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귀보 /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사랑하는 앤드류에서 유머지수 75% 타스까지

 

  로봇이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접근이 어렵고 위험한 지역을 탐사하는 등, 사람이 하기 힘든 일들을 대신 할 수 있는 로봇의 개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최근에는 로봇이 인공지능을 통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사람과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 사람과 대화하고 교감할 수 있을 만큼의 지능적이고 감성적인 로봇의 개발은 필수적인 것일지 모른다. 방대한 양의 정보가 축적된 빅 데이터 세계에서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정확한 계산과 탐색능력을 갖추는 로봇이 별도의 명령 없이도 혼자서 생각하고, 판단하여 사람이 하는 일을 보조할 수 있게 된다면 업무의 효율이 높아질 수 있고, 사람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의사소통을 함으로써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사람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강화해 사회적 유대관계를 견고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로봇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기술과 함께 감정인식, 의도인식, 표현능력과 같은 기술들의 발전이 필요하다.

 

튜링테스트를 넘어, 표정으로 말하는 로봇

  인공지능의 가능성을 제시한 영국의 앨런 튜링 박사는 로봇이 지능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건으로 로봇과 인간의 반응을 서로 구별할 수 없어야 함을 주장했다. 여기서 ‘반응’은 사고능력과 생각의 표현방식을 뜻하며, 지성이 있는 사람이 로봇과 대화를 하면서 기계가 진짜 인간이라고 생각한다면 로봇이 지능적이라고 간주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얼마 전 러시아에서 개발된 ‘유진 구스트만’이 텔레타이프를 통해서 인간과 기계의 의사소통 수준을 검증하는 튜링테스트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13세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을 갖도록 설계된 이 로봇은 인간과의 대화에서 사전에 입력받지 못한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모른다고 주장하여 테스트 참가자를 설득함으로써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했다. 그러므로 유진 구스트만은 데이터에 저장되어 있는 주제의 대화만 가능한 낮은 지능수준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애플사의 ‘시리’는 사용자가 원하는 명령을 음성으로 입력해주면 이를 해석한 다음 실행에 옮기는 인공지능 보조 소프트웨어이다. 하지만 시리 또한 유진 구스트만처럼 미리 데이터에 입력되어 있지 않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는 대처할 수 없고 한정된 가짓수의 표현만 가능하다. 이처럼 현재까지 개발된 로봇들의 인공지능은 자신이 가진 데이터의 양에 의존적이다.

  그렇다면 로봇이 더 똑똑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로봇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과 처해있는 주변 환경 특성의 가짓수가 무한히 많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적합한 응답을 모두 입력해 주기란 쉽지 않을뿐더러 데이터 용량의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로봇이 사람과 같이 새로 받아들이게 된 외부 정보와 자극을 스스로 분석하고 배우며 기억하고 불필요하거나 사용빈도가 적은 응답의 경우 지울 수 있는 학습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능수준이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로봇이 사람이 한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어색한 표현을 구사한다면 사용자는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내고 전달하기 위해서 음성, 문자들로 이루어진 언어를 사용하며, 동시에 몸으로 행동하고 얼굴 표정을 짓는다. 그러므로 로봇은 사람과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하고 섬세한 표현수단을 갖추어야 한다.

  음성언어는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는 것을 로봇에게 전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표현수단으로 많은 로봇들이 자연언어처리 과정을 통해 사람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시리를 비롯하여 휴머노이드 ‘휴보’와 ‘아시모’등이 음성인식과 음성분석과정을 거쳐 동작을 수행하지만 음성인식과 분석, 그리고 음성합성의 정밀도가 낮아 사람이 하는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표현이 어색한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기계로 구성된 로봇으로부터 거부감을 느낀다면 로봇이 서비스업의 현장에서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로봇의 동작과 표정에 있어서 사람에 가깝게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도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의 신체구조를 닮고,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로봇 개발 초기에 제조업용으로 만들어진 다관절 산업용 로봇과 다르게 사람들이 친숙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고, 앞으로의 연구 개발을 통해 더 인간과 비슷한 외형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과 로봇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위해 지능수준, 표현력과 함께 로봇이 갖추어야 할 요소가 바로 감성 교감과 의도인식 능력이다. 인간은 개인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고 타인과의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다. 따라서 로봇이 사람과 원활하게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감성을 교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의도인식에 있어서는 대화를 할 때 로봇이 사람의 말을 경청하고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사용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처럼 로봇이 사람과 상호작용 할 때 상대방의 의도를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감정을 읽음으로써 적절한 행동을 하고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MIT에서 개발된 ‘키스멧’과 일본 와세다 대학의 ‘WE-4’는 사람과 대화를 할 때 입력받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기쁨, 슬픔, 화남, 놀람 등의 여러 감정을 표정으로 구현할 수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개발된 로봇 ‘에버’는 인간의 외적모습에 가깝게 만들어진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감정에 따른 표정변화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하지만 표정변화와 몸짓을 통해서 감정표현이 가능하더라도 로봇이 자신이 대화하고 있는 사람의 감정을 분석할 수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올해 여름 일본 소프트뱅크사에서 개발되어 공개된 로봇 ‘페퍼’는 사용자의 언어 표현과 어조를 분석함으로써 감정을 알 수 있도록 설계되었지만 미리 입력되어 있는 경우에 대해서만 올바르게 동작할 수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소프트뱅크사의 손 마사요시 회장이 페퍼의 시연회에서 밝힌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서로의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다정한 로봇 개발이라는 목표는 지능수준의 향상, 표현방법의 정밀화와 처리속도 향상이라는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Copy Human: Love Robot:

  신경과학자들은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측정하는 지수 개념들을 도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지능지수를 나타내는 IQ와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사회에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마음의 지능지수를 뜻하는 EQ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밖에도 도덕지수를 나타내는 MQ와 엔터테인먼트지수를 나타내는 EnQ등이 있다. 이러한 재능 지수들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을 때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의 로봇이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그 때부터 로봇은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을 돕거나 대화가 필요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을 것이고, 회사에서 안내 업무를 수행하거나 교육인력이 부족한 현장에서 학생들을 교육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사회에 인류가 겪게 될 문제들인 인구 고령화와 인력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에서 주인공인 휴머노이드 로봇 앤드류는 처음 공장에서 생산되었을 때에는 금속 기계와 전자장치만으로 구성되어 입력된 기능만을 수행하는 로봇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학습하고 배우면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기술의 발전으로 인공피부와 장기 등을 갖추어 사람의 모습을 갖추게 되어 인간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진짜 사랑을 하기를 원했고 자신과 유대관계를 형성했던 사람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씩 사라지게 됨을 슬퍼한 앤드류는 하나의 개체로서 존중받길 원하였고 영화의 마지막에서 인공 혈액을 주입하는 업그레이드를 받아 사람처럼 늙게 되어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 세상을 떠난다. 이 영화는 단순히 미래에 대한 예상으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불로불사를 포기하면서까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을 등장시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인간이라는 존재의 규정,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사람의 손으로 신체구조를 모방하여 만든 기계에 인공의 뇌를 넣어줌으로써 인공생명체를 만들겠다는 과학자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어쩌면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반드시 이 도전은 성공할 것이고, 그 결과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로봇이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의미에서의 가족(AFM: Autonomous Family Machine)으로 우리 옆에 존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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