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9.4 금 14:15
기획문화
[생태]강의 반대말은 뭘까?방춘배 / 농부
김재연 편집위원  |  kamja79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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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호]
승인 2015.04.01  13: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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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반대말은 뭘까?

   
▲ ⓒ김재연

방춘배 / 농부

  재연아, ‘강(江)’의 반대말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니?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며 안부도 묻지 않고 다짜고짜 강 얘기부터 꺼내 미안하구나. 언제 그랬냐 싶게도 벌써 3년이 지났다. 사람들이 매일같이 강의 안부를 묻던 시절. 마음이 여린 이들은 중장비와 덤프트럭의 굉음 사이로 검붉은 핏물처럼 강이 물들어가는 걸 보며 심장이 도려내지는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었지. 그러고는 다시는 못 볼 것 같은 심정으로 아이의 손을 잡고 모래와 여울이 햇살에 반짝이는 여강, 내성천, 금강으로 달려가 새벽까지 발자국을 꾹꾹 눌러가며 걷고 또 걸었어. 4대강 사업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말이야.
  갑자기 편지를 해서 강 얘기라니. 더구나 3년 전 기억을 다시 꺼내고. 재연아, 며칠 전 ㄱ형 장례식에 갔었단다. 너도 기억할 거야. 깡마른 체구에 입이 걸던, 술에 취하면 유기농업 잘한다고 농림부 장관이 상 줬다고 자랑하곤 하던 형님 말이야. 한때는 농민들이 만든 축구 동아리에서 날래기로 유명하기도 했었는데, 암이었대. 몸과 마음이 무언가에 턱 막혀 있었나봐. 북한강 양지바른 마을에서 태어나 평생 농사짓다가 한 줌 재가 돼서 다시 강으로 돌아간 거지. 우리는 서둘러 조문을 마치고 긴 침묵에 빠져있었어. 나는 ㄱ형을 강으로 돌려보내며 이런저런 상념에 시달려야 했단다.
  2009년 5월 어느 날, 4대강 자전거도로와 공원을 만들어야 하니 농사를 그만 짓고 나가라는 말과 함께 시작된 싸움. 저녁 어스름 회관 앞에 모인 우리는 하얀 광목천에 빨간 페인트로 ‘우리 이대로 농사짓게 해 주세요!’라고 현수막을 썼단다. 그때 ㄱ형이 말했어. “우리 아버지는 팔당댐 만든다고 땅을 빼앗겼는데 이제 4대강 개발한다고 나까지 농지를 빼앗기게 생겼어. 우리는 저 팔당댐 물을 먹지 않지만 유기농 하면서 강을 보호하려고 애를 썼다고. 그런데 이제 도시 사람들 자전거 타고 레저시설 만들어주려고 또 농지를 내놓으라는 거야?”
  재연아, 국책사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이 반대에 부딪히면 정부나 기업이 제일 먼저 하는 게 뭔 줄 아니? 바로 돈을 풀거나 개발이득을 미끼로 이웃을 이간질하는 거란다. 평생 친하던 사람들이 얼굴조차 외면하는 원수가 되지. ㄱ형 동네도 4대강 사업 찬반이 갈리며 산산조각이 났단다. 농지를 지키려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농사일은 산더미지, 가정경제는 피폐해지지…. 게다가 농민들의 저항이 거세지자 정부가 치사한 방법을 썼어. 바로 유기농업을 공격한 거지. 유기농업이 팔당호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고 농민들을 불법경작 범법자로 몰아붙인 거란다. 그것도 모자라 유기농이 발암물질을 생성한다는 말까지 언론에 퍼뜨렸지. 유난히 유기농을 하는 농민으로서 자부심이 강했던 ㄱ형이 어떻게 3년 4개월을 싸웠을까, 아니지 버텼을까, 라고 묻는 게 맞을 거 같구나.
  2011년, 국회에서 <4대강 농민 피해 실태 보고회>에 ㄱ형과 함께 다녀온 일이 있었는데, 그때 우리와 같은 처지의 농민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은지를 알고는 무척 놀랐단다. 4대강 주변의 2만6천여 농가가 당장 삶의 터전을 잃게 되었고 그 농지규모만도 여의도의 30배가 넘는다고 했어. 보(댐)를 짓자 지하수위가 높아져 농경지가 침수되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어. 국내 최대 수박 산지인 경북 고령을 비롯해 경남 의령, 금강 지역, 칠곡 왜관 등 보 주변지역 곳곳이 침수 때문에 한해 농사를 망쳐버렸지. 전남 나주 옥정리 들판에서는 영산강 4대강 준설토를 농지 리모델링사업이란 미명으로 논바닥에 덮자 벼가 자라지 않았단다. 여주, 의성, 부여 등 곳곳에서 산더미처럼 높이 쌓아 올린 준설토가 무너져 농지를 뒤덮고 있었어. 국토부는 잡아떼고 농민들은 분통을 터뜨렸지. ㄱ형은 피해 사례발표가 이어질 때마다 몸이 움츠려드는 듯 했어. 아마 그때 ㄱ형의 마음속에 댐처럼 큰 벽이 들어앉았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구나.
  강변북로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ㄱ형은 내내 차창에 기대 한강을 바라보고 있었어. 마치 거대한 수로처럼 변해버린 한강, 값비싼 아파트를 보증하는 또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린 한강, 다른 강들의 미래가 될지도 모를 한강을. ㄱ형은 혼잣말처럼 내뱉었어. “4대강을 개발하려는 사람들은 저 강이 돈으로 보이나 봐.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재연아, 어쩌면 이 말이 내가 강 얘기를 빌어 진짜 하고 싶은 얘기인지도 모르겠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온통 비리와 부실투성이라고 하더구나. 최근 박근혜 정부는 <4대강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16개의 보(댐)는 근거도 없이 만들어졌고 수질은 더 악화됐대. 가뭄이나 홍수예방 효과도 미미하고. 그런데도 누군가는 이미 수조 원을 챙겼고 최고 책임자였던 이는 아무 잘못도 없다는 듯이 뻔뻔한 ‘대통령의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세상은 이미 강이 아닌 돈의 편이 되어 버렸지 싶어.

   
▲ ⓒ김재연

  재연아, 강의 반대말이 생각났니? 밤낮없이 4대강을 발로 뛰어다니면서 기록하고 호소하며 아픔을 나누던 어떤 목사님 말씀이 강의 반대말은 ‘댐’이라고 하더구나. 강의 흐름을 막아 생명을 멈추게 하기 때문이래. 강을 잃어버린 ㄱ형과 또 수많은 ㄱ형들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댐이 자리 잡고 있을까? 그 단단하고 무거운 댐을 품고 오늘도 씨앗을 뿌리고 있겠지? 목사님은 희망에 대해서도 얘기했어. 강이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를 치유하는 놀라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야.
  재연아, 강은 여전히 아파하는 거 같아. 아니지 날이 갈수록 더 심한 고통 속에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녹조라떼, 큰빗이끼벌레, 물고기 떼죽음, 역행침식 등이 말해주잖아.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은 강을 찾아오더구나. 다만 강을 대하는 마음은 좀 다른 거 같아. 이들은 강의 안부를 묻기 위해 두 발을 무릎까지 걷어 올리지 않아. 자전거를 타고 휙 지나가 버려. 한강에서 낙동강까지. 빠르게. 그리고 모래와 여울에 발을 담그는 대신 4대강 완주 스탬프를 찍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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