나 강의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내가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한 명의 학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너무 눈에 띄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학생과 선생님들이 내게 말을 걸 때면 대개 ‘너희 나라는 왜 그런 문화가 있니?’라든가 ‘아시아에서는 다르지 않니?’라든가 하는 질문들이었다. 나는 내가 전혀 관심 없는 한국의 관습, 혹은 전혀 모르는 아시아의 문화를 해명해야 하는 것이 지겨웠다. 무엇보다 그들의 ‘순수한’ 호기심은 내가 살아온 역사와 문화를 타자화하고 폄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나는 없는 존재였다.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애를 써도 교실에서 나는 잘 못 알아듣고 말을 잘 못하는 귀찮은 존재였다. 선생님은 나에게 답변을 정리할 시간을 더 주기보다 ‘말이 더 잘 통하는’ 학생들을 택했다. 독일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은 나와 같은 조발표를 하는 것을 드러내놓고 꺼리기도 했다. 학교에서 준비하는 많은 행사와 프로그램은 항상 모두를 환영한다고 했지만, ‘모두’의 경계에서 자국어에 능숙하지 못한 유색인 유학생은 빠져있는 듯했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한국 애들은 왜 몰려다니느냐거나, 아시안 학생들은 왜 이렇게 소극적이냐고 물었다. 유학생에 대한 무지, 편견, 무관심은 너무나 손쉽고 거친 폭력이 됐다. 물론 그곳에는 나처럼 느끼거나 생각하지 않고 ‘잘 적응하는’ 혹은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유학생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잘 적응한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했을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지점이다.

  독일에서의 대부분 날이 힘겨웠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내가 느끼는 차별과 분노에 대해 공감해주고, 함께 바꿔보자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훔볼트 대학 안에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학생모임 우니와치(Uniwatch)에서 우리는 학교 당국에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건물에 인종주의에 반대한다는 자보를 붙이고, 학내에서 외국인, 특히 유색인 학생들이 정당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했다.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외국인 학생들이(특히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이 배경인 유색인 유학생들이) 학내 외국인을 차별하지 말라는, 자신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시위를 한다면 어떨까.

  내가 독일에서 경험한 것과 지금 한국의 대학에서 유학생들이 경험하는 것을 비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지금 나는 한국의 대학에서 한국인이라는 정상성의 안위를 누리며 이방인의 위치에 선 유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우리는 서로의 관계를, 서로에 대한 책임을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외국인 유학생과 내국인 학생의 간격, 그 사이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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