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0.9 금 13:00
기획문화
[생태]땅을 살리는 유기농업
김재연 편집위원  |  kamja799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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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7호]
승인 2015.03.16  12: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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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살리는 유기농업

 

   
▲ ⓒ김재연

서규섭 / 농부

  2014년 봄, 양평군 개군면으로 농지를 옮긴 후 첫 농사를 지었다. 정부에게 빌린 토지구입 자금을 3년 뒤부터 갚아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땅을 놀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당연히 경제성이 높은 딸기, 파프리카, 오이 등 고소득 작물을 재배하였다. 결과는 실패였다. 처음부터 온갖 병충해에 시달렸고 결국 파프리카와 오이는 중간에 수확을 포기하게 됐다. 기대했던 목표소득에는 훨씬 못 미쳤고 이렇게 농사짓다가는 정부의 융자금 상환은커녕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실패의 원인은 땅이었다. 새로 구입한 땅은 작토층 바로 밑에 딱딱한 경반층이 두껍게 형성되어 있어서 배수가 잘 안 되었고 유기물이 거의 없어서 미생물이 살 수 없었다. 땅이 건강하지 못하니까 작물이 잘 자랄 수 없었고 온갖 병충해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땅의 상태를 살피지 않고 처음부터 고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욕심만 앞세운 결과였다.
  귀농 후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1년, 나는 두물머리 하천부지 1천여 평을 임대 하여 본격적으로 농사를 시작하였다. 농사 경험이 없었던 나는 이웃의 자문을 받아서 1천 평에 시금치 씨앗을 뿌렸다. 씨앗을 골고루 뿌리는 일도 초보자에게는 힘든 일이어서 동네 분들이 파종을 도와주었다. 시금치는 다른 채소보다 상대적으로 벌레가 덜 먹고 병도 별로 없어서 풀만 잘 잡아주면 농사 초보자가 재배하기에는 좋은 작물이라고 추천받았다. 그리고 수확한 시금치는 가공공장에서 전량 가져가기로 계약을 했으니 판로도 이미 확보된 상태였다. 열흘 정도 지나자 시금치보다 먼저 풀들이 자라기 시작했다. 잡초보다 늦게 발아된 시금치는 싹을 틔우자마자 금세 풀에 덮여버렸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을 뽑고 또 뽑았지만 도저히 풀을 이길 수 없었다. 이번에는 이름도 모르는 벌레들이 시금치에 달라붙어서 잎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파랗게 물들도록 벌레를 잡았지만 도저히 벌레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 첫해 농사는 잡초와 벌레의 습격으로 실패했다. 겨우 살아남은 시금치를 수확하여 가공공장에 납품하였고 며칠 후 통장에 오십여만 원 채 안 되는 돈이 입금됐다. 이것이 귀농 첫해 수입의 전부였다. 내가 시금치를 뿌린 땅은 지금까지 농약과 화학비료를 뿌려온 땅이었다. 화학비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땅이 산성으로 변하고 벌레도 더 많이 덤비게 된다. 또한 오랫동안 화학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했다면 땅속 생태계의 균형도 파괴됐을 것이다. 미생물의 균형이 깨지고 산성으로 변한 땅에서는 작물이 정상적으로 자랄 수 없다. 그런 땅에서 자란 채소는 독이 든 채소이다. 땅의 상태를 무시하고 무조건 씨앗을 뿌리면 되는 줄 알았던 초보 농사꾼의 어설픈 첫 경험이었다.

   
▲ ⓒ김재연

  2009년 MB정부는 4대강사업을 시작하였다. 내가 10년 동안 농사짓던 두물머리가 사업지구에 포함되었다. 정부는 두물머리에 유기농지를 없애고 자전거 도로와 공원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다. 정부는 두물머리의 농업이 비록 유기농업이라고 할지라도 물과 땅을 오염시키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이 수십 년 동안 이어 온 친환경농법인 유기농업이 하루아침에 팔당호 오염의 주범이 되었다. 농민들은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히려 유기농업을 통하여 땅과 물을 살려왔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의 주장대로 유기농업이 땅과 물을 오염시켜 왔다면 땅의 건강함을 전제로 하는 유기농업의 원리에 비춰보았을 때, 농민들이 두물머리에서 40년 이상 유기농업을 지속해 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기농업에서는 화학합성농약과 비료 그리고 제초제, 성장호르몬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다. 화학농법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들은 유기농법이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것이지 실제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농사가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의문을 던진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유기농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가능성에 대한 해답은 땅에 있다. 비옥한 땅, 건강한 땅을 만드는 것이 유기농의 기본이다. 땅이 건강하면 그 주변의 하천, 지하수, 대기, 동물, 사람도 더불어 건강해진다. 자연은 따로 떨어져서 각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을 강행한 정부와 토목, 건설업자들의 개발논리에 밀려 두물머리 농민들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유기농 땅을 내놓고 떠나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두물머리 유기 농민들이 주장했던 유기농업의 원리와 땅에 대한 철학이 정부의 개발논리보다 더 생태적이며 진실이라고 믿는다.
  흙 한 삽 속에는 지구의 인구보다 더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아직 밝히지 못한 생명체들이 더 많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지 아직 모른다고 해야 맞다. 인간은 땅속 미생물을 좋은 균, 나쁜 균으로 나누고 심지어 유통업자들은 좋은 균만으로 상품을 만들어서 팔기도 한다. 땅속 미생물 세계에 좋고 나쁨은 없다. 생명의 다양함이 조화와 균형을 이루며 안정된 상태에 있을 뿐이다. 미생물들이 풍부한 땅, 다양한 미생물들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땅, 우리는 이것을 건강한 땅이라고 한다. 귀농 후, 15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깨달은 점은 ‘유기농업은 건강한 땅을 만드는 것이다’라는 사실이다.

   
▲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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