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 전자전기공학과 박사과정, 심귀보 /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로봇의 인공지능 VS 인간의 사고체계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교육을 우리는 흔히 ‘가정교육’이라 한다. 가정교육을 받은 교양이 있는 사람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학교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다루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내용에 대해서 이미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수학공식을 증명하는 방법이나 시집이나 문학작품의 줄거리, 광물의 경도 등이다. 그러나 여러분이 로봇을, 지능을 가진 것처럼 작동하도록 여러 사실을 가르친다고 가정해보면, 로봇이 알아야 할 지식이 전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된다. 정작 로봇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이해하는 법과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는 법, 그리고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감정에 따라 대응하는 법 등이다.

  로봇을 교육, 학습시킨다는 것은 로봇에게 추론능력(A가 B를 때리면, B는 화가 나서 A를 때릴 것이다)을 부여하고, 일정한 신념들(갑이 을에게 소송을 건다면, 갑은 그 소송이 자신의 회사의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필요로 정당화될 것임을 믿는다)을 추측하는 법과, 실수에서 교훈을 얻는 법(친구 집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고 배탈이 나서 다시 그 친구 집에서 음식을 먹을 때는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먹게 된다)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와 꼭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방법을 배워야만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로봇이 많은 양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갖도록 프로그램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것이 ‘지능’을 가진다는 뜻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사람 또한, 임의적인 사실들을 줄줄 외우는 능력을 갖췄다고 해서 그 사람을 지적이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로봇이 지식을 활용하는 방법

  다음과 같은 현상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로봇에게는 쉬운 일이 인간이 습득하기 힘들고, 반대로 인간은 습득하기 쉬운 것이 로봇에게는 매우 어려워지는 현상에 대해서 말이다. 로봇의 모든 부분은 인간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진다. 기술력의 차이는 있어도, 초창기 로봇 모델과 지금의 로봇 모델의 큰 틀은 변함이 없다. 기계적인 로봇의 외형을 맞추는 연구도 활발하지만, 그보다도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진화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로봇의 인공지능 부분이다.

  단순히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지능’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지능이란, 도전적인 새로운 과제를 성취하기 위한 사전지식과 경험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런 지능은 학습능력과 관련이 있다. 특별한 영역에서 지적인 자는 그렇지 않은 자보다 더 신속하게 새로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평소 학부학생들에게 최근에 배운 내용이 무엇인지를 물어 보곤 한다. 그들은 배운 내용에 대해 이야기는 했지만, 그 지식을 언제 다시 활용하게 될지에 대해서는 몰랐다. 대학원 학생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을 때, 그들은 학부시절에 배웠던 지식이 그 무렵 그들이 완성시키려고 노력 중이던 연구 프로젝트에 유용하게 이용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배우게 된다. 그들에게 학습이란 목표 달성에 필요한 지식의 획득을 의미한다.

  로봇이 지능을 갖게 하려면,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온갖 지식을 컴퓨터 메모리 속에 쏟아 붓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렇게 해도 로봇은 자신이 얻는 지식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나 로봇이 어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지식을 얻는다면, 메모리 속에서 그 지식의 위치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지식은 학습된 지점에 위치하게 될 것이고, 새로운 지식이 획득될 경우 잘못된 서브루틴을 즉각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

 

자가학습 기술의 새로운 패러다임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실패를 하였을 때, 그래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해진 다음에 이루어지는 학습의 핵심은 일반화라는 과정이다. 특정한 상황에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아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분은 배운 내용을 일반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른 상황에 처했을 때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런 연관도 없는 전문 지식이라는 편협한 결과물을 얻을 뿐이다. 그것들은 지극히 한정된 특수한 영역에서만 유용할 뿐, 다른 경우에는 소용이 없게 된다. 사고의 일반화 과정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주는 논리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 일반화 과정이 로봇과 인간의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게 된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처럼 인간은 지식이 없어도 예외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로봇의 경우는 이런 예외 상황에 대해서 데이터가 없을 경우, 대처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 의식적인 노력 없이 정보를 획득한 다음, 그것을 일반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간의 뇌를 모사하는 자가학습 기술은 현재의 컴퓨팅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며,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이다. 학문적인 관점에서는 자가학습 기술의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상용화 단계로 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할 난제들이 많기 때문에 국가 혹은 구글, 아이비엠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여 연구가 진행중이다. 앞으로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기대되는 분야이다. 로봇과 인간의 사고체계의 차이를 줄여주는 연구가 진행되었으면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는 “어떤 한 사람이 자신의 뇌로 다른 사람의 뇌를 연구하여 결과를 얻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구절이 있다. 철학적인 접근에서 보면 맞는 말일지 모르나, 공학자로서 이런 명제에 대해 우리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연구란 무관심한 부분이라도 뛰어들어 1%의 가능성이라도 얻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ETRI의 분석에 따르면, 인공지능 분야는 2013년 8억 달러에서 2015년 37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다. 세계시장 20% 점유, 총생산 40조 원, 수출 300억 불, 고용 15만 명, 로봇 3대 강국… 로봇 연구자로서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로봇 연구자들 또한 사명감으로 로봇 연구에 매진해야 한다. 평소 학생들에게 하는 말이지만, 인간 이후에 지구를 지배하는 종이 나타난다면, 그것은 바로 로봇이 될 것이다.

 

↳ Re : 인간과 로봇의 차이

인간과 로봇은 어디까지 닮아질 수 있고 어느 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일까. 심리학자이자 뇌과학자인 스티븐 핑커는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통해 이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짚고 넘어간다. 그는 인간의 마음, 즉 뇌와 육체의 작용을 파악하기 위해 로봇과 비교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간단하게 풀자면 질문은 이럴 것이다. “인간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계산하는 기계도 지적인가?” 인간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성인 가족집단에 대한 파악을 기계가 하게 만들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할까. 핑커는 기계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가 고디의 삼촌인가?” 일반적으로 프로그래밍에 쓰이는 ‘if~then~’의 연산 체계는 누가 누구의 삼촌인지를 직관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에 대한 지식은 다른 것들 속에 암시적으로 존재한다. 부모에 대한 지식과 형제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삼촌에 대한 지식을 추론해야 한다. 즉, ‘삼촌은 부모 중 여성(엄마)의 형제(남성)이다’라는 명제에서부터 외가 측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단계의 구분과 연산이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직관이나 영혼같은 추상적 개념을 어느정도 배제하고 일종의 연산을 중심으로 지능을 설명하는 것이 계산주의 마음 이론이다. “무엇이 한 체계를 지적이게 만드는가?” 라는 질문의 답은 그 체계를 구성하는 물질의 종류나 그 체계를 관통하는 에너지의 종류가 아니라 그 기계의 부품들이 무엇을 상징하는가, 그리고 기계 내부의 변화 패턴들이 진리성을 유지하는 관계들을 반영하기 위해 어떻게 설계되어 있는가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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