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안 파헤치기

 

  혹자는 이번 ‘학사 학문단위 선진화 계획(안)’(이하 계획안)을 두고,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그러나 이번 계획안이 꿰기만 하면 보배가 될 구슬인지 아닌지는, 그 내용을 검토해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본부가 제시한 내용을 세부적으로 검토하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도 도입이 될 수 있는 부분과 현 제도를 변경해야만 도입될 수 있는 부분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현 제도의 변경 없이 도입이 가능한 부분은, 복수전공제도 확대, 이중전공제도 도입, Academic Advisory System이다. 본부는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한 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원하는 전공을 복수‧이중전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하지만, 현재의 구조에서도 복수전공을 확대하고 이중전공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Academic Advisory System은 (1)Academic Advisor, (2)CAU 세미나, (3)Peer Advisor, (4)Rainbow System으로 구성된다. (1)은 교수 및 전문가의 학업과 취업에 대한 지도, (2)는 지도교수와 소규모 세미나, (3)은 3학년 학생의 멘토링, (4)는 진로 상담 및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이다. 이중 (3)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멘토링 시스템을 수정‧보완한 것이며, (4)는 15년도 신입생부터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14년부터 계획되었던 제도다.

  제도가 변경되어야 도입이 가능한 부분은 ‘모집 단위의 광역화’와 ‘전공선택제’이다. 인구 감소에 따라 교육부에서 ‘대입정원 주기별 감축 계획’을 내놓았고, 이에 따라 중앙대도 정원감축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기존의 ‘학과 경쟁력평가를 통한 학과 폐지’보다는 ‘학사구조 유연화를 통해’,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합리적 정원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합리적이라 함은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학과별로 배정되는 인원이 유연하게 변경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렇게 수요공급 법칙에 따라 정원을 배정하려면 완전경쟁시장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시장과 비슷한 조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즉, 학생들의 ‘탄력적 수요’에 따른 강의의 ‘탄력적 공급’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재 본부는 탄력적 수요의 장점은 많이 언급하고 있지만, 그에 맞는 탄력적 공급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 공급을 탄력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은 교원의 해고를 자유롭게 하거나, 비전임 교원 강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 있지만, 전임교원 해고가 구조상 힘들고 비전임교원 강의 비율이 높으면 교육 평가에서 불리하다. 이 경우 김병기 기획처장의 말처럼 강의 대형화, 온라인 강의 강화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번 계획안의 핵심인 Liberal Arts Education은 본부가 대학원 설명회에서 밝힌 것처럼, 싱가폴 국립대학교와 자유전공제도를 갖춘 미국의 몇몇 대학을 참조한 것이다. 그러나 싱가폴 국립 대학교는 2007-8년 기준으로 학생 수(학부+대학원) 31,265명, 전임교수 1,944명, 연구직 1,464명, 행정 및 전문직원 1,114명, 일반직원 2,508명인 데 반해, 중앙대는 2014년 기준 학생 수(학부+대학원) 23,750명, 전임교원 818명, 교직원 490명으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및 교직원 1인당 학생 수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또한 교양교육 제도의 모델이 된 Liberal Arts College는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고등 교육 기관으로, “자신의 직업적 목표와 관련이 없는 상당한 분량의 다분화한 수업 커리큘럼을 이수하게” 하는데, “대부분 작고(학생이 1000-3000명) 사립이며 주거형 기관”이다.

  자유전공제도를 채택하는 미국의 대학들은 “교수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접근을 표방하는데, 여기서는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적성과 관심에 맞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하여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스스로 학습을 진행해 가도록 지도”한다. 그러나 이 대학들의 핵심은 “폭넓은 교양교육에 중점을 두고 전공은 특정한 분야에 대한 심도 있는 학습을 수행하는 기회로 설정될 뿐, 학부교육과정이 직업교육을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경영학, 법학, 의학, 교육학 등 전문직 분야의 학부과정이 없으며,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의 다양한 분야를 전공하게 한다.

  본부의 계획안은 미국 대학과 싱가폴 대학의 사례를 주요하게 참조하여 “학생 중심 대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기는 하지만, 이 대학들과는 교육환경이 본질적으로 다르고, 교육의 궁극적 목적 또한 매우 다르다. 대학의 교육환경은 ‘좋은 말’들로 바뀌지 않는다. ‘좋은’ 목적을 말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와 다른’ 수단을 사용한다면, 결과는 ‘좋은’ 목적과는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는 목적과 수단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전영은 편집위원 | na673019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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